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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낸시 여사는 고맙고 김건희 여사는 빈곤포르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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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낸시 여사는 고맙고 김건희 여사는 빈곤포르노라고?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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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39년전 방한한 낸시 여사 심장병 어린이 데려가 수술 성사
캄보디아 신문들도 미담으로 보도한 김 여사에 대한 음해
동아일보 1983년 11월 14일자 1면
낸시 여사가 방한했을 당시인 1983년 11월 14일자 동아일보 기사(왼쪽). 김건희 여사(오른쪽)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의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  

‘낸시 할머니 고맙습니다’

1983년 11월 14일 동아일보 사회면 머리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의 낸시는 낸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 부인이다. 레이건 대통령 부부는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낸시 여사는 한국에 도착한 12일 미 대사관저에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이길우 군(4)과 안지숙 양(7)을 만나보고 대통령 전용기 편으로 미국에 데려가 수술을 주선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어린이들의 집안이 가난하여 당시 돈으로 1천만 원이 넘는 수술비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딱한 사연을 들은 낸시 여사의 선행으로 두 아이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 신문의 1면에는 레이건 대통령 부부가 이한하면서 비행기 트랩에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오르는 사진이, 11면에는 레이건 여사가 두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이 각각 실려있다. 안지숙 양의 어머니 김숙희 씨는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낸시 여사의 따듯한 배려에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이라고 심정을 전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2007년 10월 29일 자 동아일보는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난 이길우 씨가 86세의 낸시 여사를 만나 고마움을 전하면서 “낸시 여사는 나의 영웅”이라고 말했다는 기사가 실려있다. 그는 지금 다니던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심장병 수술을 성사시킨 ‘기프트오브라이프’라는 단체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김건희 여사는 동남아 순방 기간 첫날과 둘째날 연이어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의료원을 찾아 심장병을 앓고 있는 현지 아동의 치료방안을 논의하고 그 중 아옥 로타(14)의 집을 찾아 그를 품에 안았다. 이 사진이 국내 언론에 소개되자 독지가들이 나섰고 김 여사도 비용을 부담하기로 약속함으로써 마침내 로타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게 됐다. 12남매 중 막내인 로타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고생하다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했으나 후속 치료를 받지 못해 건강이 악화한 상태였다. 로타의 형은 “김 여사님의 도움으로 막내동생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오래된 영자지인 '프놈펜 포스트(Phnom Penh Post)'는 16일 자 1면 머리기사로 이 사실을 전하며 ‘한국 대통령 부인, 아픈 소년의 수술을 위한 길을 열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신문은 “김 여사가 캄보디아 방문 중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소년을 만났다...이 소년이 의학적으로 여행이 가능한 상태가 되면 치료를 위해 곧 한국으로 갈 수 있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현지의 여러 매체가 김건희 여사가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을 만나 격려한 소식을 전했다. '오크나(Oknha)'는 13일 김 여사가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캄보디아 소년의 가정을 방문하여 격려했다는 소식을 알렸고 '트마이트마이(ThmeyThmey)'도 13일 김 여사가 이 소년을 방문한 소식을 전했으며 '캄보디아 익스프레스 뉴스(Cambodia Express News)'는 14일 김 여사가 소년의 집을 찾아 한국에서의 치료를 약속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크메르 타임스(Khmer Times)'도 15일 '“한국에서 곧 만나자”, 한국의 대통령 부인이 심장이식 수술을 한 소년에게 한 약속'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게재했다.

민주당의 장경태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당 최고위에서 “김 여사의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 논란이 된다"며 "세계적으로 의료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빈곤 포르노에 대한 비판과 규제가 강력해지고 있다. 가난과 고통은 절대 구경거리가 아니고, 그 누구의 홍보수단으로 사용되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캄보디아 정부에서 영부인들을 위해 마련한 앙코르와트 방문에 가지 않고 캄보디아로서는 감추고 싶은 ‘빈곤’을 드러낸 것은 외교적 결례라고 비난했고 심지어 민주당을 지지하는 한 유튜브 방송은 캄보디아 정부와 국민에게 김 여사를 고발하라는 선동을 하고 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김 여사의 손짓을 두고 “무례하고 굴욕적”이라고 비난했다.

39년 전의 낸시 여사에게는 왜 우리의 치부를 드러낸다고 반발하지 않고 고맙다고 했는지, 심장병을 치료한 그 아이가 성인이 돼서 이제 그 선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왜 박수를 보내는지, 캄보디아의 언론들은 민주당의 염원과는 달리 왜 김 여사의 행동을 미담으로 바라보고 고마워하는지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그들이야말로 지난 경선 때부터 김 여사에 대해 ‘증자살인’을 하고 있다. 옛날 증자라는 사람의 모친이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다가 세 번째 사람도 같은 말을 하자 하던 일을 멈추고 담을 넘었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사실이건 아니건 김 여사에게 나쁜 이미지를 끊임없이 덧씌우다 보면 증자의 모친처럼 사실이 아니라도 믿게 될 것이라는 속셈이다.

사람의 생명,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맹비난하는 사람들이 이태원 참사를 들먹일 자격이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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