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1-04-20 01:21 (화)
[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99 또는 100 ... 벚꽃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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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99 또는 100 ... 벚꽃의 경고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03.31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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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이후 가장 이른 개화
지구 온난화로 지구촌 곳곳 몸살
김혜림 대기자
김혜림 대기자

'99년 만에 가장 빠른 서울 벚꽃’

‘100년 만에 가장 일찍 핀 서울 벚꽃’

최근 서울 지역 벚꽃 개화를 다룬 뉴스들입니다. ‘99년 만에’ ‘100년 만에’ 두 제목 중 하나는 잘못 계산된 것이겠지요.

서울 벚꽃의 공식 개화는 서울 종로구 송월길 서울기상관측소에 자리 잡고 있는 지정 왕벚나무를 기준으로 합니다. 그 왕벚나무 가지 중 어느 한 가지에 꽃이 세 송이 이상 활짝 피었을 때를 개화시기로 본답니다. 기상청은 지난 24일을 공식 개화일로 발표했습니다.

지난해에도 벚꽃이 3월 27일 펴서 모두들 깜짝 놀랐었지요. 유난히 일찍 찾아온 벚꽃을 ‘코로나 19’ 때문에 맘껏 즐길 수 없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3일이나 일찍 폈습니다. 벚꽃이 이렇게 일찌감치 피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기억이 흐린 탓이 아닙니다. 실제로 올해 벚꽃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평균보다도 17일 이른 것이랍니다. 뿐만 아니라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빨리 꽃이 핀 것이랍니다. 그렇다면 '99년 만'이 맞는 거겠네요.

벚꽃의 개화시기만 앞당겨진 것이 아닙니다. 몇 해 전부터 눈썰미 있는 사람들이라면 벚꽃 풍경이 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을 것 같습니다. 예전의 벚꽃은 봄바람에 휘날리는 연분홍치마처럼 화사했습니다. 몇날 며칠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은 핑크빛 뭉게구름 같은 모습을 보여주다 바람이 불면 후두두둑 분홍 꽃비로 내렸지요. 그런데 요즘은 분홍 솜사탕에 수박씨 박힌 것처럼 꽃잎 사이사이로 잎이 삐죽삐죽 내밀고 있어 상큼한 멋이 줄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서울 여의도 윤중로와 경남 진해의 벚꽃은 왕벚나무들입니다. 우리나라 토종 벚나무인 왕벚나무는 꽃이 먼저 피고 잎은 나중에 나옵니다. 그러던 것이 이상기온이 마치 정상처럼 된 요 몇 년 사이 꽃과 잎이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꽃이 좀 일찍 피고, 꽃과 잎사귀가 한꺼번에 나오는 것이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그러나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기상청
ⓒ기상청

기상청에 따르면, 벚꽃이 서둘러 우리에게 온 것은 올 2~3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일조시간도 평년보다 많았기 때문이랍니다. 지난달 평균기온은 평년의 0.4도보다 2.3도 높은 2.7도였고, 이달(1~23일)은 평년의 5.1도보다 3.2도 높은 8.3도였습니다. 일조시간 합도 지난달은 181시간으로 평년의 163.3시간보다 17.7시간 많았습니다. 이달(1~23일)도 평년의 138.3시간보다 20.2시간 많은 158.5시간이었습니다.

기상청의 신 기후평년값(1991~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12.8도로 이전 평년값보다 0.3도 상승했습니다. 특히 10년 평균 기온으로 보면 1980년대보다 2010년대가 0.9도 상승했습니다. 기온상승의 기울기가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된다면 2070년 즈음에는 우리나라가 온대가 아니라 아열대 기후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온난화로 인한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미국 정부는 30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와 눈보라가 몰아친 텍사스에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이달 초 호주에는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온난화 탓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온난화가 공식적인 문제로 제기된 것은 1972년 로마클럽 보고서에서였습니다. 이후 1985년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은 온난화의 주범으로 이산화탄소를 꼽았습니다.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북극곰의 삶터만 위협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2019년 세계 153개국의 과학자 1만 1000명은 국제 과학학술지 ‘바이오사이언스’에 “지구를 보존하기 위한 즉각적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기후 위기는 인류에 막대한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고 공동 성명을 냈습니다. 과학자들은 화석연료를 저탄소 재생에너지로 대체, 메탄 등 오염 물질 배출 축소, 지구 생태계 보호, 채식 위주 식사 등을 기후 변화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우선 각자 손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백일도 안된 손자에게 주식을 증여하고, 돌쟁이 자식에게 강남 아파트를 물려준들 지구촌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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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상 2021-03-31 18:13:48
벚꽃 개화로 온난화문제를 잘 짚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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