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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 '말은 리쇼어링 행동은 규제강화' 떠나는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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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 '말은 리쇼어링 행동은 규제강화' 떠나는 LG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0.05.22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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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리쇼어링, 방향성 모호 혜택도 없어
트럼프 행정부, 신설규제 1개당 기존규제 7.6개 폐지
21대 국회 기업규제 한층 강화될 듯 ...재계 벌써 초긴장
 

“구미의 TV생산라인을 해외로 옮기겠다.” (20일 LG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을 추가증설하겠다.”(21일 삼성전자)

이번 주 산업계에서 눈길을 사로잡았던 뉴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급 기업이자 전자업계의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정반대 행보이다. 하루간격을 두고 삼성전자는 국내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겠다고 발표한 반면, LG전자는 TV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다소 충격적이었던 것은 LG전자의 생산라인 해외이전 선언이다. 이 회사는 이르면 올 연말까지 경북 구미사업장의 TV생산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옮기겠다고 했다. 지난해 휴대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전부 이전한 데 이어 TV생산라인마저 해외로 옮기겠다고 하자 업계는 술렁였다. 사실상 국내에서의 TV생산 중단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는 최근 정부의 ‘리쇼어링(Reshoring·기업의 본국 복귀)’ 정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충격은 컸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글로벌 경제의 산업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세계각국은 비상이 걸렸다. 이에따라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리쇼어링'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자리 지키기와 해외로 나간 기업의 국내 유턴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의 이같은 결정은 재계와 산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LG전자는 해외 이전 배경에 대해 글로벌 TV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긴다고 했고, 구미 생산라인 직원 500명은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배치하는 등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반발은 거셌다. 특히 대구와 구미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가뜩이나 지역경제가 마비되다시피한 곳이다. 당장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다고는 하지만, 생산라인이 사라지면, 신규 일자리는 기대할 수 없다. 대기업의 생산라인이 빠져나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지역사회가 받는 심리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재계는 LG전자가 이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리쇼어링’을 강조하지만 리쇼어링의 방향성도 모호하고 세제혜택도 미미하다. 오히려 기업규제는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부터 해외로 나갔다가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에게 세제혜택이나 산업단지 입주 등의 혜택을 주는 ’U턴 기업 지원법’을 시행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국내로 돌아온 기업수는 52건으로, 연평균 10.4개에 불과했다.

이강미 편집국장
이강미 편집국장

반면 미국은 같은기간 연평균 482개의 유턴기업 유치에 성공했다. 미국기업의 유턴촉진기관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10년 95개에 불과했던 미국의 유턴기업 수는 2018년 886개로, 9배 가량 증가했으며, 특히 트럼프 정부 출범해인 2017년 이후 유턴기업 수가 급증했다.

우리나라와 미국, U턴기업정책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미국의 U턴기업정책이 성공한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U턴 기업들에게 각종 세제혜택은 물론 이전 비용까지 모두 정부가 떠안았기에 가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과감한 규제개혁을 단행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년간 신설 규제 1개당 기존 규제 7.6개를 폐지했다. 규제 1개를 신설하면 기존 규제 2개를 폐지하는 이른바 ‘투포원(two-for-oneㆍ2:1)룰’ 목표를 3배 넘게 초과 달성한 셈이다. 또 신규규제 도입으로 인한 순증 규제비용을 감축한다는 정책도 당초 목표인 277억 달러의 1.6배인 446억 달러를 감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비효율적인 규제를 폐지해 미국 경제 규제부담을 줄이겠다며 규제개혁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실제 ‘투포원 룰’ 도입 첫 해(2017년)에는 신설 규제 1개당 기존 규제 22.3개를 없앴고,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2.6개와 4.3개를 폐지했다. 3년 전체로 보면 신설 규제 1개당 기존규제 7.6개를 없앤 셈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말로는 ‘U턴 기업 정책’ 혹은 ‘리쇼어링’ 정책을 편다면서도, 국회에 계류된 기업규제 법안을 보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정부 규제개혁포털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시작된 2016년 5월 30일부터 임기종료 1주일을 앞둔 이달 22일까지 발의된 규제관련 법안은 의원발의만 3923개다. 법안에 담긴 규제조항은 7277건에 달한다. 여기에 정부가 직접 발의한 규제법도 2000개를 훌쩍 넘는다. 지난 19대 국회의 경우, 의원발의 규제법안은 1335건, 규제조항은 2542건이었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20대 국회의 규제법안수가 19대 국회보다 훨씬 많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기업규제가 21대 국회에서 한층 심화될 조짐이라는 데 있다. 이미 여당은 전자서명투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자사주를 통한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방지, 전속고발권 폐지, 비정규직의 노조대표활동 보장, 해고자의 노조가입 허용 등 다수의 기업경영 규제 법안을 21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대 국회에서 다뤄진 기업지배구조개편안,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을 한층 강화시킬 조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한화S&C에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한화그룹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기업규제 신호탄을 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재계는 벌써부터 초긴장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의 해외 공장 이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재계나 기업들도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취지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경영은 현실이고, 생존의 문제이다. 글로벌 경쟁은 가열되고 신종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친 상황 속에서 인건비, 세금, 노조문제로 발목잡힌 기업들은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 공장은 빠져나갔어도 본사가 국내에 있는 한 경영권을 약화시키는 각종 법안과 규제절벽 앞에서 기업들은 또한번 좌절할 수밖에 없다.

해외에 나간 기업들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에 있는 기업들이 떠나지 않게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규제철벽을 쌓는 정부와 국회가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을 흔들고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은 해외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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