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5-05 20:00 (일)
[조남현의 종횡무진]연장 근로시간 원점, 윤 대통령 노동 개혁 의지 있나
상태바
[조남현의 종횡무진]연장 근로시간 원점, 윤 대통령 노동 개혁 의지 있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3.1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노동 시간 확대 아닌 근로시간에 대한 선택의 폭 확대
노동 개혁 성공은 국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있는데 첫걸음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최고경영자(CEO)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최고경영자(CEO)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노동부)가 지난 6일 입법 예고한 근로자의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및 유연화 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재검토’를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여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는 보도다.

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법안은 주당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12시간의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주 52시간제’를 ‘주 69시간제’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것인데, 윤 대통령이 여기에 제동을 건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역대 어느 정부도 노동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윤 정부만큼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믿었다. 노동 개혁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노동 개혁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데, ‘반드시 이루고야 말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국민 설득의 성패를 가를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설득하며 밀어붙이지 못하면 결과는 보나 마나다. 윤 대통령도 13일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당이 국민을 잘 설득하면 야당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작 그 자신은 뒷걸음치는 모양새를 보이니 노동개혁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오해하는 국민이 많은데, ‘주 52시간제’에서 ‘주 69시간제’로의 전환은 노동 시간의 확대가 아니다. 탄력성을 높임으로써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주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일이 많을 때 몰아서 일하고 한가할 때 쉬게 하자는 얘기다. 다시말해 노동 시간의 강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단순히 연장 근로시간만 늘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옳다. 그런데 대통령부터 김을 빼는 행보를 보이니 노동 개혁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주지하듯 노동부가 입법 예고한 것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가 지난해 12월 정부에 권고한 것이며, 노동부는 그 권고를 잘 반영했다. 연구회는 근로자와 기업의 자율적인 근로시간 선택권을 부여하기 위해 연장 근로시간의 단위를 현행 1주 외에 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개편하되 단위가 길어짐에 따른 장시간 연속근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장 근로시간의 총량을 비례적으로 감축할 것을 건의했다. 예컨대 분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90%, 반기는 80%, 연 단위는 70% 수준으로 연장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연구회는 근로자의 건강권 강화를 위해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방안도 권고에 담았다. 연장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것이다. 매우 합리적이다. 선택권 확대와 근로시간 연장에 따르는 우려 해소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 아닌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구인 정보 게시판에 주 52시간을 기본으로 한 근로 시간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구인 정보 게시판에 주 52시간을 기본으로 한 근로 시간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이 문제와 관련, 야당과 노동계 중앙 조직들은 반대하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연구회 권고에는 ‘현장의 목소리’라는 대목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근로자의 의지대로 일하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길은 열어둬야 하지 않겠냐”(제조업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선택 근로제 …) 막상 도입된 이후에는 다들 만족도가 높았던 기억이 있다. 근로시간 선택의 자율성을 높여 나가는 방향은 시대적 흐름”(IT업종 종사자). “기업 규모, 형태 및 특성 등이 다양한데, 근로시간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음”(뿌리산업 인사담당자).

산업화와 고속 경제성장의 시대와는 달리 근무시간과 장소가 유연해지고 일의 성과가 근로시간에 비례하지 않는 영역이 증가하면서 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연구회의 의견이다. 근로시간 연장이 곧 임금의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일자리를 가진 근로자는 연장근로와 휴일근로 등으로 일자리를 독점(62.7%)하고, 여성과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탄력적근로시간제는 노동 개혁의 시작이자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것은 해고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노동 개혁의 핵심이다. 근로기준법은 제23조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못박아 놓고 있다. 24조에서는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나 “긴박한 경영상 이유”와 같이 모호하고 주관적인 개념으로 해고를 규제하고 있으니 일단 직원을 뽑으면 사실상 해고할 수 없다. 해고를 하지 못하니 직원이 필요해도 선뜻 채용하지 못하고, 대신 기간제 근로자로 대체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이중구조화의 주역인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는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는 이념적 지향성과 이중구조화의 원인이나 배경에 대한 무지로 인해 인위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시도하다가 노노갈등만 초래했다. 윤석열정부는 시장의 원리와 자유의 가치를 바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직과 해고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해고를 자유롭게 한다면 근로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어떻게 돌파해나갈 것이냐가 관건인데, 노동개혁의 첫걸음부터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제정되어 70년이나 큰 골격의 변화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니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 다수는 그 사실을 모르며, 산업화 초기의 현실과 오늘의 전혀 다른 상황을 혼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장에 대해 무지하다. 여기에 반시장 세력이 큰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있어 노동 개혁의 앞날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결국 노동 개혁의 성공은 국민을 어떻게 깨우치고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윤석열정부의 노력이 중요하고, 그래서 윤 대통령부터 단단히 신발 끈을 졸라매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