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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38% ... 곤두박질친 면세점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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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38% ... 곤두박질친 면세점 매출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04.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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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매출액 전년보다 9조3000억원 줄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
코로나19 진원지 중국은 세계 1위로 껑충

-38%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도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날아갔습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매출액은 15조5051억원으로 전년보다 38%나 줄어들었습니다. 금액으로는 9조3000억원이 증발했습니다. 원인은 ‘코로나 19’입니다. 하늘 길이 막히면서 면세점 매출이 곤두박질친 것입니다.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역(逆)성장했습니다.

국내 면세점들의 영업이익도 2019년 대비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각 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손실액이 엄청납니다. 롯데면세점이 220억원, 신라면세점이 1275억원, 신세계면세점이 873억원이었습니다. 동대문점 오픈으로 전년보다 매출액이 늘어난 현대백화점 면세점도 영업손실은 6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한국면세점협회
ⓒ한국면세점협회

그동안 면세점 매출은 불경기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승승장구해 왔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2010년에도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관광객이 급감했던 2015년에도 면세점 매출은 늘었습니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보복으로 면세점의 ‘큰손’ 중국관광객이 줄어든 이후에도 면세점 매출은 여전히 상승곡선을 그렸습니다.

그동안 세계적인 불경기나 악조건 아래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수익을 내왔기에 면세점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대접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이 황금거위를 우리에 잡아 넣기 위해 유통대기업들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었습니다.

면세점업이 급성장하자 관세청은 2015년 서울 3개(대기업 2개·중소중견기업 1개), 제주 1개 등 총 4개의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내줬습니다. 2000년 이후 무려 15년 만이었습니다. 바로 1년 뒤 다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4개(대기업 3개·중소중견기업 1개)를 추가로 발급했습니다. 당시 면세점 특허를 따내기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등 그룹 오너들이 특허권을 따내기 위해 직접 진두지휘에 나설 만큼 열을 올렸습니다.

면세점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우리나라 제1관문인 인천공항 면세점이 최근 입찰에서 3번 연속 유찰됐습니다. 유통 대기업들이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기 위해 대격돌했던 2015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김혜림 대기자
김혜림 대기자

정부는 무너지는 면세점을 위해 지난해부터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습니다. 공항 임대료 감면, 무착륙 관광비행 이용객 면세쇼핑 허용, 출국 전 면세점 다회 발송허용 등으로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국내 면세점 업계의 옛 영광을 재현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면세점 매출 하락은 전 세계적인 상황이지만 모든 면세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입니다. 영국 면세유통 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세계 면세점 매출 기준 1위는 스위스의 듀프리, 2위는 롯데, 3위는 신라면세점이었습니다. 이 순위가 2020년 상반기에는 크게 바뀌었습니다. 2019년 5위였던 중국 국영면세품그룹(CDFG)이 1위로 뛰어올랐습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각각 3위와 5위로 밀려났습니다.

코로나 19의 진원지로 눈총을 받고 있는 중국은 코로나 19로 빚어진 상황을 발판 삼아 면세점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 내 대표적인 관광지인 하이난섬을 내국인 면세 특구로 지정하고, 면세품목과 한도를 대폭 확대해 면세 판매액을 세계 1위로 끌어올렸습니다. 하이난성 면세산업의 매출액 규모는 2019년 136억 위안에서 지난해 약 320억 위안(5조47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방문객은 166만9000명으로 전년도의 22%에 그쳤습니다. 방문객이 5분이 1로 줄어든 것에 비해 매출액은 3분의 2를 유지하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선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국내 면세점의 단골손님인 중국 보따리상(따이궁)들 덕분입니다. 하지만 따이궁들도 쇼핑하기 편리한 하이난 면세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면세정책을 타산지석 삼아 인천을 면세 특구로 지정하는 것은 어떨까요. 인천면세점에서 쇼핑을 한 후 바로 출국할 경우 자가격리나 별도 검사를 면제해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정책은 코로나 19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번 참에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내 면세점업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못되도 미운오리새끼라도 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줘야 하지 않을까요.  대기업의 고삐 잡기용으로 활용하거나 중소·중견기업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을 내놓는다면 면세점이 백조로 거듭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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