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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 '규제 넘어 또 규제' 중고차매매업, 제2의 LED꼴 만들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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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 '규제 넘어 또 규제' 중고차매매업, 제2의 LED꼴 만들텐가
  • 이강미 기자
  • 승인 2019.11.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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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 6일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검토
경제계, "산업경쟁력 약화...수입차업체만 배불리는 꼴"
소비자 피해는 뒷전
 

한 해 거래량이 200만대를 넘어서는 중고차매매업을 둘러싼 규제절벽 논란으로 자동차업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고차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한 차례 더 연장되면서 6년간 묶여있다가 올해 2월 기간이 만료됐다. 그런데 대기업 진출을 막기 위해 또다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한 마디로 규제 하나를 넘었더니, 또다른 규제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는 현 정부의 ‘규제혁신’경제정책과도 배치되는 것으로, 수입차와 달리 국내 기업들의 진입이 계속 불가능해지면서 역차별을 당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국내 기반이 없어 중고차 수출도 제약을 받는 등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는 이번주 중 중소기업적합업종 기간만료 또는 1년 내 만료예정인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소상공인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중고차 매매업을 추가해 지정하는 심사 절차를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오는 6일 본회의를 열어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반위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 추천하면, 중기부는 최장 6개월 이내에 지정 고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중고차매매업계는 대기업 진출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소상공인 비중이 95%대로, 수수료 외에 각종 비용 등을 빼면 판매 직원의 연수입은 1000만원대에 불과다는 것이다. 특히 완성차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생산에서 판매, 유통까지 전 과정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되는데다, 자본으로 밀어붙이는 공격적 확장 전략을 펴면 중소 매매업체의 줄도산은 불 보듯 뻔하다는 주장이다.

이강미 매일산업 편집국장
이강미 매일산업 편집국장

그러나 경제계는 국내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산업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대기업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사이 수입차 업체들만 배불리는 꼴이 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법적 강제성과 구속력이 없는 반면 생계형 적합업종은 강력한 법적 구속력이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5년간 묶이고 5년마다 계속 연장이 가능하다. 위반시 벌칙과 시정명령도 부과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중고차매매업 인수 ·개시·확장을 할 수도 없다.

중고차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우리 기업들이 6년간 발이 꽁꽁 묶여있는 사이, 아무 제약을 받지 않는 수입차업체들만 배를 불려온 것은 사실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라나에서 중고차를 직접 판매하는 외국회사는 2011년 5개사였는데, 2018년에는 폭스바겐, 볼보, 아우디 등 13개사로 늘어났다.

특히 한·미 FTA나 한·유럽연합(EU) FTA는 모두 중고차를 포함한 자동차매매업의 서비스 거래, 총액, 공급유형에 제한을 두지 못하게끔 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최근 '동반위에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고 “정부가 중고차매매업을 적합업종에 지정, 대기업 진출을 규제하면 국제 통상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중고차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신산업으로 해외 수출길이 넓혀지기는커녕 영세한 상태로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게 경제계의 시각이다.

또다른 이유는 중고차매매업을 동네 카페나 치킨집처럼 소상공업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생계형 적합업종의 지정요건은 ▲소득의 영세성 ▲보호의 필요성 ▲소비자 후생 ▲산업경쟁력 등이다. 소득의 영세성은 보통 매출과 매장면적으로 판단하는데, 2018년 중고차 시장 연간 거래량은 377만대(사업자 매집물량 포함)로 같은해 신차 등록대수 184만대의 2배가 넘는 대규모 시장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중고차 사업자당 연평균 매출약은 약 16억원에 달한다. 매장규모도 660㎡의 전시시설을 확보해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들 사업자를 소상공인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국내 기업의 중고차매매업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은 이미 허위매물, 불투명한 성능검사, 주행거리 조작, 피해보상에 대한 책임회피 등의 피해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고차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묶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갈 염려가 크다.

과거 LED사업처럼 이번에도 대기업 진출 막으려다 소 잃고, 외양간도 잃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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