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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 LG화학 특허전쟁 배후는 권영수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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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 LG화학 특허전쟁 배후는 권영수 부회장?
  • 이강미 기자
  • 승인 2019.11.07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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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부회장 배후설 솔솔 ...과거 LGD, LG화학, LGU+ 대표 시절 연상
첫 외부영입CEO가 취임 5개월만에 특허전 치르기엔 역부족
'인화' 강조하던 옛 모습은 어디로 ...독해진 LG에 씁쓸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사진/(주)LG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사진/(주)LG

최근 재계 안팎에서 LG그룹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구광모 회장 취임 1년을 전후해 LG가 국내외 업체를 가리지 않고 소송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전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소송전의 시발점은 2차전지 배터리분야 핵심인력유출 때문이었으나 이제는 특허소송으로 확전된 양상이다. LG화학이 구광모 회장 취임 1년을 전후해 소송전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일각에서는 LG화학이 최근 각종 악재에 시달리다보니, 대외적으로는 특허침해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사내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분위기쇄신용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그동안 석유화학업계 초호황에 힘입어 LG그룹의 캐시카우역할을 해오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시황악화로 실적이 사상최악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는데다 연이은 배터리 화재, 인재이탈 등으로 내우외환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강미 매일산업 편집국장
이강미 매일산업 편집국장

특히 이번 소송전을 배후에서 진두지휘하는 인물이 권영수 부회장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 LG화학이 이번 소송전을 시작한 것은 지난 4월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말 LG화학의 첫 외부영입 CEO인 신학철 부회장이 취임 5개월만에 이번 소송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기 때문이다. ‘공격형 수장’으로 유명한 권영수 부회장이 과거 LG디스플레와 LG유플러스의 대표이사 시절에도 삼성에 이어 SK텔레콤과 잇따라 맞붙은 이력이 있다는 점도 권영수 부회장의 배후설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지금의 LG화학처럼, 당시 LG디스플레이나 LG유플러스의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LCD특허소송을 시작한 때는 2012년 말이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LCD가격담합으로 2009년 미국에서 4만달러(약 5500억원)를, 2010년 유럽연합(EU)에서 2억1500만유로(3250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받으면서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었다. 국내적으로는 LCD패널을 둘러싼 삼성과 LG간 TV전쟁이 한창일 때였다. 당시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권영수 부회장이었다.

권영수 부회장이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을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이동통신업계 3위인 LG유플러스는 5대3대2로 고착화된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을 좁히지 못하고 있었는데다, 통신과 비통신부문 모두 고전을 면치못할 때였다. 여기에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플랫폼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CJ헬로비전과 합병을 추진하자 이를막기 위해 극렬하게 반대, 결국 합병 무산을 이끌어낸 전력이 있다

게다가 지난 2014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분리막 특허와 관련해 ‘국내외에서 10년간 쟁송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던 인물이 바로 권영수 부회장으로, 당시 LG화학 대표이사 겸 전지사업 본부장을 맡고 있었다는 점도 이같은 심증에 무게를 더해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특허소송전 배후에서 권영수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나아가 양사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키맨이 권영수 부회장이란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에대해 LG화학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특허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지난 2017년에도 중국 배터리 회사인 ATL을 안전성 강화 분리막기술 특허침해로 미국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며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번 SK이노베이션 소송건도 LG화학 측에서 이직한 직원들이 빼낸 기술을 SK이노베이션이 활용했기 때문에 미국 ITC에 제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사실무근이라며 오히려 LG화학이 신의칙을 저버렸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지난 2014년 LG화학과 체결한 분리막 특허 관련, ‘국내외서 10년간 쟁송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까지 공개하며 LG화학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LG화학측은 당시 합의 특허는 한국에서만 적용되고, 미국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시 소송을 먼저 건 쪽도, 합의하자고 손을 내밀었던 쪽도 LG화학이었다는 점에서 뒷 맛이 개운치는 않다.

아무튼 이번 소송전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를 두고 양사 갈등이 깊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현재 일본의 수출보복과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우리 산업계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 기업끼리 싸우다보니, 반도체 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인화’를 강조하며 재계의 신사로 불렸던 LG의 모습이 이제는 옛 말이 됐다며 씁쓸해 하는 분위기다. 국내의 경제상황이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독해진 LG’도 어떤 면에서 의미는 있겠지만, 인화를 강조하던 옛 모습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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