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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 도주 우려 없는 이재용 구속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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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 도주 우려 없는 이재용 구속 정당한가?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0.06.08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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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구속영장 심사 ... 삼성, 구속 부당성 어필
▲일정한 주거지 ... "시민단체가 집 앞에서 삼겹살파티까지"
▲도주 우려 ... "기업 총수가 기업 내팽개치고 도망?"
▲증거인멸 ... "1년 6개월간, 50여 차례 110여명 450회 소환조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승계 문제로 또다시 구속기로에 선 것과 관련,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승계 프레임’으로 시작된 이번 수사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도주의 우려가 없는 이 부회장을 또다시 구속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헌법 제11조에 보장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 재벌과 이재용 부회장에게만은 유독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만약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한다면 헌법에 규정된 구속의 3가지 기준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의 사유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구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러한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

이와관련, 삼성의 분위기는 참담하다. 삼성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후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 보도가 연일 쏟아지자, 이례적으로 연일 반박 입장문과 호소문을 내면서 “삼성이 위기”라며 “삼성과 한국경제의 위기극복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 구속의 부당성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우선 이 부회장은 주거지가 일정하다. 실제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최근 한 시민단체가 '삼겹살 파티'를 열 정도로 그 위치가 일반에까지 알려져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기업의 총수로서 기업을 팽개치고 도주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게다가 검찰 측 주장대로 범죄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이미 확보되어 있는 상태라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이미 검찰은 50여 차례 압수수색과 110여 명에 대해 430여 회나 소환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관련 수사가 1년 6개월 이상 이어졌는데, 증거 인멸 우려가 있었다면 지금에 와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는 것이다.

결국 이 부회장은 법에서 정한 구속 사유 3가지 중 그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것은 영장이 기각될 것을 알고도 이재용 부회장에게 망신을 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구속 수사·재판은 2000년대 들어 법원이 '공판 중심주의' 하에 견지해오던 원칙이다, 과거에는 수사기관이 작성했던 조서를 중심으로 증거를 삼는 '조서 중심주의' 였다면 '공판 중심주의'는 피의자를 범죄자로 규정하지 않고 법관이 주재하는 공개된 법정에 모든 증거를 현출시켜 놓고 유무죄를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은 일제시대의 잔재이며, 이러한 적폐 해결을 위해 2003년 형사재판에 공판중심주의를 전격 도입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기업인 수사의 경우에는 법리적으로 많은 쟁점이 있으며, 사실관계마저 복잡한 상황에서 구속기소를 통해 자백을 받아내려는 검찰의 행동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해 2번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지난해 5월에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같은 해 7월에는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해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명재권)는 "주요 범죄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다"면서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리라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관측이다.

이번 사건에서 '증거인멸' 혐의 외 사건 본류와 관련해 수사 기간 1년 8개월 동안 구속된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는데, 왜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막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을까?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형태의 증거인멸 가능성이 계속 있었다면, 그 동안에는 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소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구속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지적을 한 것이다.

한편 이날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소장 김다솜)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국민들 56.4%는 '불관용'보다는 '선처'를 더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부회장 등 3인에 대한 구속여부는 이날 밤 늦게나 익일인 9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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