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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사심의위도 불신? 묻지마 기소하면 객관적이라는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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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사심의위도 불신? 묻지마 기소하면 객관적이라는 억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0.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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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친(親)삼성인사 타령...그럼 반(反)삼성인사도 배제해야
검찰 스스로 만든 제도 엎으면 제 손으로 발목잡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사진/뉴스1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사진/뉴스1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이 사전에 선정한 ‘심의위원단’ 150명 중에서 임의로 추첨된 15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심의에 참여한 위원은 14명으로,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7명, 일반 교수, 언론인, 종교인 등 7명이다. 14명 중 위원장을 제외한 13명이 투표를 해 ‘10 대 3’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한 것이다.

심의위원회의 투표결과에 정치권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윤석렬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과 민변은 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검찰도 이재용 부회장외(外) 복수 인사에 대해 공소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기소를 수긍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심의위원회 구성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친(親)삼성 인사가 위원회에 다수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삼성을 옹호하는 인사가 심의위에 참석한 게 부적절하다면 ‘반(反)삼성’ 인사들의 참여 역시 문제 삼아야 한다. 논리적으로 ‘검찰이 만든 제도적 틀’ 내에서 위원들이 양심에 따라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10 대 3’으로 내린 결정을 검찰이 거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수사심의위원회 구성은 이번이 9번째로 검찰은 지금까지의 8차례 권고를 모두 수용했다. 그렇다면 이번 권고도 수용하는 것이 순리이다. 정치권과 검찰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법치를 파괴하는 것이고 마땅히 존중되어야 할 관행을 저버리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검찰은 경제 법리와 원칙에 따라 사건을 판단해야 한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조직적인 주가조작(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정)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1대 0.35‘라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의 합병비율의 사후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5년 말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을 변경, 기업가치를 4조원 이상 부풀린 것(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시세조정 혐의‘는 논리적 흠결이 있다. 합병을 위해 삼성물산에 가장 불리하고 제일모직에 가장 유리한 주가를 삼성이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주총에서 합병을 결의하고 ’일정기간 동안‘ 주가흐름에 기초해 합병비율을 정하기 때문이다.

시세조종 목적으로 의심되는 삼성물산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수주공시 지연‘ 시비도 자본시장법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찰은 합병 전인 2015년 5월 초에 2조원 규모의 카타르 공사를 수주하고도 주가 상승을 우려, 공시를 의도적으로 미루다 합병 이후인 7월 말에야 '뒷북 공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5월에 받은 것은 수주계약서가 아닌 공사에 대한 ’제한적 착수 지시서‘로 만약 수주계약서처럼 공시하면 오히려 ’허위공시‘가 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가를 띄우기 위해 이익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의 회계기준 변경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른 경영적 판단으로 회계부정이 아니다. 삼성바이오는 적자 상태임에도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기 때문에, ’주가를 띄우기 위해 이익을 조작했다‘는 검찰 주장은 설득적이지 않다. 주가는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것으로 현재의 기업의 수지에 의해 구속되지 않는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물증 없이 ’불법 경영승계 프레임‘을 설정하고 수사를 벌인 측면이 강하다.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면 ’복병‘을 만나게 된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투자자·국가간 분쟁‘(ISD) 소송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7% 이상을 보유했던 엘리엇은 합병비율에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개입해 7억7000만달러의 피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ISD 소송을 제기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기소되면 검찰은 결과적으로 엘리엇 편을 드는 것이다. 검찰의 유죄 추정 기소가 이뤄지면 검찰이 정부의 ISD 방어 입장을 뒤집는 꼴이 된다.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결론을 수용해 불기소로 결정하더라도 삼성은 오랜 기간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온 피해가 적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6년 11월 이후 무려 3년7개월간 ‘사법리스크’에 시달려 왔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최근의 구속영장 기각과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 반해 검찰이 기소를 유지한다면, 오랜 기간 수사를 왔으니 자기방어 차원에서 '판결이나 한번 받아보자'는 조직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 목적하는 바대로 몰고 가는 것이 정의일 수는 없다. 수사심의위 권고는 의제된 ‘집단지성’의 결과이기 때문에 검찰의 개연적인 치명적 판단오류를 줄일 수 있다. 검찰이 스스로 만든 제도 장치인 ‘수사심의위원회’ 심의 및 권고를 걷어차는 것은 자승자박이 아닐 수 없다. [글=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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