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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화의 소통화통]나이스하게 거절하는 3단계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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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화의 소통화통]나이스하게 거절하는 3단계 비법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4.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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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상황 공감해주고 거절 이유는 구체적으로
다른 해결책이 있다면 대안을 말해주기
거절을 표현하는 사람들 ⓒiStock
거절을 표현하는 사람들 ⓒiStock

오래 전 필자는 한 후배로부터 급히 돈을 빌려달라는 카톡 문자를 받은 적이 있었다.  ‘선배, 저희 아버지가 외국에 계신데 치과 치료를 급하게 받으셔야 해요, 죄송하지만 급한대로 100만원만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월급날 바로 갚겠습니다.’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닥 친한 사이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돈 부탁을 이렇게 쉽게 한다는 것이 참 의아스럽고 당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친한 친구나 주변인들에게 이런 저런 부탁하거나, 반대로 상대방에게 받는 일들이 생긴다. 이때 당장 거절하고 싶어도 관계가 틀어질까 봐, 혹은 나에 대한 평판이 안 좋아질까 봐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사람이고 싶어한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로 인해 단호하게 거절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만약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았을 때 관계가 나빠지지 않게 거절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거절에도 센스가 필요하다. 부탁의 유형에 따라 매너있게 해야 할 때도 있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될 때가 있다. 무례한 부탁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 마인드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작은 부탁일지라도 피치못할 사정이 아니고서야 쉽게 요청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갑자기 지갑을 잃어버렸거나 사고를 당해 급히 도움이 필요한 경우 등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얼마 전 배우 고현정씨가 길에서 쓰러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일화를 한 방송에서 말한 적이 있다. “저 고현정인데요, 저 좀 도와주세요.” 이런 경우, 누구나 적극 나서서 도와줘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그러나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부탁은 예외다. 필자는 아버지 치과 치료비용이 급하다는 후배의 말을 믿고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이 후배는 월급날이 훌쩍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감감 무소식이었다. 하는 수 없이 먼저 어렵게 말을 꺼냈더니 "선배가 특별한 말이 없어서 돈이 급하지 않으신가보다 했어요, 조만간 갚을게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무례하단 생각이 들었다. 시한을 정해주며 단호하게 얘기했지만, 약속날짜가 한참 지나서야 겨우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런 경우의 인간관계는 건강하게 끊어내는 것이 지혜가 될 수 있다. 자, 그럼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게 잘 거절하는 3단계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1단계는 상대방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다. 부탁을 받게 되면 당황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참 난감할 때가 많다. 죄책감에 마지못해 들어주거나 애매한 변명만 늘어놓다가 관계만 안 좋게 흘러가게 된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바로 오케이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아니라면 일단 상대의 말을 침착하게 경청한 후 그 상황에 대한 공감반응을 해 주는 것이 좋다. 내가 네 입장을 잘 이해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상대방도 자신의 부탁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때로는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풀리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부탁하는 입장도 여러 번 고민 끝에 어렵게 말을 꺼낸 것일 수 있다. 이렇게 부탁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그 심정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2단계는 거절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와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웬만한 철판 아니고서야 상대방이 거절을 하는데 계속 들어달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만약 정말 이런 경우라면 관계를 정리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 아까 말했듯이 부탁과 거절은 둘 다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야, 내가 지금 아이들 학원비에 여유자금이 없는 상태야, 어쩌니~ 오죽하면 나한테까지 말했을까 싶어, 도와주지 못해 정말 마음이 무겁고 미안해.”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거절의 반응을 받았을 때 더 미안해하기 마련이다. 거절할 때는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대충 말해서 오해를 사는 것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서로의 관계가 잠깐의 어색함이 있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관계가 틀어지지는 않는다. 

3단계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안 제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상황에 따라서는 위 두가지 단계로 끝내도 된다. 그러나 뭔가 한단계 더 나아가야 되는 상황, 내가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다른 해결책이 있다면 대안을 말해주는 것이 좋다. 예전에 한 영어 통역사로 일하는 지인이 번 아웃이 와서 한달간 휴가를 내고 필자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는 평소 상사나 타부서에서 간단한 번역과 통역을 부탁하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눈치도 보이고 통역 전문가가 본인 혼자이기 때문에 묵묵히 도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호구가 된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필자와 만남 이후, 지금은 비공식적인 루트로 들어오는 부탁은 부서장에게 직접 보고 올려달라고 정중하게 말해 건강하게 거절하고 있다. 만약 본인은 거절했지만 대안을 제시해 준다면 ‘나의 부탁을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를테면 한 과장이 업무협조를 원하는 상황이지만 바빠서 거절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제가 이번주까지는 업무가 많아서 조금 곤란해요. 과장님, 홍보팀에 한번 전화해 보시겠어요? 과장님께서 말씀하신 건이 홍보팀에서 기획 중에 있다고 부서 동기한테 들은 적 있습니다. 제가 동기한테 한번 확인해 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라는 식이다. 

상대방의 부탁은 무조건 다 들어주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부탁을 거절했다고 해서 그 사람 자체를 거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탁은 들어줄 수도 있고 거절할 수도 있다. 상대방을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게 아니라면 거절도 센스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떠한 상황인지 이해하고 공감해 주기, 구체적인 이유와 근거를 들고 미안함을 표현하기, 다른 해결책이 있다면 대안 제시해 주기. 이 3단계를 통해 슬기롭게 거절에 대처해 보도록 하자.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나 자신이다. 내가 아니어도 상대방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고 해결할 수 있다. 나 혼자서만 끙끙 앓며 다 해결해 줘야할 의무가 없다. 또, 거절을 위한 거짓말을 하거나 억지로 꾸민 얘기로 상대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 건강한 나의 삶을 위해서는 거절도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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