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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화의 소통화통]거짓말 못끊는 리플리 증후군 퇴치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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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화의 소통화통]거짓말 못끊는 리플리 증후군 퇴치법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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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증거를 모아놓고 개별 만남으로 진지하게 문제 인식시키기
링컨 "모든 사람을 계속해서 속일 수는 없어"
사진은 영화 '리플리' 포스터
사진은 영화 '리플리' 포스터 

1999년에 ‘리플리’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주인공 리플리(맷 데이먼)는 뉴욕에서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 낮에는 호텔 보이로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간다. 어느 날 선박부호 그린리프가 자신의 아들과 같은 프린스턴 대학에 리플리가 다니는 줄 착각해 자신의 아들 디키(주드로)를 이태리에서 데려오라는 제안을 한다. 천달러를 받고 이태리로 가게 된 리플리는 프린스턴 대학 동창이라며 디키에게 서서히 접근해 그와 그의 연인 마지(기네스 팰트로)와도 친해진다. 이들과 함께 파티를 즐기며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것처럼 푹 빠지게 된 리플리. 시간이 지나자 돈도 바닥이 나고 자신의 거짓행각이 들통날까 두려워 디키와 그의 친구를 죽이고 디키 그린리프 행세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리플리 증후군이란 말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김연화 컨피던트스피치 원장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증상을 말한다. 1891년 독일 정신과 의사 안톤 델브뤼크(Anton Delbrueck) 박사가 처음으로 설명한 증상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상의 ‘사이버 리플리 증후군’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허언증이 끊임없는 무한 경쟁사회, 목표만 달성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회 풍조, 부족한 자신을 거짓으로 포장해서라도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다는 심리 등이 작용해 이런 결과를 낳게 되었다고 말한다.

2015년 한 한인 천재소녀의 사연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녀는 미국의 SAT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하버드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에 동시에 입학하게 됐고,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의 스카웃 제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각종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교 측에 확인해 본 결과 모든 게 거짓으로 탄로가 났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 소녀를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선의의 거짓말이 때로는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거짓말을 밥 먹듯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한다면 이것은 사회악이 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각종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고가의 차와 명품을 자랑하는 등 자신을 과시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일부 거짓된 삶이 탄로나 망신을 당하거나 비난을 받는 일도 증가하고 있다.  

또, 사회ㆍ정치적으로 매우 유명한 분들이 거짓말로 선동하는 경우도 있다. 누가 봐도 거짓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되려 피해자라고 태연하게 호소하는 정치인들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자주 보고 있다.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은 마치 진짜인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설마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판단하기 쉽다. 거짓말은 반복되다 보면 진실처럼 느껴지게 된다. 정치인들은 이런 점을 악용해 선동하기도 한다. 거짓말은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영화 ‘리플리’처럼 자신의 거짓이 들통날까봐 살인까지 저지르는 것처럼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결국 더 큰 거짓말을 하게 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쟁이에 대해 우리는 대처해야 한다. 첫번째,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의 거짓말에 대해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향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때 수월하게 대처가 가능하다. 정확한 증거를 보여주면 결국 창피해서 거짓말을 못하거나 사과하게 된다.

두번째로는 진지한 대화를 통해 이것이 문제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해명하라고 하면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개별 만남을 통해 이성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당사자를 너무 몰아 부치거나 흥분해 추궁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는 진실성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신뢰하지 못함을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당사자도 강심장이 아닌 이상 마음이 힘들 수밖에 없다. 관계회복을 원한다면 고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런 경우는 과거 잘못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도 지혜다. 그러나 만약 여러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변함이 없다면 이 관계는 정리하는 편이 훨씬 낫다. 

에이브러햄 링컨(미국 16대 대통령)은 ‘당신은 어떤 사람들을 계속해서 속일 수 있을 것이고, 모든 사람들을 잠시동안 속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을 계속해서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요즘 같은 세상, 큰 울림을 주는 명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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