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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3세 경영승계 첫 걸음 ... '제2의 경영권 분쟁 불씨'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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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3세 경영승계 첫 걸음 ... '제2의 경영권 분쟁 불씨'되나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0.06.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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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회장 장남 박준경 전무 승진
조카 박철완 상무는 배제 ... 작년 주총서 박 회장 사내이사 연임 '기권'
금호가(家) 분리경영 10년 만에 또다시 이상기류
왼쪽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찬구 대표이사 회장,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전무, 박찬구 회장의 조카이자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 박철완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왼쪽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찬구 대표이사 회장, 박찬구 회장의 장남 박준경 전무, 박찬구 회장의 조카이자 고 박정구 회장의 장남 박철완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혹독한 ‘형제의 난’을 치렀던 금호가(家)에 분리경영 10년 만에 또다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진원지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이다.

박찬구(72)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장남 박준경(42) 상무가 최근 전무 승진과 관련,  금호석유화학그룹의 '3세 경영 승계'를 둘러싼 '제2의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찬구 금호석화 대표이사 회장은 장남인 박준경 상무를 지난 4월 전무로 승진시켰다. 지난 2014년 상무로 승진시킨 지 6년 만이다.

박준경 전무의 승진은 다른 대기업 오너 일가의 평균 승진연한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편이지만 눈여겨 볼만한 점이 있다.

그룹 총수인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전무의 승진임에도 불구하고 인사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박철완(42) 상무를 의식한 조치로 관측된다. 박철완 상무는 이번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준경 전무와 박철완 상무는 사촌지간으로 1978년 동갑내기이다. 박찬구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는 고 박인천 금호 창업주의 차남인 고 박정구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고, 계열분리 후 한솥밥을 먹게 된 후부터는 똑같은 시기에 승진하며 나란히 경영수업을 밟아 왔다.

박준경 전무는 2007년 말 금호타이어에 입사해 2008년 말 부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화의 계열분리 작업 진행에 따라 금호석화로 소속을 옮겼다. 경영일선에 참여한 것은 2011년 상무보로 승진하면서부터다. 이후 3년 만인 2014년 상무로 승진했다. 현재 수지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박철완 상무는 2006년 아시아나항공 과장으로 입사한 뒤 2009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금호석화로 자리를 옮겨 박준경 전무와 같은 시기에 상무보,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박준경 전무와 같은 해외영업 담당이지만, 고무사업 부문을 맡고 있다.

이처럼 박찬구 회장은 두 사람의 인사를 낼 때 항상 같은 시기에 보폭을 맞춰 승진시켜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틀을 깨고 장남인 박준경 전무만 승진을 시키면서 경영전면에 한 발짝 더 앞세웠다.

이는 올해 만 72세로 비교적 고령에 속하는 박찬구 회장이 장남인 박준경 전무에게 경영승계를 하기 위해 경영전면에 먼저 앞세웠다는 분석이다. 

또 한가지 이상기류는 지난해 감지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 당시 박찬구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박철완 상무가 기권을 하면서 장내가 상당히 술렁였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박철완 상무가 승진에서 배제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픽/매일산업뉴스
그래픽/매일산업뉴스

◆10년 전 분리경영 당시 '공동경영'합의로 '맞손' 그러나...

박찬구 회장 부자와 박철완 상무가 손을 맞잡게 된 것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삼구-박찬구’ 회장간 ‘형제의 난’과 함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분리경영을 추진할 당시, 그해 2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은 금호타이어 등을 맡고,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을 맡되 대주주인 박철완 상무보와 공동경영하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사실상 금호그룹의 계열분리의 첫 단추를 꿴 것이다. 이를위해 금호석화는 같은해 4월 초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산하에 경영위원회를 별도로 설립하고, 채권단의 분리경영 방안을 통과시켰다. 채궈단과의 자율협약 합의는 2012년 말 금호석유화학이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종료됐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당시 (양측의) 공동운영 합의는 대주주와 채권단과의 합의였다"면서 "2012년 워크아웃을 졸업함과 동시에 공동운영 합의도 종료됐다"고 말했다.

이는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가 맺은 공동운영 협약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금호석유화학 대주주인 박철완 상무의 지지와 ‘공동경영’이라는 명분이 없었다면,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과의 분리경영은 물론 향후 계열분리도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너가 지분율은 박찬구 회장이 6.69%, 박준경 전무가 7.17%, 박철완 상무가 10.00%, 박찬구 회장 딸인 박주형 상무가 0.98%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박철완 상무가 박준경 전무를 앞선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과 장남인 박준경 전무, 딸인 박주형 상무 지분을 모두 합치면 14.84%가 된다. 특히 작년 연말까지 지분율이 0.82%에 머물렀던 박주형 상무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꾸준히 자사주 매입에 나서 1%에 육박하는 0.98%로 끌어올린 배경도 박찬구 회장의 '3세 경영승계'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이 3세 경영 승계 작업을 시작한 것 같다"면서 "현재 대주주 지분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만약 해지펀드 세력이 경영권을 흔들 경우, 조카인 박철완 상무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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