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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국내논문은 부실학회지, 국외논문은 약탈적 학술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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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국내논문은 부실학회지, 국외논문은 약탈적 학술지... 왜?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9.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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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연구성과를 양적 기준으로만 평가하니 세계적 기현상
2022년 6월 1일 기준으로 무려 2670개의 학술지 발간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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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국내외 대학평가기관들이 대학들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다. 상위권 대학들은 주로 세계대학랭킹의 향상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반면에, 중위권 이하 대학들은 구조조정차원에서 실시하는 교육부의 평가에 민감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데 그 평가 지표에는 연구업적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THE, QS, ARWU 등 세계적 대학평가기관들은 연구업적의 질적 내용을 반영하고 있지만 교육부와 국내 대학에서는 연구업적의 분량만 카운트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국내 대학과 교수 및 연구자들은 모두 논문의 양을 늘리는데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우연히 10여명 교수들을 대상으로 최근 6년간 연구업적을 심사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 중 두 명의 업적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6년 동안 단독기준으로 40~50편의 논문을 썼다. 공동논문도 있으니 이를 감안하면 매년 10여 편의 논문을 쓴 것이고 산술적으로 거의 매달 1편씩을 썼다는 것이다. 그 많은 성과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연구의 질에 대해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교육부와 대부분 대학들은 교수들의 연구업적으로 국내논문은 한국연구재단등재지(KCI)에 선정된 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인정하고 해외논문은 SCI, SSCI, SCOPUS 등에 실린 논문을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기계적인 기준에 근거해서 논문의 양에만 목매다보니 연구자들이 논문을 늘리기 위한 과정에서 편법과 낭비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

우선 국내논문의 경우에는 기존의 유명 학회지에 논문을 내기 위해서 연구에 더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학회지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이 KCI등재(후보)지로 선정하는 기준도 양적 기준뿐이어서 형식적 기준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학회지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고 실제로도 새로운 학회지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2001년부터 매년 100개 넘는 학회지가 생겨서 2022년 6월 1일 기준으로 무려 2670개의 학술지가 발간되고 있다. 특히 연구업적이 강화된 최근 7년간 통계를 보면 매년 150개가 넘는 학회지가 생겨났다. 해마다 새로운 학문분야가 이렇게 많이 생겨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상은 실적이 부족한 연구자들이 논문을 쉽게 낼 수 있는 학회지를 만드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인맥을 형성해서 학회지를 만들고 난 이후에는 그들끼리 그 학회지에 계속 논문을 내면서 필요한 실적을 채우는 것이다. 부실학회지가 난립한다는 비판이 생기는 이유이다.

국내논문실적은 끼리끼리 학회지를 만들어서 채울 수 있지만 국외논문을 내기 위한 SCI급 외국학회지는 직접 만들 수가 없다. 그러니 외국학회지 중에서 논문을 쉽게 낼 수 있는 학술지를 찾아낸다. 국내 유명학회지에는 논문 한 편 못 싣던 사람이 SCI급 국외논문을 발표했다고 제출한 학회지를 보면 듣도 보도 못한 낯선 학회지인 경우가 많다. 쉽게 실어주는 대신 수백만원에 달하는 게재료를 받기 때문에 약탈적 학술지로 드러나곤 한다. 국부유출도 가볍지 않다. 그래서 상위권 대학에서는 특정 SCI급 학회지에 논문을 낸 후보자를 채용과정에서 오히려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도 형식적 기준에는 문제가 없으니 여전히 그 학회지에 논문을 내려는 연구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결국 연구의 양을 늘리는 방법으로 국내논문은 부실학회지에 싣고 국외논문은 약탈적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이다. 연구성과를 양적 기준으로만 평가하다보니 이렇게 딱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논문게재 건수에 매몰되면서 검증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지난 6월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서울대에서도 인공지능(AI)연구팀이 국제학술대회에 발표한 논문이 표절로 밝혀져 국제적 망신을 샀다. 일단 많이 찍어내자는 공장식 연구풍토가 없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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