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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상생협력법 개정안' 반대 ... "과잉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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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상생협력법 개정안' 반대 ... "과잉처벌"
  • 김석중 기자
  • 승인 2019.11.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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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규제로 상생협력법 취지 훼손 ...기존 법체계와 배치
조사시효 없어 수십년 전 사건도 중기부 처벌 가능 ... 이중처벌 우려
"과잉규제로 대기업 거래처 해외 변경 가능성↑ .... 국내 중소기업 오히려 피해"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A사(대기업)는 냉장고 생산을 위해 컴프레셔를 제작하는 B사(국내중소기업)와 거래 중이다. 최근 A사는 C사(국내중소기업)의 제품을 테스트한 결과, 품질이 우수하고 단가가 낮다는 결론을 내려 C사와 추가거래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상생협력법 개정을 계기로 B사는 C사로 인해 거래가 감소한 데 불만을 품고 A사를 기술유용혐의로 중기부에 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A사는 수 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되고 기술변화가 빠른 전자산업의 특성상 수많은 기술유용 신고를 당할 우려가 크고, 매번 유용하지 않았음을 입증하기도 어려워 앞으로는 국내업체 대신 해외업체로 거래처를 전환할 것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

이 사례는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통과·시행될 경우 실제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사례이다. 그만큼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우리 기업에 큰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19일 상생협력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국회에 건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7월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이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대기업인 위탁기업에 기술유용행위 입증책임 부과 ▲중소기업부(이하 중기부) 처벌권한 강화 등이다.

대기업인 위탁기업에 기술유용행위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물품을 자체제조 또는 제3자에게 제조위탁하거나 혹은 위·수탁관계 종료에도 불구하고 수탁회사 물품을 위탁회사가 시장에서 계속 거래할 때 대기업의 기술유용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입증책임을 대기업에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부(이하 중기부) 처벌권한 강화의 경우, 지금은 거래당사자인 위탁 또는 수탁기업이 중기부에 분쟁조정 요청이 있어야만 중기부가 처벌이 가능하나 법이 개정되면 분쟁요청이 없어도 조사 후 처벌이 가능해진다.

이에 한경연은 ▲상생협력법 입법취지 훼손 ▲입증책임 위탁기업 전가로 기존 법체계와 배치 ▲조사시효 부재 ▲계약자유 원칙 훼손 ▲과잉규제 ▲중기부 처벌권한 강화로 기업부담 가중 ▲거래처 해외변경으로 국내 중소기업 오히려 피해 ▲현실과 괼된 규제 등 8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입장을 밝혔다.

한경연은 “개정안은 위탁기업에 대한 중기부의 처벌권한 강화 등 규제일변도의 내용으로 대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 협력관계 촉진이라는 상생협력법 입법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경연은 “위탁기업의 기술유용을 추정하고, 이에대한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에 부담시킴으로써 기존 법체계와 배치된다”면서 “특히 장기간 거래, 구조의 복잡성 등 기술자료의 특성상 위탁기업이 유용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위탁기업에 입증책임을 부과하면 자칫 무고한 기업이 처벌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 비교.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 비교. 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경연은 “하도급법 등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권 수행의 근거가 되는 법률은 기본적으로 조사시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조사시효도 규정하지 않아 극단적인 경우, 수십년 전 발생한 거래처 변경 등에 대해서도 중기부가 조사 후 처벌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경연은 “개정안에 따르면 한번 거래관계를 맺으면 위탁대기업은 혁신적인 제품이 나와도 기술유용 분쟁 등의 우려로 수탁업체를 교체하기 어렵다”면서 “사실상 전속거래 강요로 계약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체생산이 필요하거나 값사고 혁신적인 거래처가 나오면 계약관계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야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기술혁신과 기업생존이 가능한데 개정안은 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기술유용침해 등을 처벌하는 규정은 기존 하도급법, 중소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등 타법에 이미 다수 도입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생협력법 개정으로 또다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과잉규제로서 기업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중기부의 처벌권한이 강화될 경우, 하도급법과 상생협력법에 의거 공정거래위원회와 중기부의 중복조사가 더욱 빈번해 질 수 있고, 동일 사안에 대한 중복처벌은 물론 상이한 처벌도 가능해져 법적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는게 한경연의 주장이다.

이에따라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국내 대기업들은 기술유용분쟁 등의 우려로 거래처를 해외업체로 변경할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국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를 초래한 것과 동일하게 정부의 불합리한 시장개입이 역효과를 낳는 또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면서 “특히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한 부품소재 국산화 정책기조에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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