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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 손경식 회장의 통합론이 지지받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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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 손경식 회장의 통합론이 지지받지 못하는 이유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1.03.01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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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 힘 강화 위해 통합" 주장 ...일각에선 "노욕"
기업규제 입법화 저지과정서 이해관계 따라 각자 다른 목소리
조직 통합 여부 떠나 국민 지지 받는 공감노력 해야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매일산업뉴스] “한 마디로 노욕이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이 지난달 24일 ‘전경련-경총’ 통합론을 밝히면서 재계 곳곳에서 터져나온 말이다.

요즘 손경식 회장발(發) 경제단체 통합론으로 재계가 뒤숭숭하다.

손경식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정부·여당의 공정경제3법·노동관계법ㆍ중대재해처벌법 등 고강도 기업규제 법안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경영계의 의견 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반성하며 “경제단체의 힘을 강화해 통합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전경련과의 통합제안을 밝힌 것이 발단이다.

이에대해 전경련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총으로부터 공식제안을 받지도 않았을 뿐 더러 노사갈등이 심각하고, 반(反) 기업정서가 만연한 상황에서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정기총회 직후 취재진들에게 “공식 제안을 받은 적 없다”면서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노사분규가 일본의 217배에 달한다”면서 “노사갈등이 아직 극심하고 반기업 정서가 만연한 현 상황에서는 전경련과 경총이 각각의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 전경(위)과 대흥동 경총회관 전경(아래). ⓒ각 경제단체
서울 여의도 전경련 전경(위)과 대흥동 경총회관 전경(아래). ⓒ각 경제단체

그렇다면, 손경식 회장의 말대로 전경련과 경총이 통합해 한 목소리를 냈다면 기업규제 법안 저지에 성공했을까. 기업규제를 만든 주체는 정부와 여당이다. 이미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것도 여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규제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경제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반목된 모습만 보여줬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대한상의는 지난해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는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해 “분리 선임을 주장하는 소수 주주가 투기 자본인 경우에만 3%룰 적용을 예외로 해달라”는 대안을 낸 반면 경총 등은 “실효성 없는 대안”이라며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서로 한 목소리를 내도 시원찮을 판에 손경식 회장의 뜬금없는 통합론으로 인해 자칫 경제단체간 갈등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규제를 만드는 권한을 가진 이들이 두려워 하는 것은 이해당사자의 주장이나 통합된 조직의 목소리가 아니다. 오로지 여론과 이 여론이 선거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손경식 회장의 속내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추측하는 분위마저 감지된다.  대한상의, 경총에 이어 전경련 회장 자리까지 노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전경련이 비록 국정농단 사태 이후 현 정권으로부터 패싱당하고,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힘과 규모는 축소됐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와 정책연구 노하우 등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총발(發) 통합론이 경제단체 정기총회를 앞두고 회자됐다는 점도 이같은 추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손경식 회장의 발언대 대해 '노욕'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경제단체들의 수장이 모두 경제인들로 꾸려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재계 입장을 대변하기는 커녕 정부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는 경제단체들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정서를 떨쳐내기 위해서는 단체가 몇 개인지, 덩치가 큰 조직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여론은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경제단체들은 우리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함께 공감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최근 성과급 논란과 함께 또다시 떠오른 양극화 문제 해소, 실업률 해소를 위한 일자리창출 등 현안을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역할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국민들이 경제단체들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여론도 경제단체들의 편에 설 것이다.

구태의연한 구호 같지만 ‘기업이 잘돼야 내가 잘 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있을 때 비로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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