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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KT 대표 후보, 사퇴 ... 사상초유 경영공백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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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KT 대표 후보, 사퇴 ... 사상초유 경영공백 현실화
  • 김석중 기자
  • 승인 2023.03.27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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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정 20일 만에 사퇴 ... 이사회 28일 대응책 논의 ㆍ31일 정기 주총
사내이사 '無' ... 사외이사 3명도 불투명
당분간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대표 직무 대행 맡을 듯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 ⓒKT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 ⓒKT

[매일산업뉴스]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27일 후보직을 공식 사퇴했다.  후보로 내정된 지 20일 만이자 사의를 표명한 지 닷새 만이다.

이에따라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인 KT는 사상초유의 경영공백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윤 후보는 이날 이 같은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하고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KT측이 전했다.

KT는 "윤 후보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KT는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22일 이사진과 조찬 간담회에서 조직을 위해 많이 고민했다며 사의를 밝혔지만, 이사들의 강한 만류로 숙고를 거듭해오다 결국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 배경은?

포스코와 함께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인 KT는 공교롭게 올초부터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건이 물리면서 정권의 직접적인 타깃이 됐다. 

여권의 KT에 대한 압박은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인없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윤 후보의 사퇴는 여권의 압박과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KT 이사회로부터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됐지만, 국민의힘 소속 국회 주무 상임위원들을 비롯한 여권은 구현모 현 대표와 윤 후보를 비롯한 KT 현직 사내외 이사진을 '이익 카르텔'이라고 주장하며 차기 경영진 후보 인선안에 반대해왔다.

특히 여권은 윤 후보 실명을 거론하며 배임 의혹이 제기된 구 대표의 "아바타"라고 주장하면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 구성 요청,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불참, 자사주로 다른 회사와 상호주 취득 시 주총 승인을 요구하는 정관 변경안 수용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려 안간힘을 썼다.

특히 윤 후보를 비롯한 KT 이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캠프에서 경제특보를 맡은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윤 대통령 충암고 동문인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 후보로 내세우기도 했지만, 이들이 모두 사퇴하면서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여기에 윤 후보가 과거 현대차 임원 시절 구현모 대표 친형이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투자 결정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의 내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의결권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윤 후보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민연금은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 초기부터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해 주총에서 윤 후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간 우호 지분으로 분류됐던 2대 주주 현대차그룹마저 KT에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출 같은 주요 이슈에서 이사회가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윤 후보는 결국 거취를 고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3대 주주인 신한은행도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의사에 반대하기는 어려워 비슷한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1∼3대 주주 지분을 더하면 약 23%이지만, 다른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이보다 더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반쪽 된 KT 이사회, 경영공백 수습 가능할까

이에따라 KT는 사상초유의 경영공백 사태가 현실화됐다.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곧바로 재개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1개월 이상 소요된다. 따라서 KT는 4월 이후 경영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게 된다. 대표의 의사 결정이 필요한 조직 개편, 상무급 이상 임원 인사, 계열사 투자 유치 및 상장 추진 등이 모두 '올스톱'될 전망이다

이사진도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윤 후보 사퇴에 따른 사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에서는 윤 후보 사퇴에 따라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 이후 누가 대표이사 직무 대리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구현모 현 KT 대표의 임기는 31일까지다. 주총에서 대표를 뽑지 못하면 당분간 대표 없이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가 모두 없을 경우 KT 정관에 따라 사장급인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대표 직무 대행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법상 구 대표가 당분간 대표직을 수행할 가능성도 있지만 연임을 포기한 구 대표가 리더십을 지니긴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KT이사회가 사내이사 공백과 주요 주주들의 사외이사 연임 반대라는 내우외환에 처했다는 점이다.

윤 후보의 사퇴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자동으로 폐기됐다. 기존 사내이사였던 구 대표와 윤 내정자는 오는 31일부로 임기가 끝난다.

사외이사진의 경우 기존 사외이사였던 이강철, 벤자민홍 이사가 연초 사퇴한 데 이어 신규 사외이사로 내정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이사 자리를 고사했다.

강충구·여은정·표현명 등 3명의 사외이사 재선임도 불투명하다.  KT 1·2대 주주인 국민연금·현대자동차뿐 아니라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도 이들 3명의 사외이사 연임을 반대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KT이사회는 4월 이후 김대유·유희열·김용헌 3명의 사외이사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 경우 차기 대표 선임이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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