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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화의 소통화통]당신의 악성댓글은 당신의 자녀를 겨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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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화의 소통화통]당신의 악성댓글은 당신의 자녀를 겨누고 있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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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엉뚱한 화풀이 유재석에 불똥 ... 무분별한 언어폭력 난무하는 세상
언론도 자성하고 기본적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 통해 풀어나가야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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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면서 사이버 공간 속에서의 소통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들에겐 SNS나 유튜브가 더 자연스럽고 익숙하기만 하다. 미디어 발달은 수많은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편리함을 준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무기가 되어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는가? 언론이 가짜 뉴스 생산, 댓글 조작, 사이버 범죄의 증가, 채팅을 통한 갑질, 왕따 등 수많은 문제들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의 삶을 좀 먹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부분들이 외면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엔 일부 공인들에게만 국한되었지만 이젠 우리도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데 그 심각성에 주목해야 할 때다. 

최근tvN ‘유키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에 정치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출연하면서 이 프로그램 진행자인 유재석씨가 엉뚱하게도 정치색 논란에 휩싸였다.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특정 강성 네티즌들 중심으로 수많은 악성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심지어 정치인들까지도 가세해 상황이 더욱 악화로 치달았다. 이에 참다 못한 유재석 소속사 안테나는 ‘’소속 아티스트를 향한 악의적 비방, 성희롱, 허위사실 유포, 인신공격, 명예훼손 글 등 악성 댓글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원장
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원장

악성 댓글(악성 리플)이란 상대방이 올린 글에 익명으로 비방 또는 험담을 하는 댓글을 뜻한다. 이런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악플러라고 한다. 악플러들의 특징을 보면, 타켓을 정한 뒤 무분별한 언어폭력을 퍼 부음으로써 마녀사냥을 일삼는다.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그저 의혹에 불과하고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도 한 사람의 인생이 쑥대밭이 될 때까지 짓밟아 버린다. 마치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어른다워야 할 기성세대들인 40~50대가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언어폭력 문화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한 소통문화로 나아가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주는 계층은 사회 지도층이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당내 비공개 온라인 회의에서 동료 의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최의원은 이런 논란에 “가벼운 농담에 불과한 발언이었는데도 취지가 왜곡되어 보도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같은 당내 민주당 보좌진 협의회가 사실관계 확인 후 “가벼운 농담이라고 하기엔 다수가 오해를 넘어 성적 불쾌감을 느꼈다”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의 언품(언어의 품격)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된 한동훈 후보자에 대해 MBC는 후보자의 딸이 서울시장상, 인천시장상을 수상한 이력이 없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이 의혹이 확인되기 전까지 다수의 언론사들은 검증도 하지 않은 채 뉴스를 재생산해 여론몰이에 앞장섰다. 그 결과 한 후보자와 어린 딸은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어린 왕자의 작가로 유명한 생텍쥐페리는 ‘언어는 오해의 근원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말과 글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말은 총과 칼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평생 가슴앓이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서는 감정의 배설구 대상을 찾아 온갖 저주를 퍼 부어도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포털이나 SNS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정상적인 말 보다는 비방하고 조롱하는 댓글들이 더 많음에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방송과 언론이 한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검증도 되지 않은 여러 의혹들을 자극적인 언어로 각종 포탈에 도배하다시피 하니 정보를 소비하는 주체들은 이것이 진짜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언론 스스로가 양질의 기사를 만들고 검증되지 않은 이슈는 철저한 팩트 체크를 해야 한다. 

악성 댓글은 언어폭력이자 사이버 테러다. 제도적인 장치로만 규제할 수도 없다. 보이지 않는 테러범을 없애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도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1인 방송이 활성화되는 시대에 이젠 일반인들까지도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며 스스로 좋은 언어를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바른말 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더불어 방송과 언론이 양질의 콘텐츠로 소비자가 사회를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 또, 국민적 합의에 따른 강력한 제도적 장치와 실질적인 처벌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이 아닌 바로 우리들과 내 자식들을 위해 기성세대들의 노력이 더욱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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