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8 01:35 (일)
[김연화의 소통화통]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이 젠더갈등?
상태바
[김연화의 소통화통]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이 젠더갈등?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7.2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상대방에 신뢰를 주고 싶다면 외적인 부분도 걸맞게
올바른 옷차림은 마음이 편해지고 일의 능률도 향상
지난 1일 배꼽티와 랩스타일의 반바지 차림으로 퀴어축제에 참가한 류호정 의원(왼쪽)과 지난 2021년 6월 16일 국회의사당에서 등이 파인 원피스를 선보인 류 의원. 사진은 류 의원 SNS 캡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일 배꼽티와 랩스타일의 반바지 차림으로 '제24회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모습(왼쪽)과 2021년 6월 16일 국회의사당에서 등이 파인 원피스 차림을 한 모습(오른쪽).  사진은 류 의원 SNS 캡처.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로스앤젤레스 캘포니아대학(UCLA)교수였던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의 ‘메라비언 법칙’에 따르면,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비언어적인 요소 55%, 청각적인 요소 38%, 언어적인 요소가 7%라고 한다. 이 법칙의 의미는 언어적인 요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언어의 의미가 비언어적인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필자가 어떤 모임에서 스피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를 하면 사람들은 ‘자신도 말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질문하곤 한다. 이런 분들께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 “스피치는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입니다”라고.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고 싶다면 자신의 외적인 부분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경찰복을 입은 사람이 시민의 안전에 대한 말을 할 때 우리는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된다. 또,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환자에게 “운동 열심히 해야 합니다”고 말할 때 마치 특별한 말을 들은 것처럼 그 말에 신뢰감을 갖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2가 일대에서 열린 '제24회 서울 퀴어 문화축제'에 배꼽티와 미니스커트처럼 보이는 랩스타일의 청반바지를 입는 파격 행보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MZ세대를 반영한 옷차림이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있는 반면 국회의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지적도 많다. 류 의원의 옷차림은 이번만 이슈가 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20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붉은 색 랩스커트를 입어 큰 화제가 되었고, 이후에도 종종 청바지와 반바지 차림을 선보였다. 또, 2021년에는 ‘타투업 합법화’ 추진을 위해 국회의사당 본관 앞 분수대 인근에서 등이 훤히 보이는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이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다. 어찌됐든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류 의원의 옷차림을 두고 굳이 젠더갈등으로 갈 필요는 없다. 남성중심사회에서 강요된 여성화를 거부하는 ‘탈 코르셋’ 운동(여성주의 운동)에 대한 심각한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류 의원의 옷차림이 과연 수많은 국민을 대표해 법을 발의하고 사회제도를 감시하는 업(業)을 하고 있는 정치인의 옷차림으로서 적절했는가를 말하고 싶을 뿐이다. 누군가는 “평범한 젊은 세대들의 옷차림인데 뭐가 문제되겠는가?”, “너무 꼰대 같은 사고방식 아닌가?”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의 모습을 더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MZ세대들 중에서도 류 의원의 옷차림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국회는 그저 가볍게 옷을 입고 다니는 동네가 아니다. 입법, 중요한 국책을 다루는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류 의원이 과거 인터뷰에서 “국회에 정해진 복장이 있진 않다”라고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맞다. 그러나 류 의원도 장례식장에 조문하러 갈 때 등이 파진 파란색 드레스나 편하다는 이유로 반바지를 입고 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장례식장에도 정해진 복장이 있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소에 조문하러 갈 때 검정색 의상에 장신구를 거의 하지 않는다. 돌아가신 망자에 대한 예의를 표하기 위해서다. 만약 배꼽티에 반바지, 노출이 있는 드레스 등을 입고 조문을 간다면 사람들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거나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내가 편한데 무슨 상관이야’라는 생각에 입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불쾌감을 주고 논란거리가 된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나라를 대표하는 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관정제(衣冠整齊)’란 말이 있다. ‘격식에 맞게’ 옷차림을 갖추고, ‘바르게 행동함’이란 뜻이다. 우리 옛 조상들은 의복이 주는 깊은 의미를 잘 알고 바른 옷차림을 함으로써 예를 갖추었다. 이것이 사람이 사는 근본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옷차림은 마음이 편해지고 일의 능률도 오른다. 자신감도 생기며 신경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한 상대방이 바라볼 때 기분이 좋아진다. 따라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업무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TPO(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에 맞는 바른 옷차림이 매우 중요하겠다. 반대로 적절하지 않은 옷차림일 경우 사람들의 불필요한 비판과 논란거리가 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의 안정은커녕 스트레스만 받게 되니 어찌 일이 잘 될 수 있을까?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