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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전경련 재기의 첫걸음 '갓생한끼' 성료의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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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전경련 재기의 첫걸음 '갓생한끼' 성료의 뒷얘기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3.05.2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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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나서준 정의선 회장, 혁신 플랫폼 박재욱 대표에 노홍철 방송인 조합
겸손하고 성실한 금수저들의 일상에 톡톡 튀는 MZ세대들의 궁금증 호응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 박재욱 쏘카 대표(왼쪽), 노홍철 노홍철 천재 대표(오른쪽)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갓생 한 끼’ 행사에서 MZ세대 참가자들과 '꿈을 위한 갓생(God生) 그리고 불굴(不屈, Tenacity)'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 박재욱 쏘카 대표(왼쪽), 노홍철 노홍철 천재 대표(오른쪽)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갓생 한 끼’ 행사에서 MZ세대 참가자들과 '꿈을 위한 갓생(God生) 그리고 불굴(不屈, Tenacity)'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매일산업뉴스]전경련 주최로 지난 25일 성료한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 이른바 ‘갓생한끼’가 연일 화제다. 멘토로 초청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박재욱 쏘카 대표, 노홍철 노홍철천재 대표와 MZ세대 30명들간 격의없는 소통으로 진한 울림을 줬다. ‘갓생한끼’는 세대간 벽이 허물어지고,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편견 대신 도전과 열정이 꿈틀거리는 현장이었다.

'갓생한끼'는 전경련이 국민소통을 위한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전경련과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씻어내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마련됐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한국판 버핏’과 MZ세대와의 점심이라니. 기획의도는 참신했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 식사는 경매 방식으로 낙찰자가 돈을 지불하지만, ‘갓생 한끼’는 계획서로 제출한 재능기부를 3개월 내 실천하는 것으로 점심값을 대신할 계획이란다. 하지만 전경련이 주최하는 행사에 나서겠다는 ‘버핏’들이 있을지부터가 의문이었다. 국민들의 뇌리속에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워져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취지가 좋다한들 전경련 행사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재계에서의 위상은 물론 스타성까지 갖춘 인물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게다가 전경련이 이런 파격적인 시도를 한 적은 한번도 없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게 웬일. 정의선 회장이 ‘갓생한끼’ 1호 멘토로 선뜻 나선 것이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전경련은 일단 시선을 끌어모으는 것에는 성공했다. 여기에 박재욱 대표, 노홍철 대표까지 가세했다. 이 세 명의 조합이 참으로 절묘하다. 전통적인 제조업으로 국내 재계를 이끌고 있는 총수, 혁신플랫폼기업으로 스타트업계의 신화를 쓴 인물, 개그맨으로 더 잘 알려진 방송인 겸 사업가가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1부는 멘토 3명과 MZ세대 30명이 함께하고, 햄버거가 곁들여진 2부는 멘토 1명과 MZ세대 10명이 그룹을 지어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멘토 3인방은 겸손함으로 MZ세대들과 눈 높이를 맞췄다. 그들은 ‘갓생한끼’에 참여하게 된 이유로 “MZ세대들에게 배우러 왔다”며 자신들의 몸을 낮췄다. 각자 멘토들의 업(業)은 달랐지만, 이들은 "MZ세대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무엇을 해야할지 방향이 명확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전경련의 숨은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일까. 질문의 수위조절도 적절했다는 평가다. '3인3색' 그룹별 대화를 위한 방도 사무공간에서 탈피, 멘토들의 업에 대한 이미지와 MZ세대들의 밝고 톡톡 튀는 분위기로 조화롭게 연출했다. 여기에 진행자의 위트 넘치는 맛깔난 말솜씨 덕분인지 분위기는 한층 더 살아났다.

