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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정치인들 싸움하는게 차라리 경제 도와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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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정치인들 싸움하는게 차라리 경제 도와주는 겁니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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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민생 무관 법무장관 시비걸기로 국감 허송세월
"정치가 경제 관심 가지면 오히려 방해" 되새겨야
당초 예상보다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더 높은 수준으로,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더 오래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6일 서울 시내 은행에 걸려있는 대출 안내 현수막 모습. ⓒ연합뉴스
당초 예상보다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더 높은 수준으로,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더 오래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은 6일 서울 시내 은행에 걸려있는 대출 안내 현수막 모습. ⓒ연합뉴스

지난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또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벌써 4연속이다. 아무리 고물가를 잡기위한 결정이라지만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일일이 다 찾아보진 않았지만 역사상 이런 경우가 있었나 싶다. 때문에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이번 미국의 결정으로 한국도 오는 24일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의 금리가 미국보다 최대 1%p나 낮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에 유입되어 있는 달러화는 높은 금리를 주는 미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의 혈관과 같은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기에 한국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그런데 금리를 올려도 문제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짐은 물론 안 그래도 어려운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크게 늘릴 수 있다. 특히 빚이 많은 기업, 가계는 한계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부 건설사들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도 가능성이 계속 커지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위축 영향으로 증권사들이 조직규모를 10~50%까지 줄일 것이라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모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한 인사는 현재 제1금융권을 제외한 금융기관들은 지금 당장 파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의외로 정치권은 현재의 경제 위기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1년에 한번 있는 국정감사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자기들만의 리그다. 해외순방 발언 논란 및 외교부 장관 해임 문제, 서해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한 반발, 감사원의 전임 정부 감사문제 등 곳곳에서 고성과 막말만 난무했다. 심지어 국민들은 민생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법무부장관이 새벽에 대통령과 술을 마셨는지 여부를 갖고 몇 시간을 싸우기도 했다. 보고 있노라면 ‘정말 민생은 관심이 없구나’, ‘초등학생 토론도 저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요새보면 우리나라 정치는 4류도 안되는 것 같다.

부디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다가오는 위기는 기업의 힘만으로 결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미 정부·가계·기업 부채는 역대 최고 수준이고, 아무리 어려워도 흔들리지 않던 수출마저 휘청이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국가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국가 신용위험도 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해외 자금조달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위축, 미국발 금리인상 지속,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우크라이나 사태. 그리고 연이은 북한의 도발까지. 정말 나라 안팎에 성한 곳이 없다.

지금 기업들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살고 있다. 무더기 파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다들 살아남기 위해 자금조달 전략, 경영전략 재수정 등 매우 분주하다. 하지만 일개 기업들 힘만으로 모든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디 정치인들 더 이상 초등학생같은 싸움질은 그만들하시고, 무더기 파산을 막는데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파산으로 고통받는 것은 결국 우리 서민들 몫 아니겠는가. 경제살리기에는 여야가 없어야 한다.

참고로 이 글의 취지에 손사래치던 모 기업인은 사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그냥 두세요. 정치가 경제에 관심을 갖는 순간 오히려 더 방해만 됩니다. 차라리 지들끼리 싸우기만 하는 것이 오히려 도와주는 겁니다." 혹 정치인이 이 글을 본다면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을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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