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수용 불가능" vs LG엔솔 "증거자료 확인해 보자"

주총장으로 번진 배터리 분쟁 신경전

2021-03-26     김혜주 기자
SK이노베이션

[매일산업뉴스]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게 만드는 수준의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은 26일 주주들 앞에서 이같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같은 입장은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이 “이번 사안(배터리 소송)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며 “피해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힌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그러자 LG에너지솔루션은 한 발 더 나아가 SK이노베이션이 ITC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SK가 동의한다면 비공개로 돼 있는 영업비밀 침해 증거자료를 양사가 직접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출장 중인 김준 총괄 대표이사 사장을 대신해 의장직을 맡은 이명영 사내이사(경영자문위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진행된 ‘제14기 SK이노베이션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터리분쟁에서 남아있는 법적 절차에서 주주와 기업가지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면서 “다만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의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 배상금액으로 당초 3조원에서 ITC 패소 이후 5~6조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이사회산하 감사위원회는 지난 10일  "미국 내 공장 철수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

이명영 이사는 “ICT가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서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품질의 우수성도 자랑했다.

이명영 이사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발화사고가 나지 않는 등 안정성과 품질 측면에서 고객들로부터 차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고 피력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즉각 반발하며 대응수위를 높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ITC는 SK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명확하다고 판결했다”면서 “특히 LG이 입증 수준은 미국 법원이 기존 사건에서 요구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설명하며 구체적인 카테고리 목록도 공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을 하지 말고, SK가 동의한다면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판결문에 적시된 영업비밀 리스트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양사가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LG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