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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병철의 별표국수와 이재용의 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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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병철의 별표국수와 이재용의 삼바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2.12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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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승계 의혹 4년여만에 무죄
별표 국수에서 반도체까지 경제 주축된 기업인 발목잡기
1938년 대구에 세워진 삼성상회. ⓒ호암재단
1938년 대구에 세워진 삼성상회. ⓒ호암재단

닭이 세상을 평정하고 있었는데 소와 별이 도전장을 내서 천하를 삼분하였다. 그후 곰과 말이 뒤늦게 경쟁에 참여했고 제비와 학도 출전했다. 동물 이름이 하도 등장해서 이솝 우화나 tv동물농장 예고편이 아닐까 싶겠지만 위 동물들은 대구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상권 경쟁을 벌이던 국수 브랜드명이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벌어진 국수 전쟁이었으니 참 뿌리깊은 경쟁이었다.

일제 시대 때부터 대구는 국수의 본고장이었고 대구에서도 독점적 1위는 원대동 구 부민극장 맞은편의 닭표 국수였다. 1933년 영업을 시작한 풍국면이 시기 상으로는 앞서나 당시 풍국산업의 주력은 풍국면이 아니었기에 닭표 국수가 상권을 장악했고 1938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삼성상회를 설립하며 별표 국수를 선보인 후 그 뒤를 이어 소표 국수가 선전했으며 광복 후에는 지역 유지였던 양조장·도정공장 주인들이 너도나도 국수공장을 세워 삼국시대를 종료하고 춘추전국 시대를 열었다. 당시 선보인 상표는 말표, 백양표, 영양국수, 새농촌, 금성, 달성, 종표, 제비표, 학표 등으로 무려 30여개의 국수 공장이 백가쟁명을 벌였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대구 서문시장을 가보면 얼마나 많은 국수집들이 그것도 손님들로 가득찬채 국수를 정신없이 말아내고 있는지 놀라게 되는데 국수집 모두 하나같이 다 전설의 노포 포스를 뿜어내고 있다. 전국에서 단일시장내 가장 많은 국수집이 있는 전통시장이 바로 서문시장이다.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구가 전국 국수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대구의 국수집들은 대부분 풋고추를 한 소쿠리 푸짐하게 내어준다. 국수를 먹는 중간 풋고추를 장에 찍어 한입 베어 먹고 다시 국수를 먹으면 절인 무를 먹고 난 다음 치킨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대구 국수의 풍미를 한층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정통 대구식 잔치국수는 직접 홍두깨로 밀어 자른 수제 칼국수가 아니라 제면소에서 받아온 면을 사용한다.

대구가 국수의 명가가 된 것은 고온 건조한 기후 덕이다. 지금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고온의 실내 건조대에 넣었다가 8∼9시간 만에 절단해서 팔지만 옛날에는 자연건조 방식으로 이틀 정도 말려야만 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지방에서는 당연히 국수 공장이 잘될 리 없다. 햇볕 쨍쨍한 대구의 여름 날씨가 국수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국수는 주문과 동시에 홍두깨로 밀어 만드는 칼국수와 달리 재빨리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소면이었다. 전쟁 후 미국의 밀가루가 국내에 들어와 대량으로 유통되면서 국수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런 세상이 도래하기 20여년 전인 1938년 이병철은 대구에 국수공장을 세우고 지금의 삼성의 모태가 된 별 셋이 그려진 로고를 선보이며 삼성신화의 탄생을 알렸다. 대구의 물류 중심지인 서문시장 인근에 설립된 삼성상회는 대구 근교에서 수집한 청과물과 포항 등지에서 들여온 건어물을 중국과 만주에 수출하였으며, 내수 시장을 겨냥해 무역업 외에도 제분기와 제면기를 설치, 국수 제조업도 겸했다. 삼성상회가 만든 별표 국수는 지금의 삼성 반도체처럼 처음부터 1등이 아닌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들어 1위를 차지하기 위해 공성전을 펼쳤다. 별표 국수 가격은 경쟁사 제품에 비해 다소 비싸도 맛이 좋았기 때문에 삼성상회 앞에는 국수를 선점하려는 도매상인들이 몰고 온 이륜차, 짐자전거, 리어카, '말 구루마'로 북적댔으며 국수 판 돈으로 후에 제일제당, 제일모직의 설립자본을 마련하게 된다.

별표 국수는 삼성의 혼이 담긴 상징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브랜드의 모태로 알려진 ‘별표 국수’ 로고를 상표로 출원했다. 창업기에 쓰던 상표를 보호함과 동시에 ‘뿌리 찾기’에 나선 것이다. 별표 국수 로고에는 원 안에 검은 별 세 개와 국수의 재료인 밀이 그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상표권 등록 개념이 정립되기 이전에 사용되던 로고들을 최근 회사 자산 보호 차원에서 출원했다”며 “아직 사용처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회사의 주력 제품을 대상으로 지정한 만큼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브랜드의 모태로 알려진 '별표 국수' 로고를 상표로 출원했다. ⓒ호암재단
삼성전자가 브랜드의 모태로 알려진 '별표 국수' 로고를 상표로 출원했다. ⓒ호암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의 결정 이전부터 이미 무리한 수사와 기소였다. 2020년에 열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이재용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심의위 권고에 불복하며 3개월후 이재용을 비롯한 11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로써 이재용은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재판에 넘겨진 뒤 약 3년 반 만에 또다시 기소됐었다. 이후 재판은 이날 1심 선고까지 3년 5개월간 이어졌다. 그동안 총 106번이 열렸고, 80여명의 증인이 법정에 출석했다. 이 회장은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한 날을 제외하고 95번을 직접 출석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만큼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재판부가 인정했다.

아무도 손해보지 않은 합병을 승계를 위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배임죄를 적용한 것을 비롯 금감원이 선택한 회계법인마저 문제 없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고발한 것 등을 두고 당시 법조계나 재계 모두 무리한 기소였다고 입을 모았다. 공교롭게도 이재용의 무죄 선고 다음날에 별표 국수 로고의 상표 출원 기사가 나왔다. 반도체에 이어 앞으로 수십 수백년 미래세대 먹을 거리를 찾아가고 있는 이재용의 삼성그룹이 사법리스크를 벗어던지고 국수를 뽑던 창업 당시의 초심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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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2024-02-14 07:39:56
가슴 아픈
일 입니다
삼성그룹♨️
이재용회장님
다시는
넘어지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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