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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포스코 지주사 전환, 본사 이전보다 더 민감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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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포스코 지주사 전환, 본사 이전보다 더 민감한 것은?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2.03.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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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회장 취임 후 2018년 7월부터 사망자 21명 발생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다음날 부랴부랴 임시주총 연 이유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포스코그룹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포스코그룹

[매일산업뉴스]포스코를 향한 회사 안팎의 시선이 여전히 따갑다.  포스코는 지난 2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 이유로 미래가치를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등 경영진이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이날 창립 54년 만에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를 출범시켰고, 물적분할된 기존 포스코도 철강전문 사업회사로 새출발했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 지분 100%를 보유한 단일주주로, 지주사가 포스코에 대한 경영지배력은 계속 행사하면서도 포스코에서 일어나는 중대재해법에 대한 책임은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정치권까지 나서 들썩였던 지주사 본사 이전 논란은 포항에 그대로 두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본사 이전 논란보다 더 민감한 문제는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 1년 이상이 구형된다.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지주사 체제로 바꿔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주사 아래 독립된 법인이 있고, 대표이사가 존재한다면 지주사 대표는 중대재해 처벌 부담을 덜 수 있다.

포스코그룹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다음날인 1월 28일 임시주총을 열고 지주사 전환을 서두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대해 최 회장은 주주들에게 “지주회사 체제는 회사의 신사업 성장을 균형 있게 추진해서 주주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중대재해처벌법 예외가 될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회피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를 추진한다는 것은 잘못 알고 계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2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용역사 직원이 스팀배관 작업 중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발생, 관련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게 된다면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게 돼 지주사에 속한 최 회장은 피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A기업 대관담당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이 그동안 사업장에서의 잦은 사고로 인해 국정감사(국감) 때마다 증인리스트에 오르면서 많이 시달리다보니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지주사를 갑자기 설립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현재까지 포스코 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24건이다. 최 회장 선임 이후인 2018년 7월부터 발생한 사망자는 21명이다. 주목되는 것은 최 회장 취임 전년도인 2017년에는 사망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 회장은 매년 국회 국감 시즌만 되면 증인출석 명단에 떠들썩하게 단골로 오르내리는 인사 중 한명이다. 그런데 실제 최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최 회장이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지난해 2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산업재해 청문회’가 유일하다. 당시 최 회장은 허리 지병을 이유로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환노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아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연이은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그 약속은 번번이 공염불이 됐다.

포스코는 안전 인프라 구축에 1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하지만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서 직원들은 "현장을 모르는 경영진이 꼭 필요한 노후 설비투자는 뒤로 하고, 그 예산으로 안전지킴이를 더 채용한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현장과 동떨어진 보여주기식 경영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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