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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획일적 기업 밸류업 정책 인센티브 기준으로 적절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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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획일적 기업 밸류업 정책 인센티브 기준으로 적절치 않아"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4.04.15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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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기업 밸류업 전문가 좌담회 개최
"지배구조가 기업가치 높인다는 증명 없어"
기업 밸류업 일러스트 ⓒ연합뉴스
기업 밸류업 일러스트 ⓒ연합뉴스

[매일산업뉴스]윤석열 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를 목표로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 지배구조를 프로그램의 인센티브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지배구조, 기업 밸류업 인센티브 기준으로 타당한가'를 주제로 한 좌담회를 열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결하기 일본을 참고해 만든 것으로, 이에 참여하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연간 1회 자율적으로 공시하게 된다.

주관기관인 금융위원회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배구조 개선을 꾀하는 상장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인센티브를 받는 '우수 지배구조'의 기준이 획일적이고, 기업가치 제고라는 원래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이에따라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정 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어떤 지배구조가 우수한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의와 실증적 검증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좌담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별로 상황이 다양한데 획일적인 지배구조를 밸류업 인센티브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밸류업 인센티브와 지배구조를 연계하는 과정에서 밸류업 기준에 맞는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도 재무건전성이 낮을 경우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5일 서울 여의도동 FKI에서 '지배구조, 기업 밸류업 인센티브 기준으로 타당한가?'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연강흠 연세대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정철 한경연 원장, 권재열 경희대 교수, 강원 세종대 교수.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인협회가 15일 서울 여의도동 FKI에서 '지배구조, 기업 밸류업 인센티브 기준으로 타당한가?'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연강흠 연세대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정철 한경연 원장, 권재열 경희대 교수, 강원 세종대 교수. ⓒ한국경제인협회

이날 좌담회의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우수지배구조 기준이 과연 측정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라며 “객관적인 연구결과도 존재하지 않고, 그런 연구가 가능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몇몇 ‘우수지배구조’라는 것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예를들어, ‘특수관계인이 개인회사를 갖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은 개인의 사유재산권에 대한 제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의결권 주식을 100%소유하는 완전모자회사가 많으면 ‘우수지배구조’라는 견해와 관련, 최 교수는 “이럴 경우 자본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신산업 진출 등 사업확장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소위 ‘우수지배구조’는 ‘지배주주 보유주식수가 많은 계열회사와의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이전’ 예방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이는 이미 공정위의 면밀한 감시주3)로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잘못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기업의 낮은 수익성과 성장성에 있다”며 "기업지배구조를 비롯한 ESG 등 비재무적 요소가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주장은 실증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밸류업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투자와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상장사의 밸류업을 위해 금융사는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거래소는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한계기업을 자본시장에서 걸러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낮은 수익성·성장성 이외에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밸류업을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시장 규제 완화, 외국인 등록제도 개선 등 금융시장 발전방안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을 밸류업하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밸류업 해법도 제시했다.

연 교수는 “현재 소위 좋은 지배구조라고 제시되는 기준들은 일감 몰아주기 방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소유집중·분산에 따라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좋은 소유구조라는 것은 없으며 좋은 소유구조 자체가 좋은 지배구조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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