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산업뉴스]삼성전자 베트남법인 2차 협력업체에서 유해물질 중독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 회사측은 "협력업체도 사기피해를 당했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날 반올림 등 시민단체들은 삼성전자 공급망 내 메탄올 사용 금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9일 "이번 사고는 베트남 현지업체가 메탄올이 다량 함유된 가짜 에탄올을 협력업체에 '허위 납품'하는 바람에 발생했고 현지 공안 당국이 '가짜 에탄올' 제조·유통 경로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 16개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베트남 협력업체 노동자의 메탄올 중독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공급망 내 메탄올 사용을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 14일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2차 협력업체 'HS테크'에서 37명이 메탄올 중독 판정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42세 여성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스마트폰 부품을 만드는 ‘HS테크’는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 성우의 베트남 현지 공장단지에 입주해 있는 2차 협력업체로, HS테크 대표는 한국인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세척·탈지·냉각 용도로 사용되는 메탄올은 장기간 노출되면 중추신경계와 시신경 손상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다.

2016년 국내에서 삼성전자 등의 휴대전화 부품 협력업체 노동자 6명이 제조 공정에서 메탄올을 사용했다가 시력을 잃는 일이 발생하자 삼성측은 2019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모든 사업장과 협력업체에서의 메탄올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관련, 반올림 등은 "협력사가 한국이 아니라 베트남에 있다는 점을 빼면 2016년 사고와 너무나 똑같다"며 “삼성의 공언이 얼마나 공허한지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기면서 위험도 함께 옮겼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사고가 난 베트남 법인의 2차 협력사는 에탄올 제품을 발주했고, 현지 납품업체로부터 해당 물질이 에탄올이라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제공받았기 때문에 에탄올로 믿고 사용했다는 것이다.

MSDS는 화학물질에 대해 유해위험성, 응급조치요령, 취급방법 등 16가지 항목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자료로, 국내는 물론 베트남과 전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대해 삼성전자는 “전 세계 사업장의 유인 공정에서는 메탄올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협력사들도 무인 자동화 공정 등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메탄올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지속적으로 점검,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발생 직후 에탄올 사용 협력회사에 입고 전 시료 분석을 통해 성분을 검증하는 절차를 추가로 도입하고 특별 현장 점검과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다만 이번 사건처럼 현지업체가 작심하고 가짜 제품으로 '사기'를 치는 경우 이를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삼성전자는 “사고 피해자들에게 1차 협력사에서 병원비 등 지원을 해준 걸로 알고 있다”며 “추가지원 여부는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강미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