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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공정임금위'라니...이재명식 사회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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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공정임금위'라니...이재명식 사회주의인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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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정부가 민간기업의 임금을 관리하겠다니 배겨낼 기업 있을까
상시적 업무에 정규직 고용 원칙도 기득권 노조 철밥통 지켜주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월 26일 경기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노동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블로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1월 26일 경기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노동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블로그 캡처

대학교수, 초등학교 교사, 버스 운전기사, 청소부 중 누가 가장 높은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생뚱맞은 질문인 것 같겠지만 십수 년 전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가 조합원 교사들에게 내려보낸 교재의 한 부분이다. 교사가 정규 교과과정 외 자율적으로 주제를 정해 교육하는 시간이 있는데, 전교조는 교재로 위와 같은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도록 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해서 주변에 같은 질문을 해보았더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대학교수를 꼽았다. 이유를 물으니, 대학교수가 되기까지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했으므로 대학교수에게 가장 높은 급여가 돌아가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대답은 올바른가. 얼핏 생각하기에 그럴 듯하다. 투자를 많이 했으니 그만한 보상을 받을 만하고, 또 실제 현실에서도 그러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대답은 틀렸다. 

임금이 결정되는 것은 시간을 많이 들였다든지 돈을 많이 썼다든지 등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임금이란 곧 노동(서비스)에 대한 보상인데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간 계약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그건 희소성 여부와 관련이 있다. 수요가 많은데도 서비스 제공자가 적을 경우 노동의 대가는 높아진다. 반대의 경우 서비스 대가는 낮아진다. 동일한 노동이라고 하더라도 서비스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것들이 모두 반영되어 임금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게 노동의 시장가격이다. 즉,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노동이라는 상품(서비스)의 값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잠시 이야기가 빗나갔는데, 다시 위 질문으로 돌아가자. 전교조 교안에 의하면 교사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버스 운전기사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직업이므로 그에 따른 대우를 해줘야 한다, 청소부의 경우도 도시를 깨끗하게 해줌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므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매우 바람직한 주장으로 들릴 수 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직업이나 업무는 다 그 나름의 의미와 중요성을 갖고 있다. 전교조의 주장대로라면 모든 사람들이 다 높은 급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도 없고,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전교조 식대로라면 사회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개인적으로는 일할 의욕이나 자기계발, 지위 상승을 위한 동기 등이 상실되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전교조의 주장에는 누군가가 사람들의 일에 따른 급여를 각각 정해야 한다는 의식이 전제되어 있다. 그래서 그 결정권자가 버스 운전기사나 청소부의 업무를 중요한 것으로 인정하여 높은 급여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결정을 누가 해야 하는지가 문제다. 또, 그 결정이 올바르고 공정한 것임은 누가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시장경제에서는 누군가가 일괄적으로 그걸 결정하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그렇게 되면 저절로 하나의 질서가 형성되고 돌아간다. 전교조는 그런 시장경제질서가 싫은 것이다. 전교조가 교사 자율 학습시간의 교재로 이와 같은 내용을 배포한 것은 전교조가 원치 않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겠다. 전교조 방식대로 해서 청소부가 가장 높은 급여를 받는다 하자. 청소부의 일은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고임금을 받고자 하는 사람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그런데 뽑을 인원은 정해져 있다. 모두를 청소부로 만들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자, 1명을 뽑는데 5명이 지원했다고 했을 때 누구를 뽑아야 할까? 혹은 누가 뽑힐까?

이 질문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던져보았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 친인척 등 임용권자와 가까운 사람, 임용권자에게 뇌물을 가장 많이 바친 사람, 추첨을 통해서 당첨된 사람 등등의 답변이 나왔다. 모두 정답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불법이나 비리가 개입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시장경제는 불법과 비리를 없애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제 정답을 말할 차례다. 누가 선택될 것인가? 정답은 급여를 가장 적게 받는다고 제안하는 사람이다. 이게 시장경제의 원리다. 이렇게 해서 노동시장 등 모든 시장에서 재화와 용역(서비스)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게 시장가격이다. 시장가격은 이처럼 호가경쟁을 통해 형성된다.
 
물론 우리나라의 기업, 특히 대기업의 경우 수요공급에 의한 시장가격보다 높은 선에서 노동의 가격이 정해지는 게 현실이다. 그건 노조의 정치적 힘에 따른 협상력의 우위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불공정한 가격이고 교환이다. 

그 폐해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우선 생산성을 상회하는 임금으로 기업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버텨 내지만 중소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더 큰 폐해는 기업의 신규채용이 위축되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양산도 빼놓을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정규직 고용 원칙을 법제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상시 지속업무의 정규직 채용 원칙을 법제화해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의 동참도 끌어내겠다는 심산이다. 

이러한 공약이 현실화한다면 노동시장은 더욱 경직될 것이고, 고용의 유연성은 더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인 노동시장에서 노조의 권력만 더 키울 것이다. 

이 후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정임금위원회’를 설치하기로 약속했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임금을 관리하겠다는 소리다. 이건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적정 임금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런 것을 위원회를 구성하여 정치적으로 결정한다면 배겨낼 기업이 있을까. 기업들의 엑소더스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나라가 망하는 건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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