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4 03:10 (수)
"불량은 암" ...'애니콜 화형식' 후 세계 1위 이건희 회장
상태바
"불량은 암" ...'애니콜 화형식' 후 세계 1위 이건희 회장
  • 김석중 기자
  • 승인 2020.10.25 1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1년 뒤 출시한 애니콜
수개월만에 시장점유율 30% ...모토로라 따라잡기 급급 불량률 11%까지 치솟아
격노한 이 회장, 불량 휴대폰 15만대 수거 ...2000명 임직원 모아놓고 불태워
2011년 애플 따라잡고 세계 1위
1995년 삼성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애니콜 등 불량품 15만대를 전량 폐기하는 모습. 당시 불량제품에 불을 붙이면서 ‘애니콜 화형식’이라고도 불렸다. ⓒ삼성전자
1995년 삼성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애니콜 등 불량품 15만대를 전량 폐기하는 모습. 당시 불량제품에 불을 붙이면서 ‘애니콜 화형식’이라고도 불렸다. ⓒ삼성전자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품질경영'으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에 혁신을 이끈 지도자로 기록된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 휴대폰 역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바로 '애니콜 화형식'이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신경영은 양 위주의 경영의 한계를 절감하고 품질 위주의 경영으로 전환하는 신경영선언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이후 "불량은 암"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는 불량의 폐혜를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1988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휴대전화를 시장에 선보였다. 당시에만 해도 국내외 휴대전화 시장은 모토로라가 장악하던 시대였다. 이건희 회장은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 전화기 사업을 중시해야한다”며 휴대전화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한 삼성전자는 1994년 10월 ‘애니콜’ 브랜드를 만들어 첫 제품을 내놨고 수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30%를 장악했다.

하지만 당시 삼성은 이미 앞서가고 있는 모토로라를 따라잡기 위해 휴대전화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집중했다. 무리한 제품출시로 한때 삼성의 휴대폰 불량률은 11.8%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의 휴대폰을 판매한 대리점 사장이 불량품을 팔았다며 고객에게 뺨을 얻어맞는 사건까지 일어났을 정도다. 높은 불량률을 보고받은 이건희 회장은 크게 격노했다. 불과 1년 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독일까지 가서 ‘질의 경영’을 부르짖었는데 아직도 삼성은 과거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불퍙품을 무조건 새제품으로 바꿔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무려 15만대에 달하는 불량품을 수거했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경북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대대적인 ‘애니콜 화형식’을 지시했다. 이날 임직원 2000여명의 삼성전자 직원은 ‘품질확보’라는 머리띠를 두른채 결연한 표정으로 운동장으로 모였다. 운동장 한 편엔 ‘품질은 나의 인격이요, 자존심!’이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운동장 한복판에는 15만대의 휴대폰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해머를 손에 쥔 10여명의 직원은 휴대폰을 박살냈고, 불까지 붙였다. 총 500억원어치의 휴대폰이 잿더미로 변한 순간이다.

그 해 삼성전자 애니콜은 국내시장 점유율 52%를 기록하며 모토로라와 노키아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이건희 회장은 ‘애니콜 화형식’ 이듬해인 1996년에는 아날로그 방식을 벗어나 디지털 방식으로 바꿨고, 1997년 휴대폰 수출에 나섰을때는 통상 저가 전략으로 나서는 기업들과 달리, 삼성전자는 처음부터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했다. 그만큼 고가제품에 걸맞는 품질 개선과 기술 혁신에 매달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TV폰(1999년), 1000만화소 카메라폰(2006년)을 내놓는 등 혁신을 이끌어왔다. 그 결과, 2011년 삼성전자는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건희 회장이 “왜 키패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통화 및 종료버튼이 불편하게 제일 밑에 있냐”고 지적하면서, 삼성전자가 키패드 상단에 이들 버튼을 배치한 뒤 모든 휴대폰 업체가 이를 따라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