일반 사람들은 VVIP들의 특별한 일상보다는 사소한 일상을 더 궁금해한다. 언제 일어나, 무얼 먹고, 무얼하며 지내는지 등등. 타고난 금수저들은 별다른 걱정없이 살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설령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회사에서 ‘알아서’ 대처해주겠거니하면서 말이다. 바로 그런 점에 착안한 일상의 가벼운 질문들로 시작했다.  

멘토들의 입은 자연스럽게 열렸다. 이는 참석한 MZ들이 기업인에 대한 닫힌 마음이 열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특히 정의선 회장 그룹에서는 시종 웃음꽃이 그치질 않았다는 후문이다. 더군다나 비즈니스에 있어서 약속시간은 매우 중요하기에 철저히 관리된다. 그런데 다음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있던 정의선 회장은 MZ들과의 대화에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고. 조급해진 보좌진들의 재촉에 정 회장은 다음 일정을 조금 늦추는 대신 MZ들과의 대화에 예정된 시간보다 15분을 더 할애했다고 한다.

‘특별한 멘토’들의 일상공개로 알게 된 것은 그들 역시 ‘보통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굳이 살을 보태면 ‘돈 많고 친절한 옆집 아저씨’정도랄까.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부터 출근시간, 퇴근 후엔 무엇을 하는지, 운동여부와 심지어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소소한 일상을 솔직담백하게 들려줬다. 노홍철 대표는 눈 뜨면 아이스크림부터 먹는다는 특유의 습관을 털어놓기도 했다.

멘토들의 메시지는 더할 나위없이 강렬했다. 성공한 멘토들, 금수저들은 실패와 좌절의 쓴 잔을 마신 경험이 있을까. 위기가 닥쳤을때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갓생불굴’의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멘토들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MZ세대들과 소통하며 '헬조선'에 살고있음을 한탄하는 MZ세대들에게 쓰러지지 않는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정의선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5년 기아가 위기에 빠졌을때를 언급했다. 그는 회사가 망하기 직전, 은행을 찾아다니면서 돈도 많이 꿔봤고, 여러 가지 많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당시 "제일 중요한 건 혼자하는 것이 아닌 조직이 똘똘뭉쳐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내부의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고 회상했다. 이는 개인주의성향이 점점 강해져가는 MZ세대들에게 모처럼 조직내 팀워크의 중요성을 일깨운 일성이었다.

‘갓생’에 대한 멘토들의 생각과 각자의 꿈(비전)도 공유했다. 정의선 회장은 “갓생에 대한 정답은 없다”며 “스스로 생각하는 가치에 있다”고 했고, 노홍철 대표는 “노는 것이 나의 일이 되는 것”이라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 재미있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박재욱(세 번째 줄 왼쪽 세 번째부터) 쏘카 대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노홍철 노홍철천재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갓생 한 끼’ 행사에서 MZ세대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약 1시간 30분간 소통하는 사이 기업인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는 사라졌다.

정의선 회장 그룹에 참석했던 A양은 “회장님을 뉴스에서만 보다보니 멀게만 느껴졌는데, 오늘 직접 뵙고 대화해보니 소탈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며 “회장님의 미래비전에 대한 인사이트와 확신, 열정, 그리고 정말 열심히 사시는구나 하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완전 ‘갓의선’이다”며 환호했다.

박재욱 대표 그룹에 참석했던 B군은 “도전에 대한 열정, 의지로 가득찬 젊은 CEO였다.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나의 나태함은 버려야겠다”며 “오늘부터 나의 롤모델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또 노홍철 대표 그룹에 참석했던 C양은 “무한긍정 에너지를 팍팍 받아간다”며 “앞으로 스스로 진로결정하고, 재능기부에 활용하겠다”고 다짐했다.

전경련은 ‘갓생한끼’로 이제 막 ‘갓생’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 전경련은 이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도 ‘갓생한끼’를 열 계획이란다.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국민소통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다. 문제는 첫걸음마를 시작한 이후부터다. 전경련이 형식적인 행사를 넘어 국민과 소통하는 단체로서 ‘갓생’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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