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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155.8g...하루에 밥 두 공기도 안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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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155.8g...하루에 밥 두 공기도 안 먹는다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2.16 0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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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량 1984년 이후 37년째 감소...남아돌아 골칫거리
1970년대 밥그릇 크기 줄이면서 절미운동 할 만큼 부족
ⓒ통계청
ⓒ통계청

[매일산업뉴스] 155.8g. 우리나라 사람이 하루에 먹는 쌀의 양입니다. 이 쌀로 밥을 지으면 한 공기 반 정도 된답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 사람이 집에서 1년 동안 먹은 쌀의 양은 56.9㎏이었습니다. 2020년 57.7㎏에 비해 0.8㎏(1.4%) 감소했습니다.  30년 전인 1991년 116.3㎏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제일 적은 양입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84년 130.1㎏을 기록한 이후 37년째 감소하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그나마 감소폭은 다소 둔화됐습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집밥’을 많이 먹고, 쌀 가공식품 소비가 많아진 덕분입니다. 1인당 쌀소비량이 전년 대비 2019년에는 3%, 2020년에는 2.5%, 그리고 지난해에는 1.4% 각각 줄었습니다.

지난해 식료품·음료 제조업에서 원료로 사용한 쌀은 68만157t으로 전년 대비 4.6%(3만27t)가 늘었습니다. 즉석밥 등 도시락류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4만 6723t으로 16.2%,  떡류 제조업은 17만6690t으로 11% 각각 증가했습니다.

쌀 소비량은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늘어나니 당연히 남아돌겠지요. 1990년대 후반 쌀 생산량이 늘어난 데다 쌀 관세화 유예에 따른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의 수입으로 공급이 확대됐습니다. 반면 쌀 소비량은 계속 감소해 1996년 이후 쌀 재고량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2001년 133만5000t을 기록한 이후 재고량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쌀이 남는 것도 모자라는 것만큼 골치 아픈 일입니다. 보관비용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쌀값이 자꾸 떨어지니 농사 짓는 이들의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김혜림 대기자
김혜림 대기자

1970년대 쌀이 모자라 절미운동까지 벌인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입니다. 정부는 새마을운동의 하나로 절미운동과 함께 보리, 콩, 조 등 잡곡을 섞은 혼식밥과 밀가루 음식먹기를 권장했습니다. 정부는 식당에서 매주 수요일 점심에는 쌀밥을 팔지 않는 ‘무미일(無米日)’ 제도까지 시행했습니다. 곧 토요일 점심까지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1981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 적용됐습니다.

절미운동에 정부가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밥공기 크기까지 단속했습니다. 서울시는 1976년 절미운동의 실천을 위해 그때까지 흔하게 쓰던 밥공기보다 훨씬 작은 크기로 규격화 했습니다. 내면 지름 10.5㎝, 높이 6㎝의 스테인리스 밥공기를 표준으로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5분의 4 정도만 밥을 담게 했습니다. 이 규정을 1회 어기면 1개월 영업 정지, 2회 위반하면 허가 취소란 강력한 제재를 했습니다.

서울시가 정한 표준 밥공기에 담긴 밥의 양은 약 200g으로 요즘 시판되는 즉석밥 210g보다 살짝 적은 양입니다. 예전의 주발대접엔 약 680g 정도 담겼다니 3분의 1이 채 안 되는 양입니다. 그 그릇에 배불뚝이처럼 쌓아올린 고봉밥을 먹던 이들에게 '새마을 밥그릇'에 담긴 밥은 좀 과장하면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양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돈을 받는 ‘공깃밥 추가’가 생겼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대부분 밥은 그냥 주었다고 합니다.

2000년대 들어 밥공기는 더 작아졌습니다. 2012년부터 한국음식점에는 지름 9.5cm, 높이 5.5cm 크기의 스텐 밥공기가 보급됐습니다. 탄수화물 섭취가 다이어트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밥을 남긴 탓이었겠지요. 쌀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였겠지요.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것은 이제 옛말입니다. 밥이나 김치보다 사랑받는 음식으로 커피가 꼽힐 정도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하루에 커피는 1.7잔을 마신 데 비해 쌀밥은 1번 정도 먹었습니다.

‘하얀 이밥에 쇠고깃국’이 부의 상징이던 시대도 오래 전에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강남의 넓은 평수 아파트가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일년에 한두번은 부자처럼 지낼 수 있어지만 요즘은 어림도 없게 됐습니다. 서울 강남의 3.3㎡당 1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그저 TV 뉴스에서만 볼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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