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미의 재계포커스]삼성 이재승 사장, 돌연 사퇴 ... 'JY' 시그널?

맞춤형 생활가전 '비스포크' 주역, 연말 인사 앞두고 사퇴 삼성전자, 퇴직임원 보도자료 통해 알려 '이례적' 조직 다잡기용ㆍ세탁기 품질이슈 등 갖가지 추측 난무 12월 사장단 인사 'JY식 인사'로 뉴삼성' 본격화될 듯

2022-10-19     이강미 기자
이재승

[매일산업뉴스]삼성전자의 대표작 맞춤형 생활가전 '비스포크'를 성공시킨 생활가전사업부를 이끌던 이재승 사장이 연말 정기인사를 두 달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갖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일신상의 사유’라는 입장이지만, 승진이나 외부 영입 임원이 아닌 퇴임임원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외부에 알렸기 때문이다.

19일 관련업계와 삼성 안팎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2월 초 정기 사장단 인사를 2개월여 앞두고 원포인트 퇴임인사를 낸 이유가 ‘외부 보다는 내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유는 연말 인사를 앞두고 'JY(이재용)의 진정한 귀환'을 각성시키기 위한 시그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복권 후 경영일선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이 구상한 '뉴삼성'으로의 변신을 꾀하기 위해 조직에 긴장감과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사실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사태 이후 5년간 사법리스크로 회사 경영에 전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특히 인사 등 조직관리 등은 전문경영인 체제하에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그동안 다소 느슨해졌던 조직을 다잡고 자신만의 경영스타일로 확고히 다잡기 위한 신호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복권된 이후 각 계열사의 국내외 사업장을 돌며 사업현황을 점검했다.

이같은 추측을 낳는 이유는 과거 미래전략실 실장이었던 김순택 부회장 등 최고위 임원을 제외하곤 사업부 영입임원은 물론, 퇴임임원을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외부에 알린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보도자료를 낸 주체가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내 전사 담당이 아닌 이 부회장을 전담 마크하고 있는 홍보담당 그룹에서 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재용

또다른 일각에선 세탁기 품질 이슈와 생활가전사업부 실적 악화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월 삼성전자 최신 드럼세탁기 '비스포크 그랑데 AI' 강화 유리문이 파손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품질 논란을 부른 것이 이재승 사장의 최근 사의 표명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이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판매제품 9만대를 대상으로 도어 교환 서비스를 무상 제공했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2016년 9월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사건이나 올해 초 ‘GOS(게임최적화서비스) 논란’으로 인해 담당 임원을 문책성 퇴임시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승 사장은 삼성전자의 빅히트작인 맞춤형 생활가전 ‘비스포크’를 주도한 인물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국내 최초로 도어 패널을 교체할 수 있는 '비스포크 냉장고'를 선보이며 맞춤형 가전 시장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중 비스포크 판매 비중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탁기 문제나 실적 부진이 이유라면 두 달 뒤 정기인사에서 물러나도 된다"며 "이 사장이 다른 이유로 물러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갑작스런 퇴임으로 연말에 있을 삼성전자 정기 인사 폭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와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복권 이후 첫 단행되는 정기인사인 만큼 ‘JY식 인사스타일’이 담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장단 인사틀 통해 이 부회장이 그리는 뉴삼성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지 않겠느냐. 이를통해 향후 뉴삼성의 경영스타일이나 청사진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복권 후 광폭경영행보를 보인 것도 향후 자신이 만들어갈 뉴삼성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포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펀 삼성전자는 후임 생활가전사업부장으로는 현 대표이사이자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을 겸직 위촉했으나 연말 정기인사때 후속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