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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화물연대에 무릎 꿇은 윤 정부의 나쁜 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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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화물연대에 무릎 꿇은 윤 정부의 나쁜 선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6.1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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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안전운임제 연장 약속에 화물차 유가 보조금 확대 방안 추진까지
민·형사처벌 면제는 월권...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닌 비정상의 확대
사진은 지난 8일 TV조선 영상 캡처

정부와 화물연대가 14일 파업 종료에 합의했다. 물류대란으로 여러 산업부문에서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 파업이 종료된 것은 다행이지만 결코 환영할 수 없다. 이익집단이 실력행사로 나오면 그 타당성이나 불법 여부와 상관없이 파급효과가 크면 정부가 물러선다는 매우 나쁜 사례를 남겼다는 점에서다. 앞으로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때마다 두 손 들 것인가.

화물연대는 올해 말 만료 예정인 안전운임제 연장 약속을 받아냈고, 이에 더해 유가 상승을 반영한 화물차 유가 보조금 확대 방안 추진과 안전운임 적용 품목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해나간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거기에 민·형사상 처벌도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얻은 성과라고는 급한 불을 껐다는 것밖에 없다. 정부의 완패다. 아니 정부가 완전히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이럴 거면 전 산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8일 동안이나 버티고 있었던 까닭이 무엇인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더욱이 민·형사상 처벌까지 면제시켜준 것은 정부의 월권이다. 형사법은 당연히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게 법치주의다. 그런데 정부가 그걸 면제시켜줄 권한이 있는가. 또, 민사상 처벌 면제는 정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켜질 수 없는 것이다. 예컨대 화물연대의 파업, 아니 담합에 의한 업무거부로 피해를 입은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손해해배상 청구를 한다면 정부가 그걸 막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안전운임제라는 게 애당초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화물자동차의 저운임으로 인한 과로, 과속, 과적 등 화물운송 종사자의 근로여건 개선 및 교통안전을 확보하고자 최저운임을 설정한 것으로 컨테이너·시멘트 운송 화물차에 적용하되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일몰제에 따라 올해 말로 자동 폐기될 것이었다.

그런데 안전이 운임으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인가. 그건 근거도 없고. 검증되지도 않았다. 이 제도 시행 전보다 후에 화물차 교통사고가 줄었다는 통계를 제시하지만 그것은 코로나 팬데믹 이라는 특수한 사정으로 인한 것일 뿐이다. 화물차만이 아니라 모든 차종에서 교통사고가 줄었다.

법 제정 당시 입법 이유로 저운임을 든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소형 화물차라면 모를까 컨테이너와 시멘트를 운송하는 대형 화물차주들의 경우 다른 어떤 자영업자와 비교해도 수입이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친민노총인 문재인 정권은 화물연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형적인 제도를 낳은 것이다.

왜 기형적인 제도인가. 운임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함에도 안전운임제 이후 화주‧운송업계‧차주로 구성된 안전운임위원회가 원가조사를 통해 운임을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컨테이너·시멘트 화물차주들은 기존 수입에 안전운임이라는 명목으로 보너스를 얹어 운임을 받아 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일몰제를 없애면서 동시에 품목까지 확대하는 길을 열었으니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라 비정상의 확대라는 이상한 꼴로 마무리된 셈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화의 문을 열고 협상을 지속하는 한편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엄단 원칙을 지켰다”며 “화물연대도 어려운 민생경제를 감안해 대화에 임해준 데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다. 정신 나간 소리다.

이번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로 인한 손실은 2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단순 계산일뿐이다. 산업 전반을 다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그보다도 더 큰 손실은 많은 기업들이 해외 바이어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신용을 잃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물론 전체 노동계가 간과한 게 있다. 이번 사태로 물류난을 겪은 다수 생산업체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화물연대 등 화물차주들과 계약한 물류업체를 기피할 것이며, 나아가 화물차주들을 피하는 다른 대안을 찾을 게 분명하다. 기술과 시장의 진화가 그걸 가능케 해 줄 것이다. 문제가 혁신을 낳는 역설을 반드시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화물차주들 전체가 피해를 입을 것이다. 당장은 곶감이 먹기 좋을지 몰라도 뒤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면 반드시 시장의 복수를 당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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