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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미래먹거리 육성에 혼신다한 이재용 복권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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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미래먹거리 육성에 혼신다한 이재용 복권 1년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3.08.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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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기술 확보 위한 조 단위 대규모 투자계획 쏟아내
자본시장법 위반 등 4년째 재판 ... 사법리스크가 발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 국무부에서 열린 국무장관 주최 국빈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 국무부에서 열린 국무장관 주최 국빈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산업뉴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5일로 복권된지 꼭 1년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그 어느 때보다 숨 가쁜 경영행보를 달려왔다.

안으로는 사업장을 챙기며 직원들과 소통에 나섰는가 하면 밖으로는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찾느라 분주했다. 그런 와중에 민간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했다. 국가적인 어려움이 닥쳤을때는 앞장서 힘을 보탰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매 순간 빛을 발했고, 이는 삼성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층 격상시키는데 일조했다. 

복권 후 70여일만인 작년 10월 27일 회장직에 오른 이 회장은 언론에 알려진 해외출장만 15개국을 훌쩍 뛰어넘었을 정도다. 이 회장은 비공식적인 일정까지 포함해 1년 동안 지구 두 바퀴 이상의 거리를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권 직후인 지난해 9월 유럽·중남미 출장을 시작으로, 회장 취임 후인 지난해 1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있는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과 삼성전자 베트남 R&D 센터 기공식을 챙겼다.

특히 이 회장의 글로벌네트워크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지난 1월 UAE·스위스 순방에 이어 3월 일본 방문, 4월 미국 국빈 방문, 6월 프랑스·베트남 순방에도 다른 총수들과 동행해 다양한 글로벌 투자 협력을 끌어내는 데 일조하는 등 민관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제 지난 4월 미국 순방시 이 회장이 비즈니스라운지테이블에 참석한 윤 대통령에게 외국의 경제 인사들을 일일이 소개하는 모습이 담긴 유튜브 쇼츠 영상은 100만뷰에 육박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앞서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로 알려진 빈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당시에도 그와 친분이 있었던 이 회장 주도로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차담회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워싱턴DC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누바르 아페얀 모더나 이사회 의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지난 4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누바르 아페얀 모더나 이사회 의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방미 경제사절단 일정을 마친 뒤에는 미국 동부 바이오 클러스터와 서부 실리콘밸리 ICT 클러스터를 횡단하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주요 글로벌 기업 CEO 20여명을 두루 만났다.

최근에는 캐나다를 거쳐 독일 뮌헨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독일에 방문해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과 관련해 독일 자동차 업계 등과 협업을 논의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나 사업 논의 등을 위해 수시로 해외를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 5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오른쪽 네 번째)와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 5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오른쪽 네 번째)와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처럼 글로벌 행보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위기 속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엔 반도체 업황악화로 상반기 적자만 9조원 가까이 내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선두 자리를 유지 중인 메모리반도체는 최근 경쟁자들이 매섭게 추격하고 있고, 파운드리의 경우는 대만 TSMC에 뒤처져 있는 등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상황이 녹록지 않다.

선대회장인 고(故) 이건희 회장이 ‘품질경영’을 강조했다면, 이 회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초격차 기술’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을 강조했다.

이에따라 삼성은 '초격차' 기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집중하며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3월에 오는 2042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30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고, 부족한 생산시설을 확충해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를 추격하겠다는 목표다. 이를통해 직접 고용 3만명을 포함해 고용 유발만 16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바이오 분야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7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속으로 '세상에 없는' 기술과 제품 발굴을 위한 미래기술사무국을 신설했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현대차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처음 손을 잡는 등 전장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 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현대차에 2025년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개발에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 회장은 지역균형 발전과 지역산업 생태계활성화 등 상생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은 물론 전국에 있는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10년간 60조1000억원을 투자해 지역을 첨단산업의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또 지역 산업 부흥을 위해 추가 상생 프로그램에 3조6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복권 이후 삼성은 길지 않은 기간에 걸쳐 조(兆) 단위 대규모 투자 계획을 쏟아내는 중"이라며 "이같은 배경에는 차세대 미래 먹거리를 육성하겠다는 이 회장의 적극적인 주문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4월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적인 재난과 위기가 닥쳤을 때도 복구를 위한 지원에 팔을 걷어부쳤다. 삼성이 지난 1995년부터 국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난·재해 극복을 위해 기부한 성금은 110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강원도 산불 피해 때 30억원을 지원했으며, 집중호우 때도 30억원을 기부했다. 이 외에도 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긴급 구호물품을 제공하고 가전제품 특별 점검, 카드 고객 금융 지원 등에 나섰다. 잼버리 행사때는 음료수 20만개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진료버스와 구급차, 간이 화장실, 살수차 등은 물론 퇴영시엔 숙식을 제공하며 반도체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걸림돌이다. 지난해 복권과는 별개로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과 이를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2020년 9월 기소돼 4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오는 25일 100차 공판이 예정돼 있는 이 회장은 1주~1달 간격으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장기간 출장이나 일정을 잡는 데에 제약을 받고 있다. 또 현재 미등기 임원 상태인 이 회장의 등기 임원 복귀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재판은 10월 말경 심리가 마무리되고 빠르면 올해 말쯤 1심 선고가 이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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