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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무부가 외국 투기자본 '먹튀 조장 법안' 주도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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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무부가 외국 투기자본 '먹튀 조장 법안' 주도하다니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0.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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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다중대표소송제 및 감사위원 분리선임제 국회 통과 목전
기업활동 지원 커녕 위축시키는 법안 만들기만 혈안
고기영 법무부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공정 경제 입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고기영 법무부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공정 경제 입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와 법무부는 지난달 상법 일부개정안을 쏟아냈다. 특히 법무부의 상법개정 입법예고안 중 주요내용인 다중대표소송제 및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는 국회의 여당 의안에도 반영돼 있어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법무부의 개정안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모두 반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는 반대하고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주식 99%를 초과하여 소유하는 모회사로 한정하여 적용하자는 수정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란 현재 회사의 소수주주가 회사를 대표하여 이사 등 임원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대표소송 제기권한을 자회사 주식 50%를 초과 소유하는 모회사의 소수주주에게도 허용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모회사의 주식 1%를 소유하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임무를 게을리함으로 인한 자회사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직접 제기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자회사의 주주만이 이러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모회사의 주주는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주로서 이러한 제소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해 모회사의 이사 등 임원을 상대로 그로 인한 모회사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뿐이다.

원래 대표소송제는 회사의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므로 회사가 스스로 그 회복조치를 소홀히 하는 경우에 그 회사의 소수주주에게만 허용되는 경영감시제도이다. 그러므로 모회사의 주주에게 그 제소권을 인정하는 미국·일본의 경우에도 자회사 주주의 대표소송 제기를 기대할 수 없는 완전모회사(자회사 주식 100% 소유 회사)나 완전한 지배회사의 주주에게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법무부 개정안처럼 자회사 주식 50% 초과 소유 모회사의 소수주주에게 자회사 임원에 대한 대표소송 제소권을 인정하게 되면, 단기 이익에만 관심있는 국내외 투기펀드가 모회사의 소수주주가 되어 수많은 자회사의 임원에 대한 제소권을 남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 이들은 정작 자회사의 소수주주들이 원치 않을지라도 대표소송을 구실로 자회사에 고액배당을 요구하거나 자회사의 이사 선임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으로 자회사의 경영을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 자회사의 주주들에게도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자회사 경영감시의 공백을 보완하려는 다중대표소송제의 도입취지에도 역행하는 결과가 된다.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재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감사제도 대신 주주총회에서 3인 이상의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감사위원회제도를 강제하고 있다. 감사위원은 이사 중에서 선임하므로 주주총회에서 먼저 의결권 제한 없이 다수결로 이사를 선임한 다음, 선임된 이사 중에서 의결권 제한 아래 감사위원을 선임하게 된다. 이때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은 사외이사 아닌 감사위원 선임시 3% 초과부분의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고, 모든 주주는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시 3% 초과부분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란 주주총회에서의 이사 선임단계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함으로써 이사 선임 시부터 위 3% 초과 의결권제한을 적용할 수 있게 하여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원래 감사위원회 제도는 미국의 제도를 도입한 것이지만 미국에서는 이사회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하므로 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할 여지가 없고, 감사의 독립성은 사외이사 제도나 외부감사 제도로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사위원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사외이사를 대표로 정해야 하며 강화된 외부감사 제도까지 도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에 유례가 없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시 3% 초과 소유 주식의 의결권 제한까지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원은 경영을 담당하는 이사 선임단계부터 3% 초과 소유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회사경영에 자본다수결로 참여하는 주주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일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특히 거액의 자금을 분산 투자할 수 있는 해외 투기자본이 쉽게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투기자본의 이익보호 및 기업정보 유출에 이용되고 회사이익을 해칠 위험까지 안고 있다.

이밖에 법무부 개정안에는 상장회사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의 완화도 포함하고 있다. 현재 대표소송 제기권 등 각종 소수주주권의 행사요건으로 상장회사는 일정비율의 주식 지분뿐만 아니라 그 지분을 6개월간 계속 보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비상장회사의 지분비율을 구비하면 6개월간 계속 보유하지 않더라도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위와 같은 법무부나 여당의 상법개정안은 기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소수주주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적용대상은 주로 상장회사가 될 것이고, 규모가 큰 상장회사의 경우 소수주주권의 행사요건인 지분비율을 구비할 수 있는 주주는 주로 국제적으로 대규모 자본을 움직이는 해외 투기자본이 될 것이다. 결국 소수주주의 얼굴을 한 해외 투기자본의 ‘먹튀’에 이용될 뿐이다.

상법은 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지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건강한 기업활동을 위해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도 그 이상으로 기업의 효율적·적극적 경영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투자를 비롯한 각종 경영판단은 불가측(不可測)한 장래를 예측하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적 결정을 하지 않으면 치열한 국내외 기업 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이 현실화되어 기업이 손해를 보거나 도산에 이르게 되면 경영자는 그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의 대표소송 대상이 되거나 배임죄로 형사고소를 당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소송에서는 이미 기업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후이므로 경영에 익숙치 않은 법관은 경영자가 임무를 게을리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는 사후심사의 편견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되어서는 경영자는 위험을 감수하는 적극적 경영을 꺼리게 되고 기업은 우수한 경영인재를 영입하기 어렵게 된다.

미국은 일찍이 이사가 경영판단에 관해 임무를 게을리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이사가 경영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했는지, 개인적 이해관계 없이 적법하고 성실하게 판단한 것인지 여부와 같은 절차적·주관적 사항만 1차적 심사대상으로 하고 있다. 1차적 심사대상에 문제가 있을 때에만 비로소 경영판단의 내용을 심사함으로써 경영자를 보호하는 경영판단원칙을 확립했다. 이러한 경영판단원칙은 독일의 경우 주식(회사)법에 명문화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법은 미국과 독일의 입법을 모델로 입법하고 있으면서도 경영판단원칙과 같이 기업의 적극적·효율적 활동을 지원하는 입법은 외면하고 기업활력을 위축시키는 입법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과 달리 배임죄가 있는 우리나라의 경영자는 경영판단의 실패로 기업이 도산하면 배임죄로 형사입건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1·2·3심 모두 무죄를 받거나 하급심에서는 유죄 선고를 받더라도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비록 경영자가 무죄선고를 받더라도 수년간의 압수·수색·조사 등 수사와 소송을 겪으면서 기업은 망가지고 경영자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당하게 된다.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고 적극적·효율적 경영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은 독일처럼 경영판단원칙을 명문규정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영판단원칙은 현재 야당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에만 들어있을 뿐 법무부는 관심조차 없으니, 해외에 있는 한국기업이 돌아오기는커녕 국내 한국기업의 융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증대를 기대하기조차 요원한 일이다. [글=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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