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춘의 Re:Think]'더 독해지는 표퓰리즘' 내년 총선 벌써 걱정된다

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300년전 프랑스 '반값우유' 정책, 돌아온건 우유값 폭등 군 복무기간 단축ㆍ통신비 인하ㆍ납품단가 연동제 '난무'

2023-08-08     매일산업뉴스
서울시내

얼마 전 육군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학군사관(ROTC) 후보생 추가모집을 실시했다. 올해 지원자 수가 급감하면서 정원이 미달됐기 때문이다. 이유는 심플하다. 일반 병사로 복무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ROTC는 24~36개월 복무하는 반면, 일반 병사는 18개월만 복무하면 된다. 초급장교 월급은 185만원인데 비해, 병장은 100만원으로 차이가 아주 크지 않은데다, 정부는 2025년까지 병장월급 150만원과 55만원의 지원금을 약속했다. 월급 ‘하극상’이 벌어질 판이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초급간부 줄퇴직 분위기마저 있다고 한다. 이처럼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은 군 복무기간 단축과 월급 인상이 선거철 단골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수십만명의 일반 병사와 입영 대상자들의 표를 의식해 여야 할 것 없이 공약을 마구 던진 결과다.

아무리 선거 표퓰리즘이 판치는 세상이라 하더라도 병력 자원 감소, 정부 부채 증가가 확실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정책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물론 피 끓는 청년들의 희생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이에 대한 보상을 최대한 제공하자는 취지 자체를 부인하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전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120만 대군을 보유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데다, 70여년전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었던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는 그 어떤 정책보다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길게 얘기할 것도 없이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보면 안다.

김용춘

먼 나라 남미 국가들 이야기쯤으로만 치부했던 표퓰리즘 정책들은 이미 우리나라에도 많이 도입되어 있다. 예를들어 원유, 즉 우유의 원재료 가격 연동제. 쉽게 말해 원유 생산 비용이 증가하면 자동적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우유값을 올리라는 정책이다. 물론 이것이 선거철에 등장한 제도는 아니지만, 2013년 제도 도입 당시 원유 과잉생산으로 손실을 보고 있던 낙농업계가 파업까지 하면서 요구하던 주장을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경제학적 상식으로는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

이미 300여년전 프랑스의 ‘반값우유’ 정책 실패라는 교훈이 있지 않은가. 당시 프랑스 혁명을 이끌었던 로베스피에르는 서민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며 우유값을 반으로 내리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어긴 사람은 단두대에서 목을 치겠다는 엄포까지 놨다. 당시 서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을까. 오히려 우유값이 10배 폭등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모든 어린이에게 우유를’이라는 구호가 ‘신생아에게도 주지 못하는 우유’라는 현실이 된 것이다. 우유 생산업자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자 젖소를 파는 등 생산을 줄였기 때문이다. 당장의 대중들 인기만을 고려한 무모한 정책이 낳은 참사이다.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도 벌어지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프랑스와 정책 방향은 정반대다. 프랑스는 우유값을 내리고 했으나 우리나라는 올리라고 했으니. 솔직히 걱정된다. 이대로면 시장에서 우유소비는 줄고 공급은 늘테니, 언젠가는 과잉공급으로 인한 부작용이 터질 수 있다. 결국 가격이 폭락하여 낙농업자들이 줄도산하거나 외국의 값싼 우유가 들어와 우리나라 낙농산업을 붕괴시킬 지도 모른다.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 몫이다. 벌써 ‘밀크 플레이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소비자는 언제나 시장에서 저렴한 값에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권리를 갖는다. 이러한 권리를 뺏는 정책은 결코 좋은 정책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표퓰리즘 정책들은 어찌나 전염성이 강한지,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도 나온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등으로 점차 번져가고 있다. 이러다가 서민들 소득만 빼고 모든 제품이 연동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 외에도 특정 집단의 표를 의식한 정책들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이 수도 없이 양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의 끝은 늘 우리 모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내년 4월이면 국회의원 총선이다. 많이 남았다면 많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걱정이다. 또 어떤 창의적(?)인 표퓰리즘 정책이 나올지. 모르긴 몰라도 군 복무기간 12개월로 단축, 휴대폰 통신비 인하, 납품단가 연동제 같은 공약은 단골로 등장할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 정책을 내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에게 당장의 표를 포기하라는 요구가 참 비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결국 우리 모두가 깨어있어야 한다. 정치의 수준은 결국 국민의 수준과 직결되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