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3-29 07:25 (금)
[자유발언대]기득권 노조는 노동계 위해 퇴장해야 할 때
상태바
[자유발언대]기득권 노조는 노동계 위해 퇴장해야 할 때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3.10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나동준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나동준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나동준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공채’는 어느새 옛말이 되었다. 대기업은 더 이상 신규 인력을 예전처럼 뽑지 않는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로 비대해진 정부지출 감축을 위해 공공기관의 채용도 줄어드는 흐름이다. 정부는 꽤 괜찮아 보이는 고용통계를 일자리 성과로써 홍보하지만 청년층이 목표로 삼는 양질의 일자리가 양적, 질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않는 이는 없다.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은 왜 점점 어려워져만 가는걸까.

취업장벽을 이토록 두텁게 만드는 것은 국내 노동시장의 낮은 노동유연성이다. 고용과 해고가 매우 경직된 시장이라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노동유연성 부문에서 한국은 OECD 최하위권인 35위를 기록한 반면 정규직 해고 엄격성에선 6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에 비해 매우 강력하게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그만큼 정규직 직원을 ‘임금이 비싸고 한번 뽑으면 자르기 어려운 인력’으로 여길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신규 채용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해고가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노동유연성을 낮추는 가장 큰 요인으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고시가 아닌 취업을 택한 청년들이 최우선으로 여기는 곳은 대기업과 공기업이지만 이들은 노조가 가장 뚜렷하게 자리잡고 기능하는 곳들이다. 기업별 노조가 아닌 ‘산별노조’가 일찍이 자리잡아 거대 세력화된 채 중앙 차원에서 산업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들이 받는 대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근로자 처우 개선과 임금상승은 노조의 본질이자 역할이다.

문제는 노조가 제도를 등에 업고 지나치게 거세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노조가 파업을 감행하고 직장을 점거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허용되지만, 기업이 파업한 노조원의 대체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대표적 제조업 강국인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을 압도적으로 상회한다. 이 중 어떤 국가에서도 대체근로를 원천 봉쇄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 우리의 노동시장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유독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그러나 노조의 무분별한 쟁의활동은 근본적인 모순을 담고 있다. 근로자가 임금 인상을 위한 적대적 파업행위에 더 많은 노력을 쏟을수록 임금결정의 제1요인인 생산성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노조가 강력하고 거대해 질수록 생산과정에서의 비효율은 증가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근로자들의 대우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조의 과도한 요구는 경쟁과 시장의 원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집단이기주의로 분류된다. ‘고용세습’이라는 시대착오적 요구가 기업 수십곳에서 노사간 합의로 받아들여져 있다.

노조의 순기능은 오늘날 한계에 도달했다. 최근 미국에서 친노조 성향의 바이든 정부가 집권했음에도 눈에 띄게 낮아져만 가는 노조 가입률이 이슈가 된 바 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분석된 것 중 하나는 노조가 제공하는 복지 개선과 임금인상이라는 효용이 납부하는 조합비보다 적다는 인식이었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 수년간 최저임금은 가파르게 상승했고, 사측에 대항하기 힘들어 조직되어야 했던 과거와 달리 개개인이 노조라는 보호막 없이도 충분한 협상력을 갖추고 있다.

더 이상 노조에 공감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부패와 변질이다. 불투명한 회계는 ‘깜깜이 회계’로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고, 노조 간부들의 관행과 같은 비리사건은 심심치 않게 조명되곤 한다. 운수업계에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비노조원 기사 차량의 브레이크 호스를 끊거나 운행중인 차량에 쇠구슬을 날리는 것과 같은 도 넘은 불법행위들이 노동 투쟁이라는 과거의 명분으로 구태의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취약한 환경의 노동계 일선이 아닌 정치투쟁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노조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원인이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시장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동개혁의 시도들이 과거 정부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 단계에서 양대 노총의 적극적인 견제로 이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조직화된 표, 파업과 여론전으로 무장한 노조를 정치권이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조사에서 노조를 향한 부정적 인식은 이미 반(反) 대기업 정서를 추월했으며, 최근 강성노조 불법파업을 향한 정부의 강경대응 원칙은 지지율 상승이라는 여론의 호응으로 이어진 바 있다. 노조의 집단이기주의적 요구에 국민들이 반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과 근로자 모두 정체되지 않는, 노동의 이동이 더 자유로운 노동시장이 되어야 한다. 산업구조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이 끊임없이 전환되고 있는 지금,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노조의 반경쟁적 기득권 추구는 우리 사회가 정상적인 노동시장을 위해 최우선으로 척결해야 할 대상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