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첫걸음]주문만큼만 생산 ... '폐기물 0'에 도전하다

<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43) 쏘왓(SoWhat) 세상이 옳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 제동 걸겠다는 여성브랜드

2022-07-19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매일산업뉴스]“전량 수입하고 있는 생지(면)의 생산과정에서 고엽제 등 환경오염물질 사용 여부를 검증해봤는가?”

“대기업들이 대량생산한 의류 중 폐기처분되는 양이 적지 않은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페트병 재활용 의류를 세탁할 때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외면해도 되는 수준인가?”

‘쏘왓(SoWhat)’ 소설희 대표가 ‘옷’을 주제로 요즘 제작 중인 다큐멘터리에서 패션 대기업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는 소 대표를 지난 15일 서울 성동구 새활용플라자에서 만났다.

쏘왓은 '입는 사람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옷'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2018년 선보인 여성복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을 쏘왓(so what)으로 지은 이유로 소 대표는 “반항적인 뉘앙스가 좋아 선택했다”면서 “세상이 옳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 제동을 걸겠다는 결기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했다.

쏘왓이 다른 브랜드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재고 부담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소 대표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텀블벅’에서 프로젝트를 통해 받은 주문만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 대표가 선주문 후생산 방식을 선택한 것은 패션산업이 그동안 오랫동안 환경에 악영향을 끼쳐 왔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 대표는 “패션기업들이 면을 가공할 때 나오는 수 천 톤의 폐수, 썩지 않는 합성소재 의류들, 가죽을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길러지는 가축들과 그 분뇨 등등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대량생산으로 인한 재고 역시 지구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텀블벅

쏘왓은 그동안 텀블벅에서 9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21년 5월 19일부터 6월 5일까지 펼친 '아기 북극곰 키링'은 목표금액의 무려 1398%를 달성했다. '비닐을 쓰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키링은 크기가 작아 재활용되지 못하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재활용했다. 2020년 12월 14일부터 2021년 1월 13일까지 진행된 '선인장 가치백'은 3277만 8000원의 모금에 성공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밖에도 ‘100% 국내 폐플라스틱만을 재활용한  리페트백과 리페트백팩 등이 있다.

소 대표는 “멕시코에서 수입해오는 선인장 가죽은 엄청난 탄소발자국을 남긴다는 한계가 있어 한지 가죽 구두를 디자인했지만 펀딩에 실패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한지가죽은 색상도 다양하고, 꽤 질기고 100% 분해되는 ‘착한 가죽’이다.

회사 대표로서, 또 패션디자이너로서 매출이나 트렌드보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가치를 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 대표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소 대표가 ‘환경지킴이’로 거듭나게 된 것은 친구 덕분이다. 환경 관련 뉴스레터를 제작하는 친구를 돕는 동안 소 대표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바로 나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섬유산업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오염원을 배출하는 산업이다. 2019년 세계 자원연구소(WRI) 자료에 따르면, 의류를 생산하면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약 10억 2500만톤이나 된다.

소 대표는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면서 “패스트패션에 익숙한 세상을 슬로우하고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바꾸는 일에 앞장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착한 소재’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소 대표는 차선을 택했다. 주인이 더 이상 찾지 않는 옷들을 모아 업사이클링에 나서기로 한 것.

소 대표는 “쏘왓을 사랑해주는 소비자들이 보내준 옷과 환경보호에 뜻을 같이하는 관광공사가 제공한 유니폼으로 1차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고 밝힌 소 대표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육류를 먹지 않는 날로 정해 실천해 볼 것”을 제안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육류는 먹지 않지만 동물의 알, 유제품, 해산물, 생선을 먹는 채식주의자다.

소 대표는 "자본이 풍부한 패션 대기업이 지속가능한 친환경 소재 개발에 적극 나서 주길 바란다"면서 그동안 모은 헌옷 손질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