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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민주당의 어게인 광우병 괴담 그러나 국민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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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민주당의 어게인 광우병 괴담 그러나 국민은 달라졌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6.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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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위해성이 없음을 100% 입증하지 못한다면 용납 못한다는 억지
과학으로 극복하느냐 괴담에 끌려 벼랑 끝으로 몰려가느냐 기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원내 제1당이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사법 리스크’와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게이트’ 등으로 지리멸렬한 상태에 있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당의 간판을 내려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지경에 처해 있는 것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은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바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염수’가 아니라 ‘오염 처리수’라고 해야 옳지만 이재명 대표는 아예 ‘핵폐수(핵 폐기수)’라고 ‘규정’하며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 지금의 민주당 행태를 보면 ‘어게인 광우병 괴담’을 외치고 있는 듯 보인다.

지금의 형국이 묘한 것은 민주당이 국민 건강을 위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결사반대하는 반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마치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모양새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부 여당은 과학적 검증을 강조하고 있는 것인데, 보기에 따라서는 일본 정부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아니 사실 민주당은 그렇게 몰아가고 있다. 그래서 한덕수 총리에게 “오염 처리수가 그렇게 안전하면 마실 수 있겠느냐”고 다그치고, 한 총리로부터 “마시겠다”는 답을 이끌어냈다. 생각하기에 따라 국민은 “왜 우리 정부가 일본을 대변하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수도 있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만일 원전 오염 처리수가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일본이 그것을 방류하는 것을 막을 명분은 없다. 문명사회라면 그게 상식이다. 그래서 정부 여당은 엄중한 감시와 과학적 검증을 강조하는 것인데, 민주당은 막무가내로 반대하면서 우리 정부를 공격한다. 국제기구인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후쿠시마 오렴 처리수에 대한 입장은 전임 문재인 정부나 현 윤석열 정부나 다를 게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한 태도는 민주당 지지자들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 여당은 ‘과학과 사실, 또는 진실’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강조한다. 그래서 위해성이 없음을 100% 입증하지 못한다면, 다시 말해 0.1%라도 의심할 만한, 아니 문제 삼을 만한 구석이 있다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우긴다. 사실 정서적으로 보면 민주당의 주장에 공감할 수도 있다. 0.1%가 아니라 0.0001%라도 개운치 않은 점이 있다면 방류를 막는 게 우리에게 이익이다. 아무래도 완벽한 게 좋지 않은가.

하지만 세상에 100%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준치라는 게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막연한 정서상의 문제로 과학과 상식을 배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천재지변을 당한 이웃 나라 보고 계속 그 고통을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가혹한 일이다. 무슨 소리냐 하면 냉각수로 인해 오염 처리수는 계속 나올 것인데 그걸 계속 보관하라고 하면 종국에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임에도 방류하지 못하게 하는 게 온당하냐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영양실조 어린이들에게는 동정심을 느끼면서 재앙을 당한 이웃 나라에게, 그 나라가 일본이라는 이유로 고통을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다.

이치가 이러함에도 민주당이 기세를 올리는 것은 광우병 괴담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달리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에 괴담으로 자신들이 안고 있는 수많은 의혹과 리스크를 덮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광우병 괴담과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똑같은 프레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즉, 국민 건강과 안전이라는 프레임이 그것이다. 이 프레임으로 재미를 본 민주당은 광우병 괴담의 추억을 되살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담론의 초점을 바꾸려는 것이다. 그동안 대장동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이재명 관련 의혹 사건은 다 어디 갔는지 갑자기 보이지 않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현실이 시사하는 바는 ‘다른 쟁점이 생기면 아무리 중요한 쟁점도 대중은 금방 잊는다’는 사실이다.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출신 함운경 씨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 행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공세를 비판하며 생수로 '희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함 씨는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을 주도했다. ⓒ연합뉴스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출신 함운경 씨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 행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공세를 비판하며 생수로 '희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함 씨는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을 주도했다. ⓒ연합뉴스

주지하듯 MBC ‘PD수첩’이 2008년 4월 29일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제목의 방송을 내보내면서 광우병 괴담이 극성을 떨었다. PD수첩은 방송에서 퇴행성 뇌질환을 보이다가 사망한 미국인 여성 아레사 빈슨(Aretha Vinson) ‘사건’을 소개했는데, 당시 빈슨이 앓고 있던 질환이 인간 광우병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사망자 어머니 인터뷰와 미국 언론 보도 등을 이용해 빈슨이 마치 인간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갖도록 시청자들을 유도했다. 방송을 본 사람들은 필경 빈슨이 인간 광우병에 걸려 사망했을 거라는 추측을 하기 십상이었다,

사람들에게 특히 충격을 안겨준 장면은 이른바 ‘주저앉은 소’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장면은 처음이라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 장면은 사실 동물 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가 동물 학대와 불법 도축을 고발하기 위해 촬영한 것이었는데, 그 소는 광우병에 걸린 소가 아니라 ‘다우너병’에 걸린 소였다.

“100%의 거짓말보다 99%의 거짓말과 1%의 진실의 배합이 더 나은 효과를 보여준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사람들은 이미 선동당해 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전선동가라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사람,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P. Joseph Goebbels)의 명언이다. 그는 비록 선동가이자 괴물 히틀러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긴 했지만 인간, 그리고 대중의 속성을 꿰뚫어 본 비범한 인물이었다. 괴벨스에 더해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대중은 우중(愚衆)”이라는 말이다. 괴벨스는 대중이 우중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대중의 속성을 꿰뚫어 보지 못했을 것이다.

대중은 레밍(lemming)과 비슷하다. 잘 알려져 있듯 레밍은 나그네쥐라고도 불리는 설치류인데, 집단 자살을 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집단 자살은 사실이 아니다. 동물 중 자살은 하는 부류는 인간 외에 없기 때문이다. 레밍은 시력이 매우 나빠 앞의 동료를 따라가다가 절벽을 만나면 바다나 호수에 떨어져 죽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걸 집단 자살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암튼 집단 자살이든 시력이 나빠 뜻하지 않게 집단으로 빠져 죽는 것이든 대중은 레밍과 비슷한 속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사드 괴담이 허무맹랑 것임이 드러났는데도 민주당은 사과 한마디 없다.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문제를 내년 총선 때까지 끌고 가려는 듯하다. 그러는 중 새로운 괴담이 만들어져 대중을 현혹할 것이다. 결국 관건은 국민의 판단이다. 국민이 사드와 광우병 괴담이 거짓이었음을 확인한 만큼 과학으로 괴담을 주저앉히느냐, 괴담에 끌려 벼랑 끝으로 몰려가느냐가 나라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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