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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재명과 이완용은 다르다는 오마이와 민주당의 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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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이재명과 이완용은 다르다는 오마이와 민주당의 쉴드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7.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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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완용이 '나쁜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고 안했다는 주장
수많은 의병들과 무명의 학도병들에 대해 침 뱉는 모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대표단 간담회 인사말에서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는 낫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 대표단 간담회 인사말에서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는 낫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평화행동’이라는 단체와 가진 간담회에서 "대량 살상 후 승전하는 것이 지는 것보다 낫겠지만, 그게 그리 좋은 일인가"라며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그의 ‘더러운 평화’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가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몇 안되는 지론이다. 기본소득도 막상 대선 과정에서 표에 도움이 안되자 헌신짝처럼 팽개쳤고 자영업자들 앞에서 진입장벽 높이겠다고 한 말도 하루 지나서 폐기했으며 고졸 청년에게 해외여행비 지급해준다는 발언도 ‘생각 차원’이라고 회수했다.

그런 그가 ‘더러운 평화론’ 만큼은 '이완용의 주장과 똑 같다'는 비판을 받아도 계속 주장한다.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6월 15일 이재명은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열린 ‘6ㆍ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통해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고 한 발언을 필두로 같은 해 7월 4일에도 “화려한 승전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고 주장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대통령 후보 시절 그의 ‘더러운 평화론’은 ‘평화가 밥’이라는 표현으로 진화한다. 그는 2022년 2월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두번째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젊은이들이 죽거나 경제가 엉망이 된다”며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어야 하고, 그거보다 더 좋은 것은 싸우지 않아도 되는 평화여야한다. 평화가 경제고 평화가 밥”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표가 돼서도 '더러운 평화론'은 바뀌지 않는다. 2022년 1월 9일 이재명은 국회에서 열린 당 한반도평화경제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평화가 밥이다, 평화가 경제다. 그리고 평화가 곧 안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그해 9월 18일에는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의 서면 축사를 통해 "우리는 더더욱 평화 지키기를 넘어 평화를 만들고 또한 세울 수 있는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면서 “비싼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라고 밝혔다.

이재명의 ‘더러운 평화론’이 이완용의 을사늑약 종용 발언과 유사하다는 것은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언급하기 이전에도 이미 여러 사람이 수차례 지적했다. 2022년 2월 25일 권영세 당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이 트위터에 “매국노 이완용이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단 낫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비슷한 얘길 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힘 없는 평화, 말뿐인 평화는 결국 전쟁을 불러온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직격했고 나흘후인 3월 1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직접 "이재명 후보는 '아무리 비싼 평화도 이긴 전쟁보다는 낫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매국노 이완용이 '아무리 나쁜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 이게 다 조선의 평화를 위한 것'이라며 식민 지배를 정당화한 발언과 다름없다"고 이재명을 겨냥해 이완용을 소환했다.

오마이뉴스(이하 오마이)는 당시 “이완용이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단 낫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2022년 2월 27일 게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재명 구하기에 나섰다. 해당 기사는 이완용이 실제로 그렇게 말한 적이 없으므로 그것은 왜곡된 비유이고 따라서 가짜뉴스라는 취지다. 기사가 주장하는데로 이재명과 이완용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 둘은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는 것을 오마이도 잘알고 있다. 그래서 오마이는 이 기사 안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았다.

이 기사는 1905년 11월 16일 오후 4시, 이토 히로부미가 대한제국의 대신들인 이완용, 한규설, 이하영, 이지용, 이근택, 민영기, 권중현을 불러 을사늑약 체결을 압박했을 때 이완용이 "일본은 한국 문제 때문에 두 번이나 큰 전쟁을 치러 이제는 러시아까지 격파했으니 한국에 대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그런데도 일본 천황과 정부가 타협적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니 우리 정부도 일본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한 것을 두고 이완용이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발언을 직접 한 것처럼 표현한 것은 왜곡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오마이뉴스 2022년 2월 27일자 "이완용이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단 낫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기사 화면 캡처.
오마이뉴스 2022년 2월 27일자 "이완용이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단 낫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기사 화면 캡처.

번지수가 틀렸다. 이완용의 ‘나쁜 평화론’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후 이완용이 고종에게 상소를 올려 “새 조약에 대해 말하자면 제국이라는 명칭도 그대로이며 종묘사직은 안녕하고 황실도 존엄합니다. 다만 외교상 한 가지 문제만 잠시 이웃 나라에 맡긴 것입니다”라고 겁박한데서 출발한다. 을사늑약 체결 소식을 들은 유생들이 반발하자 외교권 박탈은 큰일이 아니며 지금의 평화를 그대로 지키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것이다.

이완용은 자신의 행위를 모두 나라와 백성을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강대국 일본과의 전쟁으로 인한 고통보다는 더럽고 나빠도 평화가 낫다는 것이었다. 이완용은 전쟁이 벌어지면 많은 백성들이 죽어갈 것이고 나라는 초토화된 상태로 일본에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고종을 압박했다. 당시 일본은 강대국이었고, 조약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선 백성은 전멸할 것이므로 백성들의 희생을 막고 국토를 보존하기 위해 을사늑약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조항들을 최대한 변경하고 받아들이자는 것이 이완용의 주장인데 한반도 특성상 전쟁은 민족의 공멸을 의미한다며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고 더러운 평화를 받아들이자는 이재명과 무엇이 다른가. 이재명과 이완용이 다르다는 오마이의 쉴드가 유권자들에게 먹혔다면 대선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오마이의 기사가 나자 당시 이재명 선대본은 그것을 기화로 이완용은 그런 말을 한적이 없다고 반격에 나섰다.

죽을 것을 두려워해 일시의 안전을 도모하며 더러운 평화를 위해 침묵하고 굴종하자는 주장은 임진왜란과 한일합병 당시 전국 곳곳에서 봉기에 나선 수많은 의병과 북한의 남침을 막고자 총을 든 무명의 학도병들에게 침을 뱉고 모욕하는 행위다. "일시적 안전을 얻기 위해 근본적인 자유를 포기하는 자들은, 자유도 안전도 가질 자격이 없으며 결국은 둘 다 잃게 될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중 한사람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좌우명이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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