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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역대 기온 통계 보니 폭염은 에어컨도 불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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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역대 기온 통계 보니 폭염은 에어컨도 불타게 한다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3.05.2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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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 지난 10년간 업체별 에어컨 화재발생건수 통계
111년만의 폭염 2018년 화재발생 전년보다 55건 증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의 에어컨 실외기.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의 에어컨 실외기.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매일산업뉴스]벌써 한낮 기온이 35%도 안팎을 넘나드는 등 올해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되면서 에어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여름철 필수가전인 에어컨도 더위를 탈까.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는 통계자료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역대 최대 폭염기록을 세웠던 해는 2018년이다. 당시 기상청 관측 이래 111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국이 펄펄 끓었다. 폭염이 무려 31.5일 동안 이어지는 가운데 강원도 홍천은 섭씨(이하 생략) 41도, 서울은 39.6도로 역대 최고기온을 찍었다. 연평균기온도 평년(12.5도)보다 0.5도 높은 13.0도 였다.

그해 에어컨 화재 발생은 어땠을까. 최근 공개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업체별 에어컨 화재발생건수는 총 262건으로, 전년 보다 55건 늘어났다. 이는 전년(2017년 207건) 대비 26.6% 증가한 것으로, 평년 대비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이 중 LG전자가 총 110건으로, 국내 업체들 중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2017년 70건) 대비 40건 늘어난 것으로, 전체 증가율의 72.7%를 차지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화재발생건수는 전년(52건)과 동일했다. 대우(5→4건)와 위니아(7→5건)는 전년 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캐리어는 14건으로 전년 보다 1건 늘었다.

이 자료는 소방청이 지난 10년(2013~2022년)간 업체별 화재발생건수를 집계한 것이다. 이 기간동안 총 2055건의 에어컨 화재가 발생했고, 이 중 LG전자가 720건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는 434건이었다. 전체 에어컨 화재발생비중은 LG전자 35.0%, 삼성전자 21.1%였다.  그 뒤를 캐리어(149건, 7.3%), 대우(42건, 2.0%), 위니아(37건, 1.8%), 센추리(20건, 1.0%)가 따랐다. 기타·미상이 31.8%(653건) 이다.

전년 대비 화재발생건수가 가장 많이 급증했던 해는 2016년(총 222건)으로, 2015년(총 138건) 대비 84건이나 늘어났다. 이는 전년 대비 60.9% 증가한 수치다. 소방청 자료엔 2016년에 에어컨 화재가 급증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 다만 기상청 발표 자료를 찾아보니,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가 2016년으로, 그 기록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 해 연평균 기온이 평년(12.5도)보다 1.1도 높은 13.6도를 기록했다. 원인은 2015년 말 발생한 '슈퍼 엘니뇨' 영향 때문이었다. 

ⓒ소방청
ⓒ소방청

에어컨 화재 발생 원인은 무엇일까.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적 요인(1521건)과 기계적 요인(193건)이 가장 많았다. 전기적 요인은 실외기와 에어컨을 연결하는 전선이 노후화됐거나 연결 과정에서의 부주의로 합선이 발생하며 화재의 원인이 된 경우를 뜻한다.

국내 에어컨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업체 중 LG전자의 화재발생건수가 많은 것에 대해 회사측은 “화재원인에 제품결함이 추가된 2020년 4월부터 약 1년간 제품결함으로 발생한 에어컨 화재는 단 한건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제품 결함인지, 기계적인 결함인지, 전기적인 결함인지 등에 대한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화재가 난 브랜드를 일괄 집계한 것만으로 특정 제조사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근거는 될 수 없다”며 “오히려 제품결함과 관계없는 단순 화재건수가 많다는 것은 당시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박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13~2017년까지는 대체로 완만한 화재 건수를 유지했던 데 비해 2018년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엔 에어컨 화재발생 건수가 총 272건으로, 지난 10년 중 가장 많았다.

지난해 국내 업체들 중 에어컨 화재발생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LG전자로, 전년(2021년 106건) 보다 5건 늘어나 총 111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56건으로, 전년(72건) 보다 오히려 16건 줄었다. 캐리어는 총 31건(전년대비 17건↑), 위니아는 총 8건(전년대비 5건↑) 이었다. 대우는 전년보다 절반이 줄어든 2건이었다. 지난해 업체별 에어컨 화재발생 비중은 LG전자 40.6%, 삼성전자 20.5%, 캐리어 11.3%, 위니아 2.9%, 대우 0.7% 였다. 

지난 4월 9~15일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온도 분포 현황.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지난 4월 9~15일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온도 분포 현황.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기상청이 발표한 ‘2022년 기후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는 1년 내내 가뭄·폭우·고온·한파 등 이상기후 현상이 두루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중하순에 초여름 이상고온을 보였다. 초여름인 6월 평균 기온은 22.4도로 관측 이래 세 번째로 높았다. 특히 서울·수원·춘천 등 15개 지역에서는 관측 이래 처음으로 6월에 열대야가 관측됐다.

문제는 올 여름 ‘슈퍼 엘니뇨(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가 8년 만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역대급 무더위로 인한 폭염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월 중순인 지난 16일 낮 최고기온이 강릉 35.5도, 대구 33.6도, 서울 35도 등을 기록하면서 올해 첫 폭염을 기록했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5월에 벌써 3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열사병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136명이나 됐다고 한다.

이에대해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화재 발생 빈도가 높아진 것을 폭염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폭염을)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된다”며 “폭염이나 열대야로 인해 전력사용량이 많다보면 과열로 인한 화재, 에어컨 실외기나 전선 노후화, 혹은 에어컨 이동설치시 접촉 불량에 의한 단락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컨 화재 사고가 6, 7, 8월에 약 80%가 집중되고, 특히 한여름인 7월과 8월에 60% 이상이 몰린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기”라며 “특히 올 여름은 예년보다 무더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만큼 에어컨 화재를 막기 위해 사용 전 철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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