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경의 시콜세상] 또 터진 군 부실급식...식비 올린다고 해결 안되는 진짜 이유

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투입하는대로 산출되지 않는데도 또다시 급식비 인상 발표 효율성 관리의 실패 탓인데도 세금으로 덮자는 국방부의 무능

2021-12-07     매일산업뉴스

워낙 요즘은 대선관련 뉴스가 많이 쏟아지고 있어서 벌써 관심이 멀어진 것 같은데 지난 5월 한 장병이 부실한 군 배식 사진을 올리면서 세간의 분노와 관심을 모은 적이 있었다. 이에 국방부는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종합적 대책, 근본적 대책, 철저한 대책을 말하지만 나중에 보면 그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국방부는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지난 10월 발표했다. 여러 가지 내용이 있지만 중요한 세 가지를 보면 첫째, 장병 급식비를 2024년까지 하루 1만5000원으로 인상하고 둘째, 수의계약방식 대신 전자입찰계약의 시범운영 및 확대시행하며 셋째, 군 급식 운영체계의 전문화·다양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책들을 보면서도 우려가 씻기지 않는다. 장병 급식비를 파격적으로 인상하는 것부터 마음에 걸린다. 급식비를 하루 1만5000원(한끼당 5000원)으로 올린다는데 현재 급식비가 하루 1만원(한끼당 3333원)이니 50%나 올린다는 것이다. 일견 식사의 질이 대폭 좋아질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사람들은 흔히 투입을 산출과 동일시하는 착각을 한다. 그래서 투입을 늘리면 해결되는 줄 알고 안심하기도 한다. 여기서 급식비는 투입이고 식단의 질은 산출이다. 만약 투입과 산출이 같다면 부대마다 식단의 품질이 다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월 전방의 한 육군부대에서 장병이 자기 부대 식단을 자랑하는 사진을 올렸는데 쌈, 삼겹살, 국 등이 푸짐한 사진이었다. 이틀 뒤 비교해서 올라온 육군보병학교 상무대의 급식 사진에는 국도 없이 두부조림, 김치뿐이어서 맛도 없는데다가 그 양도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투입된 것이 산출로 가는 과정에서 옆으로 새나가기 때문이다.

이의경

현재 한끼당 3333원 급식비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고 한다. 대개 비용구조가 인건비(30%), 임대료와 경비(20%), 재료비(50%)라고 하는데 군대에서는 인건비와 임대료가 없기 때문에 민간업체 기준으로 재료비 3333원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한 일간지에서 급식업체로부터 이 수준의 재료비로 가능한 두 개의 메뉴를 제시받았는데 하나는 짜장면+물만두+돈가스샐러드+요구르트+장국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순두부찌개+오리훈제+부침개+채소라고 했다.

이를 보면 군대 급식이 비효율적으로 운용되는 것을 넘어서서 급식비의 상당부분이 새나가고 있다는 의혹을 갖게 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방부는 급식비 파격인상으로 국민에게 세금 부담을 더 주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보다는 투입과 산출과정을 투명하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먼저 시행해야 할 것이다. 효율성은 투입 대비 산출의 비율로 측정한다.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투입(급식비)부터 높인다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

종합대책 중 두 번째와 세 번째 대책은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대책은 수의계약방식 대신 경쟁계약방식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나중에 이를 확대해서 시행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의계약만 해왔다는 것도 쉽게 수긍되지 않는데 이에 대한 개선책이 경쟁계약방식의 전격적 시행이 아니라 시범운영 및 확대시행이라니 의지가 미흡해 보인다. 벌써 이러한 방침에 반발하며 수의계약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시위가 거세어 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 세 번째 대책인 군 급식 운영체계의 전문화와 다양화라는 차원에서 민간의 사원식당업체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하니 그나마 기대가 된다.

국방부의 발표대로 급식비 인상과 효율성 관리 방안을 함께 시행하면 두 효과가 뒤섞이게 된다. 부실한 군 급식이 효율성 관리의 실패 탓인데도 급식비를 대폭 인상한다면 국방부의 관리 잘못을 국민의 세금으로 덮는 것이다. 따라서 급식비를 인상하지 않아야 국방부의 개선노력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