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6 07:05 (금)
[이슈+]LG '내로남불'? ... 앞에선 '영업비밀 빼갔다" 소송, 뒤로는 경쟁사 임원 영입
상태바
[이슈+]LG '내로남불'? ... 앞에선 '영업비밀 빼갔다" 소송, 뒤로는 경쟁사 임원 영입
  • 이강미 기자
  • 승인 2019.11.15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년 삼성맨' 임원 영입... SK이노 상대로는 자사 출신 과·대리급 채용해 영업비밀 빼갔다며 소송
인재이탈’ 속끓는 LG ... 작년 직원 66%, '처우문제'로 자발적 퇴사
전방위적 특허소송으로 분위기 쇄신 노림수? ... 업계 "이런 식으로 독해져야 하는지..." 반응

L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워.  사진/LG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워. ⓒLG

[매일산업뉴스]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자사 직원들을 대거 영입해 영업비밀을 빼갔다고 특허소송을 치르고 있는 동안 LG그룹은 삼성이 20년간 키운 벤처투자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 알려지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LG가 소송을 통해 인력이탈을 방지하는 한편 타사 인재들에게 눈독들이는 양면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 김동수 대표는 삼성이 키워온 인재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삼성벤처투자 미주지사장 부사장에 오르기까지 20년 이상을 삼성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5월 LG로 이직했다. 이후 LG그룹은 지난 4월 김동수 대표를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로 영입하면서 그가 운용하는 CVC에 약 5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맡겼다.

이에대해 삼성은 “핵심인력이 아니다”며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지만, 경쟁사로 옮겨간 만큼 뒷맛이 개운치는 않은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소송의 내용을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LG도 타그룹 인재를 영입하면서 대리, 과장급 이동을 트집잡아 SK이노베이션에 소송까지 거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자칫 ‘내로남불’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업계에서는 LG그룹이 직원들의 이탈을 경계하고 타사 인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최근 인력이탈이 심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LG화학의 자발적 퇴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5년 245명, 2016년 300명, 2017년 453명, 2018년 505명을 기록했다. 최근 4년간 무려 1762명이 스스로 회사를 나갔다. 작년 전체 퇴직자 중 스스로 회사를 나간 직원은 무려 66%에 달한다. LG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에 근무하던 직원 중 무려 1만 1056명이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직원을 포함한 LG전자 직원수는 7만명을 조금 넘는다.

LG 안팍에서는 LG 주력 계열사들에서 직원들의 주된 퇴사 사유로는 임금을 비롯한 처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LG화학 직원 평균연봉은 8800만원이다. 동종업계인 SK이노베이션은 1억 2800만원이다. 약 1.5배 차이다. LG화학은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동종업계 대비 적은 급여를 지급하고 있어,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이직을 결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 직장인앱 블라인드 LG그룹 게시판에는 처우와 관련해 "회사가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래를 그릴 수 없다"며 "퇴사를 하는게 당연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LG가 경쟁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앱 블라인드 캡처.
직장인앱 블라인드 캡처.

업계에서는 LG가 특허를 기반으로 잇단 소송을 제기해 경쟁사의 성장세에 제동을 거는 한편, 승소할 경우 특허료를 받아 수익원으로 삼으려는 목적도 깔려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LG전자는 10일 중국 TCL에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스마트폰 통신기능에 필수인 LG전자의 LTE표준특허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해서 LG전자가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초에는 중국 하이센스에게도 칼을 빼들었다. 미국 법원에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9월 독일에서 열린 IFA 2019 전시에서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인 QLED TV의 화질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더니 연이어 기술설명회, 동영상, TV 광고 등을 통해 지속적인 비방을 이어가고 있다. 아르첼릭, 베코, 그룬디히 등 유럽 가전 업체들을 대상으로도 냉장고 특허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LG그룹이 이처럼 소송전에 나서는 이유로 경영악화를 꼽는다. LG전자는 3분기 실적에서 선방했지만 건조기에 이어 정수기까지 이슈가 불거지며 위기를 겪고 있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TV사업에서도 LCD TV의 가격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차세대 TV인 OLED TV의 시장 확대가 더뎌 위기에 처했다.

LG화학은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에 비해 반토막나며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 차기 주력사업인 배터리사업에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ESS화재가 계속해서 발생해 충담금에 대한 부담도 생겼다. SK이노베이션과 소송전에 투입되는 소모적인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 로펌 3사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최대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던 OLED 패널에서 수익이 나지 않고, LCD 패널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밀려 가격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최근 CEO를 교체했고, 임직원 25%를 감축하는 고강도 구조조정까지 단행하고 있어 위기감이 팽배하다. 내년까지 OLED에서 의미있는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경우 사업의 존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또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이제 4대그룹 중 현대차그룹만 남았다. 가뜩이나 경제상황도 어려운데 꼭 이런 식으로 독해져야 하는 거냐”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혁신기술과 제품개발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