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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킬러 문항 없애기보다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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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킬러 문항 없애기보다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부터!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7.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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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수능 쉽게내도 전국 학생 일렬종대 세우는 한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는다
각 대학이 나름대로 학생 선발부터 고유한 특성을 갖추어야 경쟁력 생겨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논란 등으로 사교육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2일 BC카드 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학원 매출은 5년간 연평균 4.4%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논란 등으로 사교육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2일 BC카드 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학원 매출은 5년간 연평균 4.4%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꺼내든 이른바 ‘킬러 문항’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수능 문항을 갖고 왜 대통령까지 나서는지 의아했는데, 막상 킬러 문항의 실례를 보고는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례를 보니 단순히 난도가 높은 정도가 아니라 대학교수라 해도 머리를 쥐어짤 듯할 정도의 초고난도의 문제였다. 아무리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지만 해도 너무 한 게 아닌가 싶다. 고등학교 과정을 훨씬 뛰어넘는 배경지식을 갖추지 않고는 풀 수 없을 뿐 아니라, 설사 배경지식을 갖추고 있다손 치더라도 배배 꼬아놓아 수험생들이 아예 질려버릴 문제들은 그야말로 ‘문제’였다. 합리적이라면 대충 찍고 그 문항은 빨리 건너뛰는 게 상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논란을 보면서 이 나라가 참 딱하다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수능 문항을 두고 나라가 발칵 뒤집히는 모양새도 그렇지만, 왜들 그렇듯 하나같이 비논리적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갑자기 사교육 때려잡겠다고 사교육업체는 물론 이른바 ‘일타 강사’들까지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꼴이라니. 탈세를 했다면 수능과 상관없이 응당 처벌해야 할 일이지만 왜 하필 지금인가. 대통령 한마디에 이렇듯 법석을 떠는 모습은 영 마뜩잖다.   

킬러 문항 없애겠다고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킬러 문항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혀를 찼다. 세상에! 그런 법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법 내용을 살펴보니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 유발행위 금지’가 목적이다. 국가가 학생들의 교육을 독려하는 게 아니라 공부하겠다는 걸 막겠다는 법이니 이게 정상인가. 도대체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기절초풍할 것은 학교장의 책무가 선행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지도‧감독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학부모의 책무까지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의 교육과정에 따른 학교 수업 및 각종 활동에 성실히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학교의 정책에 협조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학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든 그건 학부모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런 걸 법으로 규정하다니 이런 코미디가 없다. 강제성이 있으면 더 문제겠지만 강제성이 없으니 있으나 마나 한 규정이다. 이 나라 법이 다 이런 식이다. 

킬러 문항을 없앤다는 것은 곧 문제의 난도를 낮춘다는 것인데, 어느 수준이 적정한지 그걸 어떻게 알며, 누가 판단할 것인가. 설마 대통령이 판단하겠다는 것은 아닐 듯한데, 모를 일이다. 올 수능 시험 후 대통령이 또 한마디 하면 교육부는 새로운 잣대를 만들겠다고 부산을 떨지 않을지 걱정이다.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어디까지가 교과과정 내인지 누가, 어떻게 판단한단 말인가. 문항의 지문을 모조리 교과서 외에서는 내지 못하도록 할 작정이 아니라면 ‘교과과정 내’의 범위를 판단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역대 어느 정부 할 것 없이 사교육을 없애거나 사교육비를 줄이려 온갖 방책을 다 놰놨다. 학부모 등골 빠진다는 이유로 언론도 늘 사교육을 문제 삼아 왔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사교육이 왜 문제가 되는가. 그리고 사교육을 갖고 왜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가. 정부가 할 일은 사교육을 옥죄는 게 아니라 공교육을 어떻게 튼실하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잠자는 게 공교육의 현실인데, 이런 현실은 방치한 채 애꿎은 사교육의 목을 죄려 하니 성과가 날 리 없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법이다. 사교육 수요가 어려운 수능 시험 때문인가. 수능 문제를 쉽게 내면 사교육은 없어질까.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전국의 학생을 일렬종대로 세우는 한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는다. 

이 모든 넌센스가 대학의 신입생 선발 방식의 문제로 벌어진 일이다. 대학의 신입생 선발을 왜 정부가 획일적 방법으로 강제하는지 이제는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각 대학이 알아서 신입생을 뽑도록 하면 정부가 이토록 골치 썩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부정 입학 등 비리가 생겨날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인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일단은 믿고 그냥 맡겨야 한다. 대학이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에 따르기만 한다면 설혹 무슨 의심이 될 만한 게 있더라도 내버려 둬야 한다. 장기적으로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부정 입학은 대학 스스로 단죄하고 정화할 것이다. 

각 대학이 나름대로 고유한 특성을 갖추어야 경쟁력이 생기는 법이다. 그러려면 학생 선발권부터 대학에 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든 면접만으로 뽑든, 아니면 학생부를 보고 뽑든 대학이 알아서 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과거부터 교육부를 없애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던가. 우리나라 교육개혁은 정부의 획일적인 통제를 없애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만 빠지면 길이 저절로 보일 것이다. 정부가 통제하는 한 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사회문제는 개선되지 않으면서 교육 관료들이 퇴임 후 주요 대학이나 교육단체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는 교육 마피아의 ‘그들만의 리그’만 되풀이될 뿐이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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