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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오염물질 배출' 핵심 임원에 중책 맡긴 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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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오염물질 배출' 핵심 임원에 중책 맡긴 LG화학
  • 이강미 기자
  • 승인 2019.12.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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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과한 신학철 부회장, 뒤로는...
'1심 유죄' 이종구 전무, 대전연구소 생산기술총괄로 복직시켜
회사측 "집행유예이고 회사 기여도 커" vs 업계 "기업윤리에 반하는 인사조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워 전경. 사진/LG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워 전경. ⓒLG

‘여수산단 대기오염물질 배출조작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LG화학이 이 사건으로 보직해임돼 법원에서 유죄판결받은 고위 임원을 최근  '도둑 복직'시키고 중책까지 맡겨 기업윤리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반면 이번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안전환경담당 임원에게는 퇴직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LG화학의 처벌기준이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라는 비난도 면치 못하게 됐다.

23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와 LG화학에 따르면 ‘여수산단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돼 유죄판결을 받고 보직해임됐던 LG화학 이종구(54) 전무가 최근 복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A업체 관계자는 “이종구 전무가 여수PVC공장 공장장 재직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혐의로 구속기소돼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지난달 말 단행된 정기임원인사에서 중책까지 맡았다”고 전했다.

이 전무는 사회적 이슈가 됐던 여수산단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 혐의로 지난 7월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됐으며, 지난 10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업계에서는 여수산단 대기오염물질 배출조작 사건의 핵심인물로 이 전무를 꼽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 당시 이 전무는 해당 공장의 총책임자인 공장장이었다. 

그런데 LG화학이 이 전무를 지난달 말 정기인사에서 '도둑 복직'시키고 대전 CRD연구소 생산기술총괄이란 중책까지 맡긴 것이다. LG화학은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임원인사 명단에  전무의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를두고 관련업계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해임시킨 임원을 재기용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 경우, 기업들은 관련자 처벌은 물론 강력한 환경안전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게 통상적이다.

실제 같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GS칼텍스의 경우, 관련자들을 모두 문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 안전환경생산부문장 김 승(56) 상무는 이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직후 해임됐다. 앞서 GS칼텍스는 2014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우이산호 기름유출 사고 때도 여수공장 생산1공장 공장장이었던 박태영 전무를 퇴사조치하는 등 관련자들을 모두 징계처벌한 바 있다.

더 이상한 것은 이번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어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LG화학 안전환경담당 박인 상무는 회사로부터 퇴직통보를 받았다는 점이다.

중대사안에 대한 처벌기준이 사람에 따라  '고무줄 잣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통렬히 반성하고, 모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공개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을 받고 있다.

C업체 관계자는 “통상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의 경우, 관련자들에게 보직을 새로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칫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방증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D업체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유죄판결까지 받은 임원을 복직시켜 중책을 맡긴 것은 반성은 커녕 오히려 영전시켜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에대해 LG화학 관계자는 “이종구 전무의 경우, 형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근무는 계속할 수 있다“면서 ”이종구 전무가 30년 이상 근무하면서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크기 때문에 회사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보직으로 이동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기업윤리에 반하는 인사조치”라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은 복직시키고, 직접적 연관이 없어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사람은 안전환경업무를 담당했다는 이유로 퇴직통보하는 등 회사의 입맛대로 선택적 기용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유예는 결코 무죄가 아니다”면서 “이 사건으로 이미 보직해임시킨 임원을 1심 재판이 끝나자 마자 복직시켜 중책을 맡겼다는 것은 ‘우리 회사는 책임이 없다’라는 식의 대응으로, 대표이사 부회장의 공식사과의 진정성까지 의심케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LG화학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8년 6월 측정대행업체에 '탄화수소 측정치를 기준치 50 이하로 다 맞춰달라'는 등 주문을 한 뒤 조작된 측정값을 받아 배출값을 허위로 입력한 혐의로 지난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단독 서봉조 판사는 LG화학 전 여수공장장 이종구(54) 전무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여수공장 환경업무 책임자 이모(59)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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