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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기부는 액수의 기부가 아니라 시스템 개혁의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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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기부는 액수의 기부가 아니라 시스템 개혁의 기부"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3.10.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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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근 교수, ‘신경영 선언’ 회고 국제학술대회서 이 전 회장 문화 사랑 조명
"“프랑크푸르트서 신경영, 피렌체서 르네상스 재탄생...이 회장 소환한건 시대적 요청”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가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가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개최된 '삼성 신경영 30주년' 국제학술대회에서 '르네상스인(人) 이건희(KH)와 KH유산의 의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경영학회 

[매일산업뉴스]"삼성은 이제 신경영이 선포된 프랑크푸르트에서, 르네상스가 창조된 피렌체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김상근 연세대학교 신학대학 교수는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신경영 30주년 국제학술대회' 후 가진 언론인터뷰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을 선언한지 30년이 흐른 지금 이건희 회장을 재소환한 것은 시대적 요청”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뒤 '초격차'의 삼성이 만들어진 것처럼 앞으로는 피렌체에서 일어난 르네상스 시대의 창조와 사회공헌의 문화를 삼성에 더해 ‘퍼스트 무버(선도자)’로서 한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학·인문학 분야 권위자인 김 교수는 권오현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인연으로 저서 '초격차' 집필시 정리를 맡았다. 그는 이날 이건희 선대회장의 추모 3주기(오는 25일)를 기념한 학술대회에서 ‘르네상스인(人) 이건희(KH)와 KH 유산의 의의’를 주제로 이 선대회장의 ‘KH 유산’으로 이뤄진 대규모 사회 환원의 의미를 되새겼다. 

김 교수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2만3000점에 달하는 문화재와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한 것에 대해 “단순히 투자가치가 아닌 한국 미술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해 국민들과 함께 나누겠다는 의도로 작품을 모아 국가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 선대회장의 유족은 2021년 이 선대회장 개인소장 미술품 2만3000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인왕제색도’ 등 국보 14점, ‘추성부도’ 등 보물 46점이 포함됐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미술 기증품 중 하나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삼성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미술 기증품 중 하나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삼성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이 작품을 기부한 행위는 단순하게 과시나 재산에 관한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국가에 기부했다는 것을 이번에 조사하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들이 보통 작품을 살 때 투자 효과를 생각하는데, 이 선대회장은 투자 행위를 넘어섰다”며 “예를들어 이중섭 작품의 경우 투자 가치가 있는 일반 그림 외에도 세계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예술 장르인 은지화까지 일괄 구매해 기부했다”고 전했다.

이어 “어떤 박물관을 가면 입구에서 어떤 시대의 처음이 나오고 출구로 나가기 전 그 시대를 마감하는 작품이 나온다”며 “이건희 회장은 그 레퍼토리를 완성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중섭이 한국미술사에 미치는 영향력을 박물관적 지식으로 나누고 싶어 했던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미술콜렉팅 방식을 신경영과 연결해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건희 선대회장은 한국의 현대미술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구매했다”며 “퇴근 후 전문가들로부터 이중섭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건희 회장의 독특한 점은 이러한 철두철미하고 본질에 파고드는 힘이 경영적인 측면으로 확대된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이 자주 하셨던 말씀이 업(業)에 대한 본질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신경영으로 이어져 삼성의 기업문화로 정착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희 회장의 근본을 추적하려고 했던 점, 업의 본질로 다가가고자 했던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작품 확장성의 의미도 언급했다. 그는 "흔히 고(故) 이병철 회장은 청자를 좋아했고 이건희 회장은 백자를 좋아했다고 하는데, 이병철 회장은 작품의 미적 가치를 중시하고 이건희 회장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정립하려 한 것으로 해석한다"며 "보통 아들이 아버지의 그림자에 가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희 회장은 부친의 영향력을 이어받으면서도 레퍼토리를 확장해 더 큰 성장을 이뤄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건희 회장이 참 절묘한 조합을 이뤄냈는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며 "바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레퍼토리의 확장성이 신경영으로 이어져 다른 대기업이 10배 성장할 때 삼성은 18배 성장했다. 성장의 폭이 미국의 대기업보다도 훨씬 크다”며 “그런 점에서 이건희 회장의 뛰어난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행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부터),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시각장애인 파트너들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난 9월 19일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행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부터),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시각장애인 파트너들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 선대회장은 미술품 기증 외에도 경영 외 분야에서 많은 유산을 남겼다.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 등 의료 분야에 1조원을 지원했으며, 과학, 의료, 복지, 체육 등 분야에도 폭넓게 공헌했다.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은 기업가가 우리 사회를 위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줬다”며 “기부금 액수보다 중요한 것은 기부가 추구한 목적의 일관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금전적 기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바꾸고 문화와 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일관성을 강조해왔다”며 이 선대회장을 관습과 시스템을 바꾼 ‘개혁자’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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