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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0...문 대통령 '시정연설' 부동산문제 눙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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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0...문 대통령 '시정연설' 부동산문제 눙쳐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10.27 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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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예산안 발표... 구체적인 금액 15회 언급 중 8회 자화자찬
문 정부 들어 부동산 양극화 심화...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값 12억원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홈페이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홈페이지

[매일산업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습니다. 취임 이후 7번째 국회 연설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이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시정연설에서 총 17번의 박수를 받았지만 손뼉을 친 이들은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장동 특검 수용’ 손팻말을 올려놓은 채 단 한 차례도 박수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설에선 ‘위기’가 33회로 가장 많이 언급됐습니다. 다음으로 ‘경제’가 32회, ‘회복’이 27회 나왔습니다. 이어 코로나(15), ’K~(12), 방역과 탄소중립(11회씩), 미래(10)가 10번 이상 등장했습니다. 청년과 극복(6회씩)도 꽤 많이 언급됐습니다. 이에 비해 평화(4회) 및 남북과 한반도(1회씩)는 그 비중이 크게 줄었습니다. 취임 초부터 역점을 두었던 남북 관계 회복과 통일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 뒤로 밀린 모양새입니다.

예산안을 소개하는 연설인 만큼 구체적인 금액을 언급한 곳이 많았습니다. 모두 15회에 걸쳐 나옵니다.

가정 먼저 등장한 것은 1조 달러입니다. 이달 안으로 이 정도 규모의 무역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수출은 올해 매달 역대 최대실적을 경신했고, 지난달 위기 이전 수준의 99.8%까지 회복됐다고 했습니다.

다음은 18조 3000억원. 4회에 걸쳐 피해지원금으로 지급된 금액입니다. 금융과 세제지원 등 다방면의 지원책을 더해 코로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혜림 대기자
김혜림 대기자

세 번째, 문 정부 출범초기 130조원에서 내년 217조원으로 복지 노동 분야 예산이 늘어났다고 했습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확대에 역점을 두었음을 밝혔습니다. 이어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조기 인상한다고 했습니다.

다섯번째, 한국판 뉴딜 투자규모를 5년간 총 160조원에서 220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선언입니다. 한국판 뉴딜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고, 이제 세계가 함께 가는 길이 되고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여섯 번째, 벤처투자액이 지난 6월에 이미 사상 최대치를 돌파해 연말에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유니콘 기업이 출범 당시는 3개였으나 15개로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일곱 번째, 지난해 처음 수출 100억 달러 돌파했음을  알렸습니다. K-푸드,K-뷰티 등 연관산업으로 파급되며 농식품과 화장품 수출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덟 번째, 2억 달러를 개도국 백신 공급에 지원하는 등 글로벌 백신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홉 번째, 드디어 이번 시정연설의 본론인 내년도 예산 금액이 등장했습니다. 604조 4000억원 규모입니다. ‘완전한 회복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확장편성했다'고 했습니다. 이 이후에는 예산의 구체적 쓰임새를 밝히고 있습니다.

시정연설을 들은 분들은 눈치 채셨을 거 같습니다. 분명 부동산 문제도 언급했습니다. 아주 잠깐이지요. 38분, 원고지 55매 분량의 시정연설에서 부동산문제는 채 1매가 안됩니다. 게다가 다른 부분과 달리 수치 없이 뭉뚱그렸습니다. 귀담아 듣지 않았다면 흘려들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최고의 민생문제’로 ‘블랙홀이 되고 있는’ 부동산문제를 '풀지 못한 숙제'로 표현해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 것입니다.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에서 우리 정부는 자신 있다"던 문 대통령. 그 말을 믿었던 집 없는 국민들은 ‘영털(영혼이 털림)’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정연설이 있던 날 KB국민은행은 월간 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내놨습니다.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2억1639만원을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이 정부 들어서 전국 상·하위 20% 주택 가격 격차가 10억원까지 벌어져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주택 가격 차이 평균은 4억5000만원이던 것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격차가 벌어져 두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마지막 시정연설이니 재임기간 중 치적을 자랑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겠지요. 하지만 국민들을 ‘벼락거지’로 만든 부동산 문제를 이렇게 눙친 것은 깊은 반성이 없는 것이고, 따라서 '마지막까지 미해결 과제들은 진전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믿기 어렵습니다.  '다음 정부로 노력이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은 부동산 문제를 은근슬쩍 차기 정부로 밀쳐두겠다는 염치 없는 선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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