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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현실성 없는 법에 석탄발전소 신설까지 '탄소중립'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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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현실성 없는 법에 석탄발전소 신설까지 '탄소중립' 난항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09.06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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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및 진단 (3)>
2030년 NDC 2018년의 35%로 ... 올해부터 매년 2402만t 탄소 줄여야
202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5기 신설 3800만t 온실가스 추가 배출

[매일산업뉴스] “인류에 적색경보를 울리고 있다.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크게 울리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달 9일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본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이 한 말이다.

ⓒImag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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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온난화가 가속돼 최악의 기상이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탄소중립은 2006년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탄소중립은 기업이나 개인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늘려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지구의 안전을 위협하는 ‘온실가스’ 감축 논의는 1997년 시작됐다. 일본 교토 당사국 총회에서 2005년부터 발효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첫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이 협약은 선진국(38개국)들만을 감축대상으로 삼았다. 미국은 의정서 참여를 거부했고 일본 캐나다 러시아 등이 잇따라 탈퇴했다. 또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3위) 등 개발도상국에는 감축 의무가 부과되지 않으면서 실효성을 잃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구가 견뎌줄 것으로 각국은 기대했다. 그러나 이후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자 2015년 파리 총회에선 2020년 이후 선진국, 개도국, 극빈국 등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적용키로 했다.

파리협약에서는 국가별 온실가스 자발적 감축목표(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정하도록 했다. 협약국들은 2020년부터 5년에 한 번씩 전 목표치보다 높은 수치를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서(NDC)를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탄소중립기본법)'을 가결했다. 법안 핵심은 9년 뒤인 2030년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하한선을 2018년 배출량의 35%로 규정했다. 전 세계에서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체계를 법제화했다.

이를 위해선 당장 올해부터 매년 2402만t의 탄소를 줄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17년 순배출량(6억680만t) 대비 24.4% 감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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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선 탄소 배출의 최대원인인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 석탄·석유·천연가스 없이도 산업이 돌아가고, 일상생활이 가능할까? 쉽지 않다. 경제, 정치 구조를 비롯해 일상생활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아일랜드, 영국 등지에선 석유 없이 살아가는 전환마을(transition town)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와 영국 런던 등 대도시에서도 에너지절약부터 생산까지 실행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환도시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013년에 에너지 자립과 탄소 제로를 목표로 하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계획을 발표했다. 풍력발전, 스마트그리드, 전기자동차 보급 등을 통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배출량 전망치 대비 54~60%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는 이보다 앞선 2012년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추진했다. 에너지 자립마을 7곳을 선정하고 베란다·옥상 미니태양광 패널 설치, 에너지 절약 컨설팅 등을 지원했다. 그 결과 2016년 에너지 자립마을의 평균 전기 소비량은 7.2% 절감됐다. 그러나 태양광 시설 설치 공간 부족, 마을 간 네트워크 부족, 신기술 도입 비용 부족, 실효성 낮은 에너지 교육 등으로 참여 마을 중도하차 비율이 2014년 6.7%에서 2017년 23.8%까지 늘어났다.

마을단위에서도 실천이 쉽지 않은 탄소 감축, 산업분야에선 더욱 어렵다. 당장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한국자원경제학회와 한국에너지학회가 지난 2일 개최한 '2030년 NDC 목표 상향과 한국경제'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운 감축 목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박사는 "선진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라는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증산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에 대한 대비책 없이 NDC 목표를 설정했다"고 비난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정부의 NDC 목표가 너무 무리하게 작성됐다”면서 "성급한 NDC는 미래 기술 발전이나 시장 변화에 대처하는 자유도를 상실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성 떨어지는 목표뿐만 아니라 2030년 탄소 감축 선언에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는 것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다. 정부는 ‘탄소 폭탄’을 안기는 석탄화력발전소를 2024년까지 5기를 새롭게 건설할 계획이다. 올해 건설된 2기를 포함해 신규 7기가 모두 운영될 경우 최소 약 3850만t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중립의 길은 험하고도 멀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한다면 우리 후손들에게 지구는 보금자리가 아닌 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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