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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막내린 초저금리 시대 ... 엇박자 정책에 서민들 등골만 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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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막내린 초저금리 시대 ... 엇박자 정책에 서민들 등골만 휠판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09.0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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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0.25% 포인트 올라... 대출 금리도 곧 인상 예상
한은 '돈 줄 조이겠다" vs 정부 "돈 풀겠다"... 국민들은 불안 가중

[매일산업뉴스] 0.75%.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25% 포인트 인상했습니다. 기준금리는 한은과 금융기관 사이의 거래 기준이 되는 금리로, 경제정책 방향을 좌우하는 중심지표입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금통위는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대폭 낮췄고, 2개월 후 다시 0.5%로 내렸습니다. 금통위는 1년 3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입니다.

코로나 19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 저금리이지만 기울기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더구나 이주열 한은 총재는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면서 추가인상도 시사했습니다.

김혜림 대기자
김혜림 대기자

한은이 ‘코로나 19’ 4차 유행에도 금리인상 카드를 뽑아 든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금통위는 이날 금리 인상 배경으로 가계대출 증가세의 확대 및 수도권과 지방에서 주택가격의 지속적은 높은 오름세를 꼽았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 9000억원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이 100조6000억원이고, 가계대출은 1705조3000억원에 이릅니다.

한은이 금리를 내렸다는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푸는 것은 이제 멈추겠다’는 신호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추가로 공급한 돈은 73조원이나 됩니다. 시중의 총통화량이 495조원 이상이나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화폐유통속도가 코로나19 직전 0.659에서 지난해에는 0.605로, 올해 1분기에는 0.589로 다시 내려갔습니다. 화폐유통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시중통화량(M2)으로 나눈 것입니다. 화폐유통속도가 이렇게 낮은 것은 시중에 풀린 자금이 소비·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뜻합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을 내서 투자)’를 자제하라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곧 대출이나 예금이자 인상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벌써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이 1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올렸습니다, KB국민·하나은행 등도 조만간 예·적금 금리를 상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만 올리겠습니까? 대출이자 인상도 곧 뒤따르겠지요. 은행권은 오는 10월 새로 나가는 주택담보대출부터 본격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의 72.7%는 변동금리 대출로 조사됐습니다.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인 0.25%포인트만큼만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1000억원이나 불어납니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집값을 잡기 전에, 가계대출의 부피를 줄이기 전에 코로나 19로 생계가 어려워져 대출로 버티고 있는 영세사업자들과 생계형 부채를 짊어진 서민들의 등골만 휠 판입니다.

더구나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습니다. 최남진 원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2019년 ‘통화량 변동성과 주택가격 변동성 간 관계에 관한 연구’에서 “저금리는 상당 기간 지속된 반면,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은 최근에 급격하게 일어났다는 점에서 단순히 금리와 서울 주택가격 사이 관계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17년 ‘자산가격경로를 통한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서 “2016년 금리인상 충격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국민들이 더욱 불안한 것은 정부의 정책들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한은은 ‘돈줄 조이기’에 팔을 걷어부치고, 정부는 ‘돈을 풀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을 600조원대 규모의 ‘슈퍼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추경을 포함한 올해 예산 규모 604조7000억원을 웃도는 수치로, 올해 본예산(558조원)과 비교하면 50조원 가량 불어났습니다. 여기에 국민 약 88%를 대상으로 추석 연휴 전에 1인 25만원씩의 국민지원금도 지급합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를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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