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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3081...'코로나 19'보다 무서운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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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3081...'코로나 19'보다 무서운 자동차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04.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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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교통사고 사망자 코로나 19 사망자의 3배
보행 사망자 비율 OECD의 2배나 돼

[매일산업뉴스] 3081.

지난해 한 해 동안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숫자입니다. 특히 10명의 1명꼴은 음주운전에 의해 생명을 잃었습니다. 음주운전 사망자는 287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9.3%를 차지했습니다.

경찰청은 2020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3081명으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교통사망자 수가 그나마 줄어든 것이 이 정도라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1977년부터 교통사고 관련 통계를 공식 집계해 왔습니다.

ⓒ경찰청
ⓒ경찰청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자는 1977년 4097명에서 점차 늘어나 1991년에는 1만3429명에 이르렀습니다. 2000년까지 1만명을 오르내리다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8097명, 2006년 6327명, 2011년 5229명. 2016년 4292명, 2019년 3349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기에는 그 숫자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우리를 공포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코로나 19’ 사망자보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SDGs 이행보고서 2021'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917명이었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코로나 19 사망자보다 3배가 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자동차가 코로나 19보다 훨씬 무서운 셈입니다.

외국에서도 차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흉기일까요? 2018년 기준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가 우리나라는 7.3명인 데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5.6명이었습니다. 보행 사망자 비율도 우리나라는 39.3%로 OECD 평균(20.5%)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3명 중 1명 이상이 걷다가 봉변을 당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 중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입니다. 2019년 기준 노인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34.6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를 넘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김혜림 대기자
김혜림 대기자

교통사고로 부담하게 되는 사회적 비용도 어마어마합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국가 교통정책 평가지표 조사사업’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19년 1년간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사회적 비용은 43조 3000억원에 달합니다. 국내총생산(GDP)의 2.26%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도로 교통사고 비용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편입니다. 미국은 1.85%, 일본은 1.35% , 영국은 1.54%입니다.

코로나 19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겨울에는 물론 한여름에도 마스크를 쓴 채 숨 쉬고, 일하고, 대화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친구, 회사 동료들과 커피숍에서 차 한 잔 마시는 여유까지 포기했었습니다. 저녁 모임의 즐거움도, 여행의 낭만도 빼앗겼습니다. 설에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지키기 위해 부모님을 찾아뵙지도 못했습니다. 일상을 무너뜨리는 코로나 19를 막기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정부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오는 17일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도심부 차량속도를 일반도로는 시속 50㎞, 생활도로는 시속 30㎞ 이하로 제한해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를 확산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겠다고 나섰습니다. 실제로 도심 속도하향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네덜란드, 스위스, 호주 등지에선 교통사고 사망자가 10~25%까지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올 상반기 내에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건너려고 할 때’ 운전자에게 일시정지 의무를 부과할 예정입니다.

법은 멀고 자동차는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 차가 아닌 사람 중심으로 법이 바뀐다 한들 지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 신호, 차선, 속도제한 지키기를 마스크 쓰는 것처럼 일상화 한다면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일은 생각지도 말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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