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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10.7...2020 혼인 건수 역대 최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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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10.7...2020 혼인 건수 역대 최저치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08.2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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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국제결혼 급감 탓 지난해보다 2.5만건 감소
황혼 이혼·재혼은 되레 늘어...90대에 새삶 찾는 커플도

[매일산업뉴스] -10.7%. 혼인건수가 지난해보다 10분의 1 이상 줄었습니다.

살기가 팍팍해서일까요. 지난해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년대비 감소 폭도 1971년 이후 가장 컸습니다.

ⓒ통계청
ⓒ통계청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 3500건이었습니다. 197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적습니다. 2019년 23만9200건보다 2만5700건이나 줄었습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인 조(粗)혼인율은 4.2건으로, 전년대비 0.5건 감소했습니다. 이도 197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조 혼인율은 1980년 10.6건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혼인이 이렇게 줄어든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동안 혼인율 하향곡선의 기울기를 받쳐온 것은 국제결혼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결혼이 크게 줄어든 것을 지난해 혼인 급감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통계청
ⓒ통계청

실제로 지난해 외국인과의 혼인은 1만5300건으로 전년보다 35.1%(8300건)나 감소했습니다. 전년 대비 외국인 여자와의 혼인은 37.2%(6600건) 줄었고, 외국인 남자와의 혼인은 28.8%(1700건) 감소했습니다. 외국인과의 혼인이 크게 줄면서 전체 혼인에서 외국인과의 혼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7.2%로 전년(9.9%) 보다 2.7%포인트 감소했습니다. 2015년(7.0%)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2세, 여성 30.8세로 전년에 비해 여성은 0.2세 상승했지만 남성은 0.1세 낮아졌습니다. 남성 초혼 연령이 낮아진 것은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입니다.

여성이 연상인 이른바 ‘연상연하’ 커플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초혼 부부 중 여자 연상 부부는 18.5%로 전년보다 0.9%포인트 늘었습니다. 여자 연상 부부는 2010년부터 10년 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혼인 건수가 줄어든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2011년 32만9100건 이후 9년째 감소하고 있습니다. 1996년 43만건이었던 혼인 건수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30만건대로 떨어진 뒤 2016년에는 20만건 대로 추락했습니다.

김혜림 대기자
김혜림 대기자

결혼이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 된 것은 오래 전 일입니다. 더구나 요즘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결혼을 포기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의 시대입니다.

살기 급급해서였을까요. 이혼건수도 줄었습니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 6500건으로 전년 11만 800건보다 3.9% 감소했습니다. 조이혼율도 2.1건으로 전년보다 0.1건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해도 우리의 이혼율은 매우 높습니다. 1991년 조이혼율은 1.1건의 배에 가깝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9건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번 통계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고령자의 재혼과 이혼입니다. 혼인 및 이혼 건수는 줄었지만 황혼자들의 이혼과 재혼은 늘어났습니다. 전년대비  20대에서 50대까지의 이혼은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의 이혼은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60세 이상 이혼건수는 1만9500건으로 전년보다 9.6%나 증가했습니다. 혼인기간을 기준으로 보면 20년 이상 혼인을 지속한 부부의 이혼은 3만9671건으로 전년보다 3.2%(1225건) 늘었습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0년 이후 최대로, 전체 이혼 건수의 37.2%나 됩니다. 1990년 2363건에 불과했던 황혼이혼 건수가 30년 만에 17배나 늘었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해도 42.6%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60세 이상 황혼재혼 인구는 9938명으로 전년(9811건)보다 127건(1.3%) 늘었습니다. 2016년(8229건)에 비하면 20.7%, 2010년(6349건)보다는 57%나 늘었습니다. 75세 이상 초고령 재혼커플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75세 이상 재혼 남성은 781명, 여성은 311명이었습니다. 이 중 80세 이상이 412명이나 됩니다. 최고령 남성은 만 97.8세, 여성은 96.2세였습니다.

황혼의 이혼과 재혼은 변화된 가치관의 결과겠지요.  참는 게 미덕이었던 시대는 갔고 개인의 행복추구가 최대의 가치가 된 시대입니다. 100세 시대에 새로운 삶을 즐기기 위해 이혼도 하고 재혼도 하는 실버들! 응원해야 할까요? 말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